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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하는 족제비 Aug 20. 2023

#11 KILL YOUR DARLINGS

2023년 33주 차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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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ILL YOUR DARLINGS

#덜어내기 #Eliminate


킬 유어 달링Kill your darlings 주로 작가들 사이에서 쓰이는 말이다.


설령 나의 최애 캐릭터나 시간을 많이 투자한 글귀라고 할지라도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글귀라면 지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다른 직군도 마찬가지겠지만, 기획자라면 이러한 경우를 특히 많이 겪을 것이다.


혼자 기획을 할 때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넣는 기능’들을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제품 기획을 위한 디자인 스프린트, 아이디어 워크숍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와 미팅을 가지는 날엔 무수한 기능 개발 요청이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가령 ‘상담문의를 접수받는 기능’을 기획하는 상황이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집과 요구사항 확인을 위해 미팅을 가졌다고 가정해 보자. 수집된 의견은 아래와 같다.


영업 담당자
"그들의 취향까지도 입력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면 더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케팅 팀장

"상담문의 접수 시 고객의 관심 분야를 함께 수집하면, 추후 마케팅 전략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객 서비스 담당자

"상담문의 접수 과정에서 고객이 어떤 문제에 직면했는지 상세하게 알 수 있도록, 문의 내용 입력란을 세분화하면 좋겠습니다.”


전략 기획 담당자

“메인 페이지 하단에도 영역을 추가한 후에 채널톡도 하나 띄우고, 프로필 클릭 시 1:1 문의 메뉴를 하나 추가합시다.”


디자이너

“레이블과 입력폼의 구분 없이 문장처럼 쭉 이어지게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우리는 그들이 말한 대부분의 기능들이 제품에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상담문의를 받는데 이 요구사항들이 모두 반영된다면 과연 좋은 기능이 될 수 있을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클 것이다.


제품의 정체성과 실제 사용자를 고려해 요청되었기보단, 요청자의 개인적인 맥락에 의해서 요청되었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이것도'의 늪


따라서 기획자는 수많은 요청 중, 현재 제품에 무엇이 녹아들어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나는 1) 아이디어랑 기능의 존폐를 결정할 수 있는 기준선을 마련해 두고  2) 의견을 발제한 사람을 이해시킬 수 있는 근거를 함께 준비한다.


글을 쓰든, 디자인을 하든, 제품을 기획하든 결국 가장 어려운 것은 뭔가를 더하는 것보다 뭔가를 덜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무조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님을 항상 인지할 필요가 있다.


아래는 디스콰이엇 CEO, 박현솔님이 Pre A 투자 이후 제품 회고에 작성된 내용의 일부다.


"글을 적다 보면 정말 아름다워 보이는 문장이 떠오를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문장이 내가 글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에 노이즈를 더한다면 너무 아름답고 애착이 가는 나의 자식 같은 존재도 과감히 죽일 수 있어야 된다. 프로덕트 개발도 이와 같다. 너무 좋아 보이고 중요해 보이는 것이라 하더라도 현재 전략과 맞지 않는다면 일단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된다."


https://www.grownbetter.com/article/212



#2 본질 집중

#본질 #가치

피카소의 황소 연작

팀즈에서 한 동료분이 업로드한 내용이다.

앞서 작성한 노트와 비슷한 결이다.


본질을 이루는 것은 그 대상이 품고 있는 신념, 생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본질은 곧 그것의 존재의의일 수 있으며, 무엇을 덜어내는 것 또한 대상의 존재의의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행해져야 할 것이다.



#3 그들은 어떤 가치를 주려고 하는가? 간단한 서비스 분석

#서비스분석 #폼


나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보통 대상이 되는 슬로건과 제품 블로그를 벤치마킹하며 학습하는 편이다. 아래는 최근에 찾아봤던 폼Form 서비스들에 대해 가볍게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순서대로 Walla, Typeform, Tally, Forms app

#1 Walla

"폼의 제작, 응답자 모집, 보상, 분석에 불필요한 시간을 쏟지 마세요. 모든 핵심 과정을 왈라에서 한 번에 해결하실 수 있습니다."


왈라의 슬로건에서 강조하는 것은 폼의 제작뿐 아니라 설문 프로세스의 뒷단에 위치한 시나리오인 응답자 모집, 보상, 분석이 있다. 그래서 왈라의 수익모델에는 자사 서비스의 회원을 대상으로 패널 설문이 존재한다. 이 구조가 가능한 이유는 왈라라는 서비스 이전에 설문 리워드 서비스, 캐다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응답자를 찾는 방법은 왈라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왈라는 전통적인 폼 서비스의 구조(설문 제작)와 리서치 비즈니스의 구조(응답자 매칭)를 섞을 수 있게 되었는데, 결국 이들은 설문의 제작자와 응답자를 모두 품으며 질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왈라의 가격 정책 철학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데이터 분석'이라는 것은 슬로건이나 회사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데, 결국 이들이 포지셔닝하길 원하는 시장은 무엇일까?


p.s.1. 나는 개인적으로 왈라를 좋아한다. 작년에 디스콰이엇에서 알게 된 제품인데 그때 그들이 말한 제품을 만들게 된 스토리가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파프리카데이터랩 파이팅.


p.s.2. '캐다', '서베이링크'와 같이 서베이 리워드 형식의 서비스는 이전부터 존재했다.


p.s.3. 겨냥하고 있는 타깃의 세분화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설문을 시행하여 내부 풀에서 응답자를 매칭해 주는 유사 서비스에는 '리멤버의 현직자 설문조사'가 있다.


