상반기 전사 발표와 역할 확장
1. 전사 발표: 상반기 핵심인재 프로젝트 결산
2. 역할 확장, 다시 제품까지
3. 프로젝트에서 본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4. 일상까지 뿌리내린 AI
올해 초, 회사의 핵심인재로 선정되어 본업 외에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제품 기획자, 영업 담당자, 개발자 등 6명이 모여 사내에 흩어진 고객과 계약 정보를 통합하는 과제였다. 제품이 빠르게 성장하고 취급하는 제품군이 늘어나며 자연스레 발생한 '데이터 파편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였다.
2월에 사내 워크숍을 통해 아이디어가 발제되고, 3월부터 동안 열심히 통합을 진행하며 '고객의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만든다'는 목적 하에 프로젝트가 진행됐는데, 2025년, 회사가 25주년을 맞이하며 열린 행사에서 전사적으로 성과를 공유할 기회가 생겼다.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치열하게 준비했다. 다만 발표자료 준비를 도와주던 사람들도 대부분 핵심인재였던 만큼, 시간 맞추는 게 쉽지 않아 자료를 만드는 과정이 주로 저녁이나 밤에 이루어졌다. 덕분에 본업은 본업대로 진행할 수 있었기에, 발표 2~3일 전까지는 본업과 병행하며 자료를 준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준비도, 발표도 쉽지 않았지만 이번 발표까지 마무리한 후 느낀 것은 이 정도:
1.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지나가고 경험으로 남는다
2. 발표든 공연이든 리허설이 가장 확실한 안정성 보증 수표
3. 모든 피드백을 다 수용할 필요 없다. 피드백을 하게 된 이유를 고민하자
4. 제한된 시간 속에서 공유하는 정보가 임팩트를 가지려면 수치와 추상화가 필요하다
5.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그러면 누구를 가장 만족시킬 것인가?
이번 발표와 프로젝트에 대해 더 자세한 건 별도의 글로 다룰 생각이다.
나는 그동안 에이치닷 마케팅 플랫폼의 회원, 구매, 계약 시스템의 정책과 큰 그림을 그리는 기획을 담당했다. 최근 조직이 집중하는 방향에 맞춰 리더가 바뀌었고, 새로운 리더와 한 달 남짓 호흡을 맞추며 자연스럽게 나의 역할 또한 확장하게 되었다. 기존의 에이치닷을 넘어, HR 채용 서비스 관련 제품을 아우르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담당하는 제품의 가짓수가 늘어났다는 의미가 아니다. 100만 회원이 넘는 B2C 플랫폼과 기업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B2B 서비스의 기획을 동시에 맡게 되었는데, 타깃의 성격이 다른 두 시장을 함께 보고, 시너지를 만들어야 하는 과정에서 신경 써야 할게 아주 많아졌다.
이들의 관계를 깊이 들여다보면 거대한 플라이휠과 같다. 이커머스 시장이 '판매자-플랫폼-구매자'이 셋이 잘 맞물려야 돌아가는 시장인 것처럼, 채용 시장 또한 구직자(개인 회원)와 기업(고객사)이 '채용'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주는 양면시장의 구조다.
구직자가 모일수록 기업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이 되고, 좋은 기업이 많아질수록 구직자의 기대와 만족도는 높아진다. 이 요소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서로의 성장을 가속하는 그림이다.
다음 분기 나의 핵심 목표는 바로 이 플라이휠의 강력한 '연결 축'을 만드는 것이다. 세 개의 축이 삐걱거림 없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도록 만드는 일. 덕분에 요즘엔 더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채용 시장과 HR 도메인, 복잡하게 얽힌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부터 제품의 내부 알고리즘까지, 파고들수록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
솔직히 지난주 내내 이어진 발표 준비로 기획 업무를 잠시 놓아야 했던 것이 무척 아쉬웠다. 하지만 이번 주부터 다시 기획에 몰입하며, 꺼졌던 엔진에 다시 시동이 걸린 기분이다. 매일 일하는 시간이 하루의 절반 가량 되더라도, 이 과정 자체가 즐겁고 스스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6월 초에 사내 HR 부서와 에이치닷의 HR 콘텐츠 협업을 위한 준비를 진행했다. 일정 조율 같은 기본적인 조정도 있었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목적과 우리가 가져가야 할 메시지 방향을 정리하며, 프로젝트를 다음 단계로 진전시키기 위한 작업에 집중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였다. (에이치닷은 콘텐츠 발행 및 운영에 특화된 마케팅 챕터가 따로 존재한다.)
