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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근황

오랜만의 발표, AI Agent와 함께하는 조직 문화

by 기획하는 족제비


목차

1. AI가 빠르게 해주는 것과, 여전히 느린 것

2. 오랜만의 발표, 상품조직 성과 공유회

3. Cursor를 활용한 제품 개발 협업 방법론 연구 근황

4. 카카오 AI TOP 100 예선 참여




1. AI가 빠르게 해주는 것과, 여전히 느린 것

제품의 버티컬 확장을 준비하며 매일 시장 분석과 리서치에 몰두하는 요즘, 아주 잘 체감되는 게 한 가지가 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으면 진짜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번 글에서 '제품을 버티컬하게 확장'하는 전략을 언급했다. 그 일환으로 지금은 고객이 누구인지, 어떤 페인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지 리서치하고, 이들을 대변하는 페르소나를 설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웹 서칭, 키워드 분석, 업계 보고서 검토 같은 데스크 리서치는 AI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Claude나 ChatGPT에게 'OOO 산업군 OOO 제품 B2B SaaS 고객의 주요 pain point 10가지'만 물으도, 10초 만에 그럴듯한 리스트가 나오기도 하고, Perplexity Pro로 딥 리서치를 두, 세 번만 돌려도 참고하기 좋은 보고서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찾고 있는 고객의 특성상, 웹에서 발견하는 정보는 대부분 '잘 포장된 정보'라는 점. 케이스 스터디는 성공 스토리 위주로 편집되어 있고, 업계 리포트는 트렌드를 일반화한다. 많은 기업이 이미지를 위해 '대의'를 말하지만, 속마음은 '정부지원을 위해서' 등 그렇지 않은 현실적인 경우가 더 많을 것인데 말이다. 실제 고객이 매일 겪는 좌절, 불편함, 우회 루트 같은 날것의 인사이트는 보이지 않는다. 노이즈가 많이 껴 있는 상태다.


결론은, AI를 잘 쓰되, 고객을 만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 데스크 리서치는 가설을 세우는 데 유용하지만, 가설을 검증하는 건 여전히 사람과의 대화다. 그래서 지금은 인터뷰 코호트를 구성하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업계 오프라인 행사 참석, LinkedIn 아웃리치, 기존 네트워크 활용까지. 느리지만, 이 과정을 건너뛸 수는 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내자.



2. 오랜만의 발표, 상품조직 성과 공유회

10월, 약간의 조직 개편이 있었다. 재직 중인 곳의 조직 유형은 크게 상품조직, 지원조직, 사업조직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지금의 조직이 '사업조직'에서 '상품조직'으로 재분류된 것. 매출 중심이던 KPI가 제품 개발과 시장 검증 쪽으로 초점이 조금 더 맞춰졌단 게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상품조직은 개발자+기획자로 구성된 조직이라고 이해하면 되는데, 사내에는 상품조직이 모여 1년에 두어번, 새로 시도한 기술, 성과, 레슨런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곤 한다. 이번에 내 조직 또한 상품조직으로 편입되며 발표를 요구받았고, 오랜만에 발표자로서 단상에 서게 됐다.


오랜만에 발표를 준비하면서 생각했다. 이 발표회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여러 목적이 있다. 실질적인 인사이트 전파를 통한 교학상장敎學相長, 상품조직이 회사에서 요구하는 방향과 얼마나 동화돼있는지 정도 확인, 성과 등.


그래서 프로젝트 성과만 나열하는 대신, 시행착오와 과정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특히 핵심 주제가 AI Agent와 '비즈니스 관점의 역할확장'을 주제로 한 조직 문화 개선이었는데, 내가 있는 조직은 많은 시도를 하는 조직인 만큼 말 할 것도 많았다.


아래는 AI Agent 시대, '우리가 일 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한 내용을 정리한 장표다. 실제 발표자료에선 흐름의 명확성을 위해 제외했지만, 언젠가 사용하려고 킵해둔 소스들이다. 특히, 제품 개발 라이프사이클의 경우 (규제가 민감하고 코드 덩어리가 큰 제품에선 힘들겠지만) 스타트업, 신사업처럼 제품이 초기 성장 단계에서 시장에 진입할 때는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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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료 소스 ⓒ작가편집


임원도 참관하는 발표기에, 성과에 대한 공유와 동시에 회사에서 지향하는 조직문화와 본인 조직문화의 방향성이 얼마나 동화되어있는지 말하는 것도 많이 신경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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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sor를 활용한 PRD, Prototyping과 Python Streamlit을 활용한 로컬 백오피스 제작 ⓒ작가편집


개인적인 목표는 "자료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이건 어떻게 접근하셨어요?" 같은 DM을 받는 것. 실제로 자기 일에 적용하고 싶어 하는 반응이 내가 정의한 이 발표의 '진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발표 후 몇 분께서 연락을 주셔서 자료를 전달하고,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번 발표를 준비하면서 최근 반년간 조직의 변화를 복기했다. 동료들과 연결되고, 우리 조직의 작업이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순간을 만들었다는 게 새삼 체감되는 시간이었다. 소소하지 않다면 소소하지 않은 변화, 나쁘지 않았다.



