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노벨 음악상(!!!)

by 조은주

초등 5학년때 친구집에서 TV로 조용필을 보면서 신기해 했던 적이 있다. 그런 뒤로는 조용필이라는 가수에 큰 감흥은 없었다. 워낙 많은 가수들이 나왔고, 다양한 종류의 노래들이 유행했기 때문이다. 내가 초등학생 시절에 조용필이 한창 유행했으니, 그 시대에 중고등학생들, 즉 나보다 앞선 세대가 조용필의 광팬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기도하는~~~'으로 노래를 시작하면 "캬아~악"을 외치던 '비련'이라는 노래에 극성팬들이 바로 그 세대들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여학생들에게는 조용필은 '오빠'이면서 '신' 같은 존재였다. 내가 고등학교 때 졸업을 하고 유명한 대학을 간 선배가 학교에 방문하여 자신이 조용필 때문에 힘을 얻어 공부를 열심히 하여 대학을 갔다고 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나와 같은 반 친구도 외국 가수를 좋아하여 팝송으로 영어를 잘하게 된 친구도 있었다.


이렇듯 한 시대의 유명 가수가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조용필이 멋지다고 느껴지지 않던 예전에는 대중가수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고작 노래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일시적 현혹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조용필이라는 가수는 50년의 세월 동안 주옥같은 가사에 현란한 멜로디를 직접 만들며 변함없는 자신의 본분을 지켜온 사람이다. 그의 일관성 있는 모습에 저절로 존경의 마음이 생긴다. 그는 75세가 된 나이에도 매일 연습을 하기에 목소리에 변함이 없다고 한다.


2022년 나는 조용필의 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을 보러 갈 때도 오랫동안 좋아하는 가수라기보다는 조용필이라는 가수의 공연은 예의상으로라도 목도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많은 광팬들이 모였다. 그들은 조용필을 울부짖기에 정신이 없었다. 왜냐면 청춘시절 너무나도 사랑했던 가수이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에는 냉정하게 공연을 들으려고 하였지만, 나도 모르게 주옥같은 노래가 나오자 공연을 즐기게 되었다. 공연은 화려했고, 익숙한 노래들은 나를 감동시켰다. 그리고 조용필의 침착하면서 안정된 멘트는 거장의 아우라를 느끼고도 남았다.

<2022년 11월 26일 올림픽체조경기장 조용필콘서트 장면>


2025년, 광복 80주년 기념으로 KBS에서 조용필의 공연을 TV로 중계해 주었다. 화려한 무대와 음향, 남녀노소를 불문한 팬들의 모습, 그리고 조용필. 나는 비록 현장에 가지 못했지만 집에서 흥분된 마음으로 시청을 하였다.


조용필은 2024년에 20번째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1979년 1집을 발매 후 197곡의 노래를 발표한 것이다. 1976년 '돌아와요 부산항에'란 곡으로 데뷔해 50년의 가수 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도 그는 곡을 쓰고 노래를 매일 연습하는 가수로써 성실 그 자체이다. 그것은 보지 않아도 완성되어 뿜어나오는 그의 콘서트에서 느낄 수 있었다.


미국에 밥 딜런이라는 포크가수가 있다. 그는 2000년 폴라 음악상(스웨덴 왕립음악원에서 주관하는 음악인에게 주는 상,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모두 포함)을 받았고, 201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노벨문학상을 받을 당시는 가수에게 노벨상을 준다며 비웃음도 많이 받았다. 그래도 긴 세월 동안 끊임없는 노력과 시대정신을 노래한 가수이기에 모두가 인정하였다.


한국의 밥딜런을 찾으라고 한다면 가왕 조용필이다. 그는 한국대중음악의 지형을 새로 그린 예술가이자, 한 세대의 감정을 노래한 시인이었다. 물론 그는 작사를 한 것은 아니다. 조용필은 작곡가이므로 그에게 노벨 음악상이라 불리는 폴라 음악상 정도는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노래 중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향수의 노래이자 분단의 시대를 은유한 시였고,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사랑을 넘어 인생의 회한을 담은 철학이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인간의 고뇌를 서술과 독백형식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슬픈 베아트리체'는 문학가의 사랑을 표현한 애절한 러브레터이다.

그의 노래에는 삶의 무게와 인간의 따뜻함, 그리고 세대의 상처가 서정적으로 녹아 있다. 밥 딜런이 미국 사회의 영혼을 대변했다면, 조용필은 한국인의 심장을 노래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노래는 가슴에 오래 남아,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공감을 얻는다고 생각된다. 그러기에 나 또한 그를 기억하고 사랑하게 된 것이다.


시대를 아우르며 50년을 넘게 노래로 대중과 소통하고 대중문화의 한 획을 그은 조용필은 가요계의 진정한 가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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