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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와 알렉산더 Feb 06. 2024

아직 퇴근시간대가 오지 않은 시간의 마을버스

2월 7일

젊지도 늙지도 않은 여자가 버스에 오른다 빈 자리가 많았지만 여자의 손에는 빈 자리가 없다 왼손에는 삶처럼 크고 무거운 장바구니가 오른손에는 삶보다 크고 무거운 작은 손이 있다 아이는 빈 자리에 엄마와 나란히 앉는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여자가 버스에 오른다 버스 운전사는 남자아이에게 오른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미소를 짓는 남자는 죄를 짓는 남자다 적어도 남자의 생각에 따르면 그렇다 떠날 때까지 잘해드리지 못했다 미소를 짓는 남자는 짧은 순간 죄책감으로 집을 짓는 남자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여자가 버스에 오른다 맨 뒷줄에 앉은 아직 젊은 여자가 젊지도 늙지도 않은 여자를 바라본다 아직 젊은 여자는 산부인과에서 집에 돌아가고 있다 이 아이도 저 아이처럼 내 손을 꼭 잡겠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내 오른손을 아직 젊은 여자는 생각한다 여전히 두렵지만 어쩐지 행복할 거라는 예감이 들어 아직 젊은 여자는 빙긋이 웃는다 젊지도 늙지도 않는 여자가 빙긋이 웃는 아직 젊은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 아직 젊은 여자의 아직-젊음을 젊지도 늙지도 않은 여자가 부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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