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해? 말어?

결혼을 결정하기 전에 확인할 것_ 가치관

by 꿈꾸는 냥이

내 친구 S는 딸 하나를 키우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작고 귀여운 S의 남편은 180이 넘는 장신에 한 덩치 하는 사나이라고 한다. 사이좋은 커플을 보면 씁쓸하지만 기분은 좋아진다. '씁쓸'은 왜 느껴지는 모르겠다. 아주 째끔 부러운가 보다. 최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S의 남편은 그녀의 '첫사랑'이다. OMG!!


"헐~~ 왜 그랬어~~"라는 나의 반응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1. 에그~ 세상의 반이 남잔데!!!

2. 어머나~ 첫사랑이 정말 이루어지는구나~ 게다가 잘살고 있다니 부럽다 지기배~


두 번째 남자 친구와 결혼한 것에 대해 억울하다 어쩐다 했던 이유는 연애의 횟수 때문은 아니었다. 두 번째 연애를 할 나이면 20대 초반인데, 전두엽도 완성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결혼을 결정했다는 게 맘에 안 들었던 거다. 난 그때나 지금이나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가치관'이란 삶을 살아가는 '태도'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혹은 달달한 연애 중이라도 서로의 가치관 점검은 필수다. 찰떡 같이 일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지향점이 서로 다르다면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시간이다.




먼저, 스스로 무엇을 중요한 가치로 두는지를 알아야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니 찾아보자.


가족 / 결의 / 겸손/ 경제력 / 공정 / 관용

근면 / 기쁨 / 기지 / 꿈 / 끈기 / 나눔

노력 / 단정/ 도움주기 / 도전 / 독립성

독창성 / 명예 / 모험 / 목적의식 / 배려

봉사 / 변화 / 이끎 / 사랑 / 신중 / 성실

성장 / 성취 / 소신 / 신뢰 / 신앙 / 아름다움

안락함 /안전 / 야심 / 열림 마음 / 열정

예의 / 용기 / 용서 / 우정 / 유능 / 유연성

이해 / 인내 / 인정 / 자신감 / 자율 / 자존감

잠재력 개발 / 재미 / 전문성 / 절도 / 정돈

정의 / 정직 / 조화 / 존중 / 주인의식 / 중용

즐거움 / 지성 / 지혜/ 진실 / 창의성 / 책임

청결 / 초연 / 충직 / 충직 / 친절 / 탁월함

평등 / 평온 / 평화 / 학습 / 헌신 / 화합



[ 내 삶의 가치 찾기 ]


1. 살면서 이건 지켜야지 하는 것 10가지를 찾는다.

2. 이것만은 포기할 수 없는 5가지를 고른다. 이때는 하나씩 덜 중요한 것을 5개 버린다.

3. 이제 5개가 남았으면 순위를 정해 본다.

4. 1-3순위를 적고 그 옆에 그 단어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5. 끝



'냥이 작가'의 가치관 우선순위는 이렇다.


1순위 : 존중 - 선 넘지 말 것! 내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건, 응당 그래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깊숙한 욕구를 들여다보면 존중받고 싶어서가 크다. 내 영역에 대한 존중이다.

2순위 : 균형 - 일방적인 희생이나 불균형은 못 참겠다. 기브 앤 테이크가 아름답다.

3순위 : 성장 - 세상 모든 일엔 배울 점이 반드시 있다. 배울 점을 스스로 찾아내지 않는 사람은 힘들다.



내가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 고르기 어렵다면, 무엇에 불편해지고 참기 어려운지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다. 나의 오래전 실패한 소개팅을 떠올려보면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첫 번째와 연애가 끝나고 소개팅이란 걸 했다. 그것도 무려 세 번이나! 주선자는 교양과목을 같이 들었던 기계과 오빠였다.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소식에 눈이 반짝이던 오빠는 기계과 조교 언니의 소개팅할 여자 없냐는 질문에 나를 팔아넘겼다.


오빠는 친절하고 온화한 얼굴로 "부담 갖지 말고 그냥 밥 먹으러 가자."라고 했다. 팀 과제의 조장을 맡고 있던 오빠였다. 안전하게 묻어가려면 그 오빠에게 매우 잘 보여야 했던 나는 무조건 오케이였다. 어쩌면 이별의 아픔을 잊게 해 줄 운명의 상대를 만날 수도 있을 터였다.




#1. 기계과 대학원생 오빠(26세) / 나(21세)


기말고사가 얼마 안 남은 겨울, 첫 번째 소개팅을 했다. 무려 5살이나 많은 '아저씨'는 입만 열면 썰렁한 개그를 시도했다. 많이 긴장했는지 목소리도 움직임도 로봇 같았다. 우린 학교 근처 무슨 파스타 집에서 봤는데, 그 집 치즈 오븐 파스타는 정말 맛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후식이 나왔다. 그리고 특별 게스트도 나왔다.


그 오빠의 호기심 많은 친구들이 소개팅녀를 보러 왔다. 껌을 든 두 남자는 "껌 사세요, 오백 원!"을 외치며 등장했고, 아예 눌러앉아 함께 놀기 시작했다. 오 마이 갓! 역시 아재들은 노잼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아재 개그를 늘어놨다. 지금 생각하면 겨우 스물여섯인 그들은 어쩜 그리도 아저씨스러웠던지..


