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시길.

by 윤영


언니라는 사람이 다녀가고 난 후 나는 뭔지 모를 불안감이 었다. 자신의 언니가 우리 식당에 다녀간 걸 알게 되면 한 번쯤 궁금해서라도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무례하고도 거침없던 그녀는 전 사장님의 치부를 낱낱이 밝히고, 올 때 그랬던 것처럼 또 갑자기 가버렸다. 내가 아니어도 저런 성격이면 본인 입으로 여기 다녀간 걸 말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전 사장님이 찾아왔다.


누군가에게 죄를 짓고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은 두 다리 쭉 뻗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까?

전 사장님이 찾아왔을 때 알게 된 사실은, 적어도 이 사람은 그렇질 못했구나였다.

불과 몇 달 만에 저렇게도 망가질 수 있구나를 보여주려고 온 것 같았다.

불안한 눈빛과 어색한 표정을 하고, 비니 모자를 쓴 전 사장님을 보는 내 마음은 정말 착잡했다. 그렇게 젊은 부부를 속이고 힘들게 하더니 이건 또 무슨 새로운 쇼란 말입니까?라고 외치고도 싶었다.




직접 찾아가서 따져 묻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제 발로 찾아왔는데도 그냥 돌려보내다니 나는 어디가 모자라도 한참은 모자란 것 같다. 여기서 변명을 해보자면 결국 그분과 나는 고수와 하수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전 사장님이 비니 모자를 쓰고 나타났을 때, 한마디 따지기는 커녕 이게 무슨 일이시냐고, 왜 얼굴이 안 좋은 거냐고, 건강안부를 묻는 일 외엔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친정 엄마가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암이라고 하는 병이 드라마에만 나오는 병이 아니란 걸 알게 됐었다. 알고 보니 사방 천지에, 게다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흔하디 흔하게 존재하는 병이 암이라는 병이었다. 전 사장님은 바로 그 암 때문에 많이 아픈 상태라고 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돼버렸다고, 자신의 입으로 나에게 잘 못해서 벌 받았나 보다고 했다.

참 씁쓸한 인생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시골로 내려갈 거라며 내게 상처 줘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언니가 다녀갔던 것처럼 렇게 가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난 후 많이 좋아졌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을 반성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프로필 사진을 보니 얼굴표정도 많이 부드러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을 오래 미워한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도 무척이나 힘든 일이 될 거라 생각한다.

나는 나를 위해 그분을 용서하고 꼭 다시 건강해지기를 소망했다. 누구든 건강을 잃고 힘들어하는 일은 없를.



나를 힘들게 했던 그분을 마음속으로 미워하고 원망도 했지만, 이렇게 쉽게 용서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인생이 또 참 재미있는 일 투성이었다.

전 사장님이 다녀간 뒤, 절대 그만둘 리 없는 직원이 사표를 냈다. 식당일이 너무 힘들면 생기는 게 암인 것 같다며, 그 사장님처럼 될까 봐 무섭다고 했다. 건강을 생각해서 조금 더 편한 일자리를 찾겠다는 직원을 누군들 붙잡을 수 있겠는가? 어찌 보면 전 사장님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끝까지 내 인생에 한방을 날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