3. Cursor를 활용한 제품 개발 협업 방법론 연구 근황

기존 상품에서 버티컬하게 확장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추가 리서치를 진행 중이다. PRD를 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리뷰하는 등 AI Agent를 활용한 실무 작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연구 중이던 Cursor 방법론을 직접 적용해 보고 있다. 확실히 편하다. 특히 PRD 제작, 회의록 정리, 리서치 내용을 바탕으로 한 페르소나 제작 과정에서 효율이 확 올랐다. 문서 작업의 초안을 빠르게 잡고, 구조화하고, 다듬는 흐름이 자연스러워졌달까.


리서치한 문서를 바탕으로 아래처럼 PRD를 뽑아내고,

발표자료_6.png PRD 예제 ⓒ작가편집


이를 바탕으로 '동작 가능한 프로토타입'까지 바로 연결한다.

발표자료_8.png 테스트로 만든 샘플 ⓒ작가편집


화면설계를 최소화하고, 프로토타입으로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는데, 프론트 개발과 어떻게 소통비용을 줄이며, 의도와 정책을 프로토타입에도 그들이 개발해야 하는 정책서에도 잘 반영할지는 맞춰가고있다.


이제는 팀의 프론트 개발자에게도 이 방법론을 공유하고, 함께 쓸 방법을 모색하는 중인데, 핵심은 기획자가 개발자의 코드베이스(Repo)에 접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아틀라시안 빗버킷을 사용 중인데, 레포 권한을 기획자가 받아올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최근 관리 중인 제품의 APP과 WEB을 모노레포 형식으로 합쳤기 때문에, 여기에 Cursor용 문서 Repo를 함께 넣는 방향으로 개발자들과 가볍게 토의를 진행까진 완료한 상태.


만약 이게 가능하다면? 개발자들이 Cursor를 쓸 때 더 이상 '맥락'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제품 배경, 페르소나, PRD 같은 정보를 코딩 과정에 바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소통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코드베이스 Mono Repo에 접근했을 때 '문서 배포' 정책이 우려될 수 있다. 이 경우엔 회사 계정으로 만든 Github Repo를 넣는 형식을 고려 중이다. 현재는 개발자들이 Github에 배포한 Repo를 Pull해서 시도해 보는 중이다.


하나씩 맞춰가면, 좋은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4. 카카오 AI TOP 100 예선 참여

카카오AITOP100.png ⓒKAKAO AI TOP 100

10월 18일 토요일, 카카오 AI TOP 100 예선에 참여했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대회'라길래 바이브코딩으로 뚝딱 만드는 형태를 예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OCR과 머신러닝 문제가 등장했다. 데이터 엔지니어나 백엔드 개발자들에게 익숙한 영역이었다. 아래는 출시된 문제. 문제에 대한 분석은 다른 글에서 쓸까 한다.


춘식도락 메뉴 분석 챌린지 → OCR

고대 유적의 비밀: 이상한 코드 석판 → OCR

The Age of AI: 영상 팩트 체크문제 → 영상 분석 (보단 유튜브 분석에 가깝다)

전투 없이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의 힘 → 머신러닝

PDF 속 스텔스 텍스트 추적기 → PDF 구조 분석, OCR


image.png 제출 완료 ⓒ작가편집

형식은 이랬다. 2시간 동안 5문제를 풀고, 이후 1시간 동안 제출한 문제들에 대한 디브리핑을 작성하는 것. 문제들은 꽤 고봉밥이었다. 관련 개념을 잘 알고 AI Agent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도전할 만한 시간이었겠지만, 나에겐 아주 촉박했다. 마지막 문제를 제출 마감 6초 전에 넣었고, 디브리핑은 제출 마감 2초 전에 끝냈다.


그래도 대회 취지에는 잘 맞는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결과에 도달하는 사람'을 평가하기에 좋았기 때문이다. 정답이 정해져 있으니, 그 결과에 어떤 접근 방식으로 도달했는지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디브리프' 과정이 되게 인상 깊었다. 대회에서 권장한 항목은 이랬다.


문제 이해 및 해결 전략

문제의 핵심 요구사항을 어떻게 파악했나요?

초기에 구상했던 해결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최종 접근 방식은 무엇이며, 초기 전략과 어떻게 달라졌나요?

AI 도구 활용 과정

사용한 주요 AI 도구는 무엇인가요?

가장 효과적이었던 프롬프트를 공유해주세요.

AI 답변 중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과 그렇지 않았던 것은?

AI 도구 사용 중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디브리프.png 디브리프 기록 ⓒ작가편집

정답이 정해진 문제에 정말 바람직한 프레임워크였다. 개발자들처럼 '달성해야 하는 요구사항이 명확한 케이스'에 아주 적합해 보였다. 이 과정만 거치면 그 사람의 문제 해결 패턴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


문제 확인·이해 → 요구사항 파악 → 접근 방법 설계 → '실행 ↔ 미세 조정' 반복 → 문제 해결


기획자라면 앞 두 스텝을 '문제 진단·정의 → 목표 설정'으로 바꾸면 될 것 같다. 나중에 실무 면접을 보거나 참여할 때 이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촉박한 시간 제한 속에서 깊게 몰입한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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