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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냥이 Nov 18. 2023

술, 술, 술!!!!!

그날 우리 집에서 놀던 3명 그리고 너, 기억한다 내가.

처음 연애부터 이혼까지 20년간 지독히도 싸웠다. 


싸움의 원인 중 반은 술이었고, 반은 시어머니였다.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남편을 잘 달래서 재우던 20대, 지독히 싸운 30대를 지나왔다. 40이 넘어가니 싸우기도 귀찮았다.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전남편의 생활엔 변화가 없었다. 거의 매일 술에 취해 늦게 들어왔다. 


아빠는 엄마와 살던 집에서 매일 울며 보내셨다. 엄마의 흔적이 가득한 그 집에서 일주일을 보내신 후, 아빠는 여동생네 며칠 가야겠다고 말씀하셨다. 좋은 생각이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어 아이들도 함께 가 있기로 했다. 12월 24일, 아빠와 아이들이 먼저 가고, 나는 일 마치고 뒤따라 가기로 했다. 하루 밤 자고 오겠다고 하니 남편도 그게 좋겠다고 했다. 내심 같이 가자고 하지 않는 남편이 서운했지만, 서운하다는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


동생집엔 방이 세 개다.  그땐 조카들이 아직 어려 네 식구가 안 방에 모여서 잤다. 제일 작은 방은 옷방으로 쓰고 우리가 잘 수 있는 방은 하나였다. 우리 아이들이 방을 차지했고, 아빠는 거실에 자리 잡으셨다. 아빠와 나까지 잘 곳이 마땅치 않았다. 집에 가서 자고 돌아오는 날 다시 와야 하나....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여서, 조용히 쉬고 싶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취한 듯한 남편은 집이라고 했다. 코로나가 심해 술집이 9시까지 해서 일찍 들어왔다며 강아지와 노는 중이라고 했다. 아이들과 시간을 조금 더 보내고 집으로 출발했다. 10시 즘 집을 나와 집으로 가는 내내 울었던 것 같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엄마 없는 세상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았다. 


겨우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었는데, 낯선 신발들이 보였다. 집 안에서 분주한 소리가 들렸다. 


"뭐야?"  꾸며낸 고상한 척하는 물음.


설마 사람들을 불러서 놀고 있는 거야?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래도 사람이면 장모 돌아가신 지 일주일 만에 크리스 마스가 그렇게 신날 일인가? 믿을 수 없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니 어색한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어색하게 서 있었다. 쭈뼛거리며 서 있는 그 사람들을 바로 보지 못했다. 내 눈은 경멸을 쉽게 들킨다. 감정을 속이지 못하는 눈을 감추며 일어나지 조차 않는 남편을 내려다보았다. 


"어, 어, 지금, 이제, 가려고 했어."


혀가 꼬일 데로 꼬였다. 


이런 망할 상황이 내 집에서 기다릴 줄 생각이나 했을까. 싸울 힘도 없던 나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가는지 번호기 잠기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조용히 씻고 몸을 눕혔다. 집이 떠나가라 코를 골며 자는 남편 입에서 썩은 내가 진동했다. 이 사람에게 우리 엄마는 그냥 아는 아줌마구나. 대체 이 사람은 나에게 무엇일까. 나는 이 사람에게 어떤 존재일까. 쉬려고 돌아온 집에서 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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