#2 Type form

"Forms that break the norm.

Get more data—like signups, feedback, and anything else—with forms designed to be refreshingly different."


개인적으로 설문 응답자가 보는 UI보다 제작자가 보는 UI가 더 이쁘다고 생각하는 서비스다. 슬로건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들이 추구하는 방향은 설문 제작자가 원하는 데이터를 모두 수집할 수 있게 하는 것다.


그래서 타입폼 업데이트 노트 보면, 응답자에게 입력받은 데이터를 다른 서비스와 자동 연결시킬 수 있는 Intergration 기능의 추가 내역이 많다. 그래서 타입폼의 가격 정책응답 제출 수(Responses)에 맞춰져 있다. 응답을 많이 받고 싶으면 더 비싼 플랜을 사용해야 하는 형식.


Intergration 기능이 잘되어 있기 때문에 가령 타입폼에서 응답자가 데이터를 제출하면, 그 데이터를 자동으로 노션이나 에어테이블 혹은 내부 DB에 꽂히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타입폼을 보면, 이들은 설문 프로세스의 뒷과정(DB 수집)의 문제를 풀고자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p.s. 나는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께 읽어볼 만한 아티클을 수집할 때 직접 만든 타입폼 설문을 보내곤 한다. 이 설문에 입력된 내용들은 제출됨과 동시에 내 노션 DB에 쌓이는데, 노션 페이지를 직접 전달해 입력 방법을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직관적이라서 편하다. 단점.. 비싸..


#3 Tally

"The simplest way to create forms Create forms for all purposes in seconds. Without knowing how to code, and for free!"

탈리는 슬로건에서 말하는 것처럼 설문 제작 자체에 집중한 서비스인데, 마크다운을 지원하는 블로그 글을 쓰듯이 설문을 제작할 때 노션처럼 설문 문항을  간편하게 내려 적을 수 있다. 이는 탈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확인 가능하다.


그들이 풀고자 하는 문제가 설문 프로세스의 앞단에 위치해 있는 만큼, 그들이 나아갈 방향을 보면 '질 좋은 문항을 쉽게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가 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탈리는 이미 응답자 모집과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방법이 갖춰진 사람들이 사용하면 좋을 듯하다.


#4 Forms App

"Online form builder that completes your workflows"


슬로건에서는 스스로 업무 흐름을 완성시켜 주는 온라인 폼 빌더라고 말하고 있다. 사용해 보면서 느낀 이 서비스의 특징은 UXUI가 제작자, 응답자 화면 모두 직관적이고 보기 좋았던 것이 있고, 특히 설문의 디자인 커스터마이징 자유도가 높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 서비스의 경우 설문지나 문항의 CSS도 건들 수 있는데, 이 덕분에 설문의 Look&Feel을 자사 서비스의 프로세스에 더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디자인의 자유도를 제외하면 타 폼 툴과는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진다. 자세한 것은 폼즈앱에서 만든 유사 서비스 비교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위 서비스를 보며 든 생각은 모두 설문 프로세스 중 해결하고자 하는 영역이 적어도 한 가지 이상 뾰족하게 다듬어져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를 사용하는 입장에서도, 혹은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타깃 프로세스에 대한 정교한 해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4 검증 주간 체크인 미팅

#검증 #체크인


다음 주에 제품 신기능 배포가 있어 이번 주에는 기획자와 개발자 모두가 집중 검증을 진행했다.


이때 중간 체크인을 위한 피드백 미팅을 그들과 가졌는데, 미팅에서 '기획도 개발도 온전히 검증 자체에만 매달리기에 시간이 촉박해 ‘기본 시나리오’에 대한 검증만 반복하게 된다.'는 공통된 문제가 도출되었다. 즉, ‘예외 시나리오’에 대한 [설계 → 환경세팅 → 검증]을 하기 힘들다는 것. 그래서 다음 주 마일스톤 회고 미팅 때는 이 문제에 대한 액션 아이템을 도출할 듯하다. (현재 QA를 기획팀, 개발팀이 나눠 분담하고 상황이다.)


이외에는 다들 이번 검증 주간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개발자가 개발 검증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고, 그들이 기획서와 기획 배경에 보다 몰입해서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것이 좋기는 힘들지만 보다 부드러운 근무 환경을 만들 때 서로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은 큰 메리트인 듯하다.



#5 33주 차 KPT

#회고 #성찰 #KPT


[KEEP]

1. CX팀으로부터 접수된 버그를 누락 없이 처리했다. (There were no idle works!)

2. 예상 완료일자보다 빠르게 기획을 완료했다.

3. 저번 주 액션 아이템을 모두 해치웠다.

  - 개인 노션의 레퍼런스 및 아티클 수집 페이지 개선 완료 ☞ https://bit.ly/roy-share-articles

  - 회고 DB를 활용한 텍스트 분석 완료 https://brunch.co.kr/@327roy/54


[Problem]

진행 중인 프로젝트 하나가 형상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다.

고객에게 전달할 비즈니스의 가치가 경영진들과 컨센서스가 맞추기 힘든 상황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즉, Why, What이 충분하지 않으니 How를 정할 수가 없는 상황. 다가올 철야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Try]

다음 주에 시도해 볼 액션 아이템은 아래 정도로 선정했다.


1. 기능별 기획 컴포넌트 샘플 제작

2. 피그마 기획서 Description에 대한 이해관계자 인터뷰


ⓒ 327r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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