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꼽을 때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영화 중 하나인 '사운드 오브 뮤직', 게다가 세대를 달리하는 딸내미와도 Favorite Movie 리스트에 공통으로 선택되는 영화. 사실 이 영화는 나의 세대도 아니고 나의 부모님 세대 영화이니 사실 세대를 거쳐 사랑받는다는 놀라움이 더 크다. 물론 '도레미송'이라는 글로벌 동요 같은 곡이 있기는 하지만 그거 하나로만은 말할 수 없다.
영화 얘기는 차츰 해 나가도록 하고 불이난, 아니 연기가 난 차를 무사히 다른 차량으로 바꾸고 나서 빈에서 일정을 보내고, 유일하게 한 곳 더 숙박을 하기로 정한 곳인 잘츠부르크로 향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잘츠부르크이지만 나를 더 끌어들인 것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였다. 폰 트랩 대령의 아들 딸 일곱 남매의 가정교사로 들어간 전직 수녀 마리아!
잘츠부르크 가는 길에 글린 그문덴(좌) 그리고 잘츠부르크 숙소(우)
빈에서 잘츠부르크까지 운전, 대략 3시간 소요
빈에서 잘츠부르크까지는 3시간 정도 소요되었는데, 역시 시내 운전보다 고속도로가 편하기는 한데 흰색 중앙선, 간혹 점선으로 되어 있기도 한 흰 중앙선은 여전히 간혹 혼란과 불안함을 주기는 했다. 또한 약간 낯설었던 회전 교차로, Round-about은 점점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여러 웹사이트 안내와 책자에서 본 내용대로 고속도로 진입 전에 숙소 근처 편의점에 들려 고속도로 통행권을 구입하여 차량 앞 유리에 부착했다. 어떻게 확인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유럽에서 늘 그렇듯이 검사를 잘하지는 않지만 한 번 걸리면 벌금이 몇십 배이기 때문에 다들 자율적으로 잘 지키는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진입한 잘츠부르크. 예전에 배낭여행 때 모차르트 생가를 들렸으니 이번에는 생략하는 것으로 하고 바로 폰트랩 대령과 마리아 찾기에 나섰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촬영지를 투어 하는 버스가 있다고 했다. 사실 각각 지역을 찾기가 어려웠고 다 가 볼 수 없었기에 버스를 이용할 것 그랬다나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마리아 정신, 즉 자유와 진심, 열정의 마음을 품고 하나씩 찾아가는 고생과 기쁨을 느껴본 것도 나쁘지 않았다.
"The hills are alive~ with the sound of music~"산 정상에서 자유로이 'Sound of Music' 영화 제목과 동일한 제목의 노래를 부르다가 수녀원 종소리에 급하게 뛰어가는 선머슴 같은 젊고 자유분방한, 하지만 자신의 마음속 소리와 주변 사람들에 항상 진심인 마리아의 모습, 그리고 그런 마리아에게 용기를 북독아 주고 하고픈 모든 일을 하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원장 수녀님이 불러주는 'Climb every mountain' 모습과 노래를 떠올리며, 흥얼거리며 우리는 마리아가 가정교사로 들어가기 위해 찾아가는 폰트랩 대령 저택을 우리도 찾아갔다. 어김없이 이때도 마리아는 자신에게 스스로 용기를 내도록, 당당히 임하도록 노래를 부르며 가는데 그때 부르는 노래가 'I have confidence!' 그래 나도 자신 있다. 나는 자신 있게, 부끄러워하는 와이프와 딸내미를 멀리하고 마리아의 모습을 따라 했다.
미라벨 정원에서의 도레미송, 프론부르크궁 앞에서의 춤사위
다소곳한 모습과는 거리가 먼 발놀림과 손에 든 가방과 기타, 나에게 가방과 카메라만 있었던 게 안타까울 뿐, 어디 주변에 기타를 갖고 있는 분이 있나 찾아보기도 했다. 신나는 설렘 그리고 기대, 하지만 엄할 것 같은 대령의 집안과 일곱 남매 아이들,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 이 모든 것을 한데 엮어 자신감을 더 넣어 춤과 노래를, 신나는 발걸음을 하는 마리아의 마음으로 나도 발걸음으로 장단을 맞췄다.
이후 영화는 마리아와 아이들이 가까워지는 모습, My Favorite Things를 부르며 친해지는 장면, 첫째 큰 딸의 막 시작한 사랑과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공감하며 불러주는 Sixteen Going on Seventeen, 함께 멋진 인형극 공연을 하는 'The lonely goaterd', 파티에 초대한 손님들과 멋진 연회장을 뒤로하고 잠자리에 들러 아쉬운 발걸음을 떼는 일곱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 'So long, Farewell' (이 Performance는 나중에 독일군의 눈을 따돌리고 오스트리아를 떠나는 탈출 장면에서 다시 사용된다), 그리고 무섭기만 하고 딱딱한 말투의 폰트랩 대령이 부드럽게 부르는 'Edelweiss' (이 곡도 너무 유명하여 잘 알고 있는 곡이지만, 마지막 공연에서 나라를 잃은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폰 트랩 대령 노래에 맞춰 함께 부르는 게 마치 우리네 아리랑과 같은 감정선이라고나 할까. "Edelweiss, Edelweiss, Bless my home land forever" 마지막 노랫말은 어릴 때 아름다운 꽃노래로 부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어쨌든 기승전-도레미송, 노래 얘기를 하기 위한 서두가 길었다. 어릴 때 도라지의 도, 그리고 레는 레코드의 '레'인지 레몬의 '레'인지 다투기도 했고, '시'가 Tea(Drink with jam and bread)로 발음되는 것에 대한 놀라움, 영어에서는 라디오가 안되었는지 그냥 '솔' 다음의 '라' (Note to follow Sew) 정도로 표현된 것에 대한 아쉬움 등이 있던 그 노래. 안 그래도 아름다운 미라벨 정원의 계단에서 아이들과 부르는 모습은 꼭 재현을 해보지 않고는 그냥 갈 수 없었다. 앞서 프론부르크궁 앞길과 달리 미라벨 정원에는 관광객이 많았기 때문에 더 많은 용기와 얼굴의 철판이 필요했다. 주변에 일곱 남매는 없었지만, 그리고 너무 부끄러워 서두르는 바람에 철저한 고증을 거치지 못해 좌우 손이 바뀌었지만, 마리아의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 표정과 손가락과 달리 어색한 웃음과 셀카봉이 들려진 손이었지만, 너무 만족스러운 사진이었다. 물론 나 혼자만의 만족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