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덧 식당도 자리를 잡고, 나만의 단골손님도 늘어나 있었다.
양념게장은 여전히 감칠맛이 떨어졌지만, 뒷맛이 깔끔하다며 좋아하는 손님들도 늘어났다.
식사 후 주방을 향해 큰 소리로 "맛있게 잘 먹고 갑니다"라고 한다거나 "다음에 또 올게요"라고 일부러 말씀해 주시는(경험상 진심으로 맛있게 먹어야만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분들도 많아졌고, 맛있게 드시고 기꺼이 나의 단골이 돼 주신 분들은 자발적으로 입소문도 내주셨다.
2년의 시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결과였다.
그렇지만 나는 많이 지쳐 있었다.
매일 꽃게장을 새로 손질하고, 양념을 만들고, 육수를 끓여내며, 눈 뜨면 다시 식당으로 가고, 집에 가서도 식당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적자가 나는 달은 남편에게 빌려 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생겼다.
일이 많을 땐 몸이 너무 힘들었고, 손님이 적은 날은 마음이 힘들었다. 남편 입장에서도 몇 달 걸러 한 번씩, 돌려받지도 못할 돈을 빌려주는 척하느라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
고집스러운 성격 탓에 남보다 더 좋은 재료를 쓰고도, 손님들에게는 내 마음에 만족스럽지 않은, 더 맛있는 양념게장을 내놓을 수 없어 금액을 올려 받지도 못했다.
맛에 자신은 없는데 가격만 올린다는 건 내 자존심을 내려놓는 일 같았다.
적자가 나면 돈을 빌릴 곳은 남편밖에 없는데, 그래도 더 좋은 재료를 보면 욕심이 나서 그 재료를 고집했다.
지금도 남편에게는 제일 미안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꽃게만의 문제가 아니었기에 식재료를 거래하는 단골 사장님이 결국 안타까워하며, 이런 것만 계속 쓰다가는 단가가 맞지 않아 결국 망할 거라고 한 것이다.
그분은 전 사장님과도 거래하는 분이었는데, 전 사장님이 식당 할 때, 이곳에서는 식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식당의 위생상태나 싱싱한 재료를 쓰는지의 여부도 이 분들이 직접 주방까지 들어와 정리를 해주고 가기 때문에 제일 잘 아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식당들은 이렇고 저렇고 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제일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도무지 다른 사람의 눈을 무서워하지 않는 식당 주인들이다.
자신의 식당에 자부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위생상태가 엉망이라서 가기 싫다는 소리는 듣지 않게 관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식당을 했으면 좋겠다. 결국은 두 손 들고 그만둔 내가 할 소린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2년 넘게 버티던 식당을 미련 없이 접기로 마음먹었고, 하기로 결정했던 것만큼이나 빠르게 행동으로 옮겼다. 그 주 목요일에 남편에게 말하길 "이번 주 목요일까지만 장사하고 그만둘 거야. 나 이제 그만하고 싶어"라고 했다. 남편은 언제나처럼 별다른 말없이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 주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그만두길 바라는 마음이 컷을 것이다.
나는 단골손님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으로, 아쉬워해 주심에 감사하며, 토요일 점심장사로 마지막 영업을 끝냈다.
앞치마를 벗고 가게 문을 나서자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를 마중 나와 있었다. 온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아내를, 엄마를, 온 마음으로 환영해주었다.
이제 게장은 집에서만 아주 가끔 담아봐야겠다.
추신: 집에서 만든 양념게장이 성공하면 2탄으로 다시 돌아올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