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변화
10년 전 은평구 고아원에 봉사를 다닌 적이 있었다. 그곳은 3~4세의 영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수백 명의 아이들이 있는 규모가 큰 고아원이었다. 그곳의 시작은 6.25 전쟁 때 부모를 잃은 고아들을 돌보던 가톨릭 신부님의 뜻을 이어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놀랐던 것은 지금은 전쟁도 아니요, 가난한 시절도 아닌데 그렇게 많은 고아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전국의 고아원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돌봄 없이 평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고아원'이라 지칭하지 않고 '아동복지시설'로 지칭하겠습니다.)
나는 자원봉사 교육을 받고 영아반에 봉사를 하게 되었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영아들 10여 명이 한 반이 되어 생활하고 있었다. 반은 여러 개가 있었다.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들은 주. 야간으로 교대근무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선생님을 '엄마'로 불렀다. 엄마 한 사람이 온전히 한 아이를 돌보고 사랑을 주어도 모자랄 판에 네 명의 선생님이 10여 명의 아이들을 주야로 양육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가서 할 수 있는 일은 몇 시간이나마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뿐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사랑에 목말라 있었다. 엄마(선생님)를 자기의 엄마로 차지하고 싶어 했다. 온전히 사랑받기를 원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보통의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서 나름의 사회생활을 하고 나면 자신을 품어주는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산다. 그러나 이곳의 아이들은 돌아갈 집이 없다. 24시간이 사회생활이고, 경쟁(애정과 장난감을 차지하기 위한)의 시간이었다.
봉사자가 아이들이 안쓰럽다고 업어주거나 안아주면 봉사자가 가고 난 다음에, 남는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서로 안아달라고 해서 힘들어진다고 한다.
나는 특별히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어, 아이들의 이름을 적어서 기억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얘들아"가 아닌 이름 하나하나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힘들어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거나 혼을 내면 옆에 가서 보듬어 주었다.
그곳의 봉사를 다니면서 뉴스에서 친부모들이 아이들을 학대하고 학대로 인해 죽는 상황까지 가는 것을 전해 들으면서 차라리 그런 부모에게 키워지는 것보다 사회의 보호아래 자라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은 다를 것이다. 못난 부모라도 나의 엄마, 아빠가 있는 것이 낫다. 그 마음은 단지 물질적 풍요가 아닌 나의 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는 정신적 사랑의 무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가족의 형태는 어떠할까. 그 사랑의 무기는 혈육관계가 아니더라도 맺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사회의 가족 형태는 혈육관계와 더불어 또 다른 형태의 다양한 가족으로 점차 변화되어 가고 있다. 미혼부°모, 이혼부°모, 재혼부모, 입양부모, 위탁부모 가족등 혈연이든 입양이든 의부모든 가정 안에서 서로 진정으로 위해주고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혈육관계보다도 더 끈끈하게 맺어질 수 있는 것이다.
부모에게 버려진 것도 가슴 아픈데, 아이들이 평생을 의지할 곳 없이 혼자서 살아내야 한다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미성년의 나이가 끝나면 아이들은 고아원을 나와야 한다. 혼자 독립해야 하는 것이다. 퇴소를 하면서 정착금이나 월 자립수당, 주거지원비, 각종 보조금을 받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혼자서 해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반 청년보다 고아원을 나온 청년들의 자살률이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연히 그룹 '삼성'에서 시설퇴소 자립청년사업(희망디딤돌)을 '사랑의 열매'와 함께 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돌보는 많은 단체들이 있겠지만, 삼성이라는 대기업에서 그러한 사업을 추진하고 조직적으로 협업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다. 그것은 시민과 정부에서 하기에는 부족한 것을 대기업에서 뜻을 가지고 하고 있는 것이기에 의미와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청년들도 그 사업의 혜택을 받는다면 '삼성'이라는 네임밸류에 안정감과 든든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주식을 살 때도 삼성 주식을 관심 갖게 되네요!)
지금의 사회는 입양가족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지 않다. 2026년 올해부터 정부가 해외입양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공적입양체계로 전환하여 위탁가정 지원과 권한 확대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의 의지가 표명된 만큼 우리도 함께 변화하면 좋겠다. 주변에서 만나는 입양가족이나 위탁가정에 대한 편견을 깨고, 아동복지시설을 퇴소하여 소외된 청년들을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한국 사회가 다 함께 의지하며 살 수 있는 하나의 공동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