정답이 명확히 주어진 상황이 아니기에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는 우리가 먼저 제안을 주도해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스탠스를 미지근하게 유지하는 건 오히려 협업에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실장님께서 먼저 미팅 일정을 당길 수 있냐고 질문 주신 것을 계기로 빠르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도록 판을 정리했고, 그 결과 에이치닷 마케팅 챕터 측에서 먼저 제안할 수 있는 포인트들을 구성해 미팅을 진행했다.
이처럼 최근 업무나 문서 작업을 하며 계속 드는 생각이 있다:
1. 효율적이고, 효과적이고, 꼼꼼한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건 지금 이 상황에 어떤 액션이 필요한가를 빠르게 정의하고, 이해관계자가 움직일 수 있도록 프레임을 설계하는 것.
2. 그 프레임은 문서일 수도 있고, 메시지일 수도 있고, 때로는 방향을 정리해주는 생각 자체일 수도 있다. 그래서 협업할 때는 내가 어떤 포지션에 있는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힘을 빼야 할 곳은 빼고, 상대방이 채워야 할 부분을 명확히 짚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3. 예를 들어, 내 포지션이 퍼실리테이터에 가깝고 실제 플레이어는 따로 존재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기꺼이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하고, 필요하다면 다 버리는 것도 가능함을 인지시켜 준다.
4. 아이디어를 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는데, 개인의 욕심보다 조직의 성과, 프로젝트의 속도(효율)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낸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
5. 다만, 이 전제는 '집단 지성'을 믿고 가는 게 깔려있다. 퀄리티를 챙겨야 하는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나와야 하는 곳은 이 뒷 스텝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선 이해관계자에게 나의 포지션과 역할(R&R)을 명확히 인식시키는 일도 중요하다고 본다. 조직 단위의 업무는 혼자 진행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상대방이 이해할 때, 비로소 신뢰 기반의 효율적인 협업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이제 생성형 AI는 나에게 가장 가까운 동료가 되었다. 새로운 기획의 첫 단추를 꿰는 막막한 순간부터, 이미 완성된 기획의 논리적 허점을 점검하는 마지막 단계까지 AI가 늘 함께한다. 특히 요즘엔 Gemini 2.5 Pro, ChatGPT 4o/4.5/o3, Perplexity Pro, Claude, Cursor를 자주 활용한다.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낼 때도 많고, 업무 생산성 자체가 대폭 향상됐음을 느낀다.
올해 초까진 나처럼 기술과 가까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만 사용하는 도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몇 달 전 부모님께 생성형 AI를 알려드린 후, 몇 달 뒤 다시 얘기했을 때 생각보다 생성형 AI를 더 알차게 쓰고 있었고, 고향의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40~50대 여사님들마저 업무에 AI를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필요한 정보를 찾고, 간단한 문서를 작성하는 데 스스럼없이 AI에게 물어보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모습들을 보며 생각한 것은 이것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세상의 패러다임이 움직이는 거대한 전환이라는 것이라는 점. 인터넷이 처음 보급되고 스마트폰이 우리 삶을 바꾸었던 것처럼, AI는 이제 소수 전문가의 영역을 넘어 모두의 손에 쥐어졌다. ‘자연어’라는 가장 인간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기술의 가장 높은 진입 장벽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전환의 한복판에서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단순히 ‘AI를 잘 다루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차가운 현실 인식만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의 발전이 역설적으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는 단순 반복적인 업무에서 해방되어,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무엇을 창조할 것인지, 어떻게 협업할 것인지를 더 깊이 고민해야 하는 출발선에 섰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기술의 사용자를 넘어, 나는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될 것인가?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손에 쥔 지금, 우리는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에겐 지금 이 흐름이 아주 좋다는 것.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단계에서 패러다임 시프트의 초입에 서 있다는 사실이 기대되기도 한다. 우리는 어떻게 이 패러다임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떻게 그 위로 올라탈 것인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고민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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