그래서 그 소개팅이 지루했냐면, 'NO!' 난 아재 개그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다. 얼결에 시작된 3:1의 소개팅은 개그콘서트 라이브 방송으로 변했고, 난 어느새 전원주 웃음소리를 내며 끄윽 끄윽 웃고 있었다. 세 번의 소개팅 중 가장 긴 4시간을 보낸 즐거운 시간이었다.


소개팅을 한 다음 주는 기말고사 기간이었고, 바로 방학이 시작되었다. 소개팅남은 매일 전화를 했다. 전화는 귀찮고 부담스러웠다. 무엇보다 소개팅 한 번에 무슨 여자 친구 대하듯 하는 그 남자의 태도는 이따금 하는 통화도 불편하게 만들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밥은 먹었어?"

"네...."

"우리, 언제 볼까?"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난 많이 보고 싶은데."

"아니 무슨... 머가 보고 싶어요. ㅎㅎㅎㅎㅎㅎ"

"넌 아니야?"

"네.. 전 조금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

".........."

"ㅎㅎㅎ 나 차인 건가?"

"ㅎㅎㅎㅎ 아니 사귀었어야 차고 말고를 하죠. 우리가 머 그런 사이였나요?"

"나 혼자 착각한 거였나? 무슨 생각인지 알았다. 잘 지내고~"

"네~"


소개팅을 통해 만났지만 편한 사이로 연락을 이어갔더라면 어땠을까? 1주일 만에 이렇게 끝나버리진 않았을지 모른다. 한눈에 '이 사람이다'라고 심장이 쿵 신호를 보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과 의외의 순간에 사랑이 시작될 수도 있다.


'슬로 슬로 퀵 퀵'은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에도 필요하다.




#2. 장교 (27세) / 나 (22세)


그 새 해가 바뀌었다. 엄청 추운 1월의 어느 저녁 강남역에서 만났다. 놀랍다. 그날 먹은 식사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밥이 맛없었거나 지루했기 때문은 아닐 거다. 카페에서 보여준 그분의 매너가 너무 강렬해서 다른 건 다 희미해진 것 같다. (아니면... 치맨가...ㅠ.ㅠ)


지금은 아주 당연한 모습이지만, 22년 전 카페의 풍경은 과도기를 지나는 중이었다. 주문하면 자리까지 커피를 가져다주던 형태에서 직접 쟁반을 들고 자리로 가는 방식으로 변화 중이었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서빙을 직접 해야 하는 곳이었다.


마치 모든 계산은 남자만 할 수 있다는 듯 굳이 굳이 계산을 자처한 그 남자는 쟁반을 직접 들어야 한다는 말에 굉장히 놀라는 눈치였다. 훗. 머지 이 남자? 흠칫 놀라는 모습에 내가 더 놀라고 있는 데 직원에게 묻는다.


"이걸 저보고 옮기라고요? 나 이런 거 안 하는데.."


직원은 원래 그런 거라고 했지만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입을 다시 떼기 전에 얼른 대답했다.


"아~ 그러시구나~ 제가 들고 갈게요."


군대에서 중위라던가 자기는 쟁반을 나를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녜~녜~'


딱 저 때부터였다. 같이 있는 시간이 지루했다. 눈치도 없던 그 사람은 다소곳이 차를 나르는 나를 보며 흡족해하는 것 같았다. 이런..


"000 개봉한다는데 알아요?"

"아.. 네.. 그렇다던데요?"

"영화 보러 안 가요?"

"봐야죠. 재밌을 것 같던데"

"누구랑 보러 가요?"

"음.. 글쎄요. 아직 생각 안 해봤는데."

"난 알 것 같은데~" (히익.. 느끼했다.)

"잉? 난 모르겠는데요? (아 머래~ ㅡ.ㅡ 서.. 설마... 지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나랑 보게 될 겁니다!"


"네에?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 첫 번째 보다 더 심하다)"


그 사람은 내가 자신을 맘에 들어하지 않을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나친 자기애는 자존감이 아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면, 자신을 존중하는 만큼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할 테니까. "난 이런 거 안 하는데."라는 말속에 "난 이런 거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특권의식이 보였고, 제복이 잘 어울리는 그 사람의 매력을 0으로 만들었다.


'특권의식'을 가진 사람? 어우~ 정말 싫다.





나의 '망한 소개팅'의 키워드는 '존중'이다. 그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타인을 존중하지 않았고, 나 역시 밥이나 먹자고 그 자리에 나간 건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누군가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존중받지 못했다는 것만큼이나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삶에서 그리고 연애에서 누군가의 타인을 대하는 태도는 관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는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성과'를 또 다른 누군가는 '성장'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는다. 지금 관계를 고민한다면, 삶을 바라보는 태도인 가치관을 점검해 보면 어떨까?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관계를 계속 이어갈지, 아니면 멈추어야 할지를 결정하는 시간을 줄여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