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낭만은 어디에 있나요?

by 여행하기 좋은날

"신문에서 작금을 낭만의 시대라고 하더이다.

그럴지도. 개화한 이들이 즐긴다는 가배, 블란서 양장, 각국의 박래품들, 나 역시 다르지 않소.

단지 나의 낭만은 독일제 총구 안에 있을 뿐이오."

<미스터선샤인> 고애신의 대사 중




드라마 대사 속 '낭만'이란 단어 하나에 이미 내 심장은 하늘로 날아간 것처럼 요동친다.

낭만이란? 국어사전에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성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로 정의된다.


내 낭만은 무엇일까?

중학교 3학년 때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배가 고파서 친구와 라면을 먹으러 갔다. 우린 그때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날 대화는 조금 더 먼 미래에 대해 이야기 했다.


"대학에 가면 인도로 배낭여행을 갈 거야" 친구가 말했다.

"배낭여행?"


그 당시 여행은 일상적인 단어는 아니었다. 놀러 간다는 말이 익숙했기 때문에 여행이란 말은 굉장히 낯설었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아닌 인도에 간다는건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더욱 대단해 보였다.

점촌 인근에는 예천 비행장이 있었고, 서울, 제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시골 마을에 생긴 비행기장이라 지역 사람들이 많이 이용했지만, 그 기회가 아이들에게까지 닿지는 않았다. 비행기를 탄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막연하게 타고 싶다는 생각도 가졌다. 다른 나라로 가기위해선 예천비행장에서 서울을 거쳐 가야 했기 때문에 꽤 힘든 여정이었다.


그날 친구가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는 말은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하는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 꿈을 가진 친구는 어떤 기분일까? 걱정보단 부러움이컸다. 여행에 대한 설렘,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함이 내 가슴깊이 남았다. 나도 비행기를 타고 여행 갈 수 있겠지?

그날 이후 비행기를 탄다는 건 내겐 꿈 같은 일이었다.

성인이 되고 혼자하는 여행은 생각할 수도 없어서 함께 나눌 친구들을 찾아 나섰다.

2005년 난생 처음 제주도에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스팔트가 깔린 활주로를 달리는 비행기의 떨림만큼 내 심장도 떨렸다. 이륙하는 순간 '우와'라는 짧은 탄성이 나오고 세상에 나만 있는 듯 조용해졌다.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은 미니어처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항공사 로고가 찍힌 종이컵에 마시는 음료와 무릎담요를 몸에 걸치니 비행기를 타고 있다는게 더욱 실감 났다. 어딘지 알 수 없는 산과 들을 지나고 바다를 건너 제주도에 도착했다.


꿈 같은 일은 겪은 이후 비행기는 내 가슴속에 더 크게 자리 잡았다. 그 안에서 먹는 기내식과 TV를 보며 맥주를 마시는 시간을 보내면 원하는 어느 곳이든 데려다주는 비행기에 내 낭만이 있다.


예전엔 손에 잡힐 것 같지 않던 것을 현실에서 마주하고 있지만, 내 가슴은 여전히 두근 거린다.

20대부터 40대까지, 아니 60대, 70대까지 가슴 두근거리는게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가슴 두근거리는 당신의 낭만은 어디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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