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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주 Jul 23. 2023

3. 방으로 확대된 아케이드

『아케이드 프로젝트 Ⅰ』, 발터 벤야민, 새물결

『아케이드 프로젝트』라는 책의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아케이드'는 쉽게 말하자면 백화점이다. 온갖 상품들이 나열되고 전시되는 공간이다. 자본주의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곳! 인간이 주체인지 사물이 주체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백화점, 마트, 각종 할인 쇼핑몰에 가보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욕망은 아주 단순하게, 단 하나의 같은 욕망으로 모여있다. 소유하고 싶다는 마음과 그것들을 자극하는 감각들이 계획적으로 전면에 배치된다.


발터 벤야민은 백화점의 설립과 더불어 역사상 처음으로 소비자들이 스스로를 군중으로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군중 안에는 개인의 개성도, 개인 간 관계성도 없다. 하나의 동일한 욕망으로 모인 집단의 구성원일 뿐이다. 거리의 군중과 마찬가지로 실내의 군중 역시 개인의 개성도, 개인 간 관계성도 없는 것 같다. 거리의 군중이 이제 실내의 군중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발터 벤야민이 이야기하는 아케이드를 보며 요즘 유행하는 '집 인테리어'가 떠올랐다. 나 역시도 자취를 할 때 가장 큰 로망을 가졌던 부분이 자취방 인테리어였다. 방을 꾸밀 때 멋지고 감각적인 물건들을 나열하고 배치하면서 우리는 그것들을 감상하고 만족을 느낀다. 그런 감각적인 방 안에 있으면 흡사 내가 멋진 옷을 걸쳤을 때, 명품 가방을 들었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이 든다.


재밌는 점은 '인테리어'와 관련해서 소비자들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공유한다는 거다. 그런데 계속 보다보면 이 방이 누구 방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같은 물건과 패턴의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런 이미지들을 보면 한편으로 허탈하기도 하다. 자신의 생활공간에서마저 자기 자신이 보이지 않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그것을 개성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거리를 두고 보면 동일성의 반복에 불과합니다.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읽으면서 이제 방들마저 아케이드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아케이드가 공적인 공간에서 사적인 공간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그 안에서 사물처럼 전시된 또 다른 사물이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전시된 사물들을 보며 같은 욕망으로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아케이드 내의 소비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장사와 교통은 거리의 두 가지 구성 요소이다. 그런데 아케이드에서 후자의 요소는 실제로는 죽어버렸다. 교통은 흔적으로밖에 남아 있지 않다. 아케이드는 그저 장사에 대해서만 추파를 던지는 거리로, 욕망을 복돋우는 것에만 몰두한다. 이러한 거리서는 교통이라는 체내 순환이 정지되기 때문에 상품이 아케이드의 양측 가장자리로 쏟아져 나와 마치 종양에 걸린 조직처럼 환상적인 방식으로 결합한다.

[아케이드 프로젝트1, A 3a, 7]




작년에는 친구들과 함께 지냈는데 이 대목을 읽고 친구들과 함께 살았던 공간의 인테리어가 떠올랐습니다. 우리의 비전은 '공부가 잘되는 공간'이었다. 가구와 사물의 배치를 비전을 고려해서 바꿔보았다. 인테리어가 끝나고 나서야 안 사실이지만 기존의 인테리어는 우리의 생활 동선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거다. 물건들을 테트리스 하는 느낌이었달까. 생활 동선과 심리를 고려하면서 배치를 바꿔보니 그제서야 '교통'의 구성 요소가 방에 다시 들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아케이드보다는 거주의 공간 설계가 된 것이다.


우리가 인테리어를 할 때 스스로를 먼저 배려해본 적이 있었을까. 그동안은 공간의 주인을 '나'가 아닌 물건으로 만들지는 않았을까. 우리는 밖에서와 다르지 않게 집안에서도 소비자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벤야민이 가져다주는 일상 속의 낯섦이 참 재밌다. 방의 인테리어와 사물들의 배치를 통해서도 우리의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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