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
"젯소를 칠하고 쌓으며 말리기를 반복...
레이어를 축적할 때 마다 파생되는 이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야기이다.
처음 릴리 작가와의 대화에서.
갑자기 나온 릴리작가의 세계관을 들으며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하는 멋진 작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홍성준 작가도 비슷한 세계관을 갖고 있는 듯하다.
공기의 Layer란 뜻이 궁금해서 홍성준 작가의 글을 찾아봤다.
미술을 잘 모르는 나는 최근 미술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소개글, 생각들을 읽을 때 너무나 공감하고 멋지다란 생각을 자주 한다.
무언가를(여기에서는 가치관을 뜻한다.) 나는 글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항상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을 해나간다는 것은 너무나 주관적이고 충분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따.
하지만 작품들을 보고 작가의 글을 읽으면 글로 표현하는 것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있는 듯하다.
레이어를 쌓아가며, 정리하고 표현하고 나타내고, 버리기도 하는 작업들이 전혀 무겁지가 않다.
그리고 소중함을 나도 느끼게 된다.
너무나 멋진 그림과 작가의 생각은. 탐날정도로 아름답다.
겹겹이 쌓아가는 삶이 두터워도 가볍게,
나의 여정이 모두 드러나게, 쌓여진 시간이 가치있게 단단하게.
하지만 구름처럼 가볍고 밝게.
지나가는 것들도. 보이지 않는 것들도 소중하게.
멋진 그림이었고 이야기하고 싶은 작가이다.
요즘 화실에서 소소하게 그림을 배우고 있다. 주변의 것을 기억하고 싶어서.
무엇보다 놀라고 있는 것은 쌤의 시각과 시선이다.
내가 보지못하는 것을 보는 쌤의 섬세한 시각, 그러면서 하나도 버리지 않는 모습,
나보고 보는 눈을 키우라고 한다. 표현하는 법보다!
여러번 겹칠을 해도 투명하고 맑게 표현하는 것을 알려주는 그 분은
세상의 멋진 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글>
홍성준은 캔버스를 하나의 장막으로 연출하는 레이어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무수한 선택과 갈림길, 그 안에서 축적된 편린을 아카이빙하며 작업을 지속했다.
작가가 눈에 담았던 도시의 풍경, 삶을 메운 시간과 공간의 기록을 과거-현재-미래로 연결한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다.
채택되지 못해 버려졌던 모든 비물질적인 존재를 상상하면서 그것을 부활시키는 과정은 앞으로의 작업을 나아가게 할 동력이 된다. 손끝에 닿을 수 있는 감각의 영역을 떠나 무한하게 펼쳐지는 시공간 안에서 무중력의 상태가 된 물질들은 전시장 안을 떠돌고 부유하며 비가시적인 것, 소멸한 상념들을 대변한다.
작가에게 감각으로 빚은 물질이란 어떤 의미였을 지 되새기며 투명하지만 보이는, 부드럽지만 손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곧 "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작가는 누군가와 대화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긴 시간 고민해왔던 부분이 명쾌해지는 날들이 있음을 상기하며 골몰하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방법으로 담화를 지향했다. 흐르는 시간을 멈출 수는 없지만 기록할 수 있는 것처럼, 수신인을 향한 편지, 불특정 다수에게 던졌던 이야기를 조합하면서 실마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