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희양산코스
백두대간길은 어느 코스 하나 쉬운 곳이 없다.
거리가 짧으면 짧은 대로, 또 다른 고충이 있다.
이번 코스는
버리미재- 장성봉- 악휘봉 삼거리- 은티재 - 구왕봉- 지름티재-희양산- 매너미평전-은티마을까지 약 19km.
더위를 피해 새벽길을 택했다.
새벽 2시 30분 도착.
버스 안은 너무 추워 잠을 설쳤고, 몸은 이미 지쳐 있었다.
산에 오르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번 산행은 유난히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나와 한편은 아니었지만,
지난주 100km 옥스팜트레일워커에 참여했던 사람들,
그렇지 않은 사람들까지 중도 하차를 고민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나 역시 1.5km쯤 갔을 때
발바닥이 아릿하게 느껴왔다.
‘오늘 쉽지 않겠구나.’
구왕봉에 올라가니
사람들이 힘에 지쳐 여기저기 앉아 있었다.
누군가는 다리가 아프다고,
누군가는 힘이 다 빠졌다고,
누군가는 더 이상 걸을 수가 없다고
희양산은 올라가지 않고
포기하겠다는 말도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까지 와서 왜 중탈을 할까?'
그 이유는
그들을 지 몇 발짝 가지 않아서 알게 됐다.
희양산 가까이 가자
산은 더 이상 흙길이 아니고 바위’였다.
스틱을 접어 가방에 넣고
밧줄에 의지해 내려가야 했다.
수없이 많은 밧줄에 의지해 내려간 곳은 생각보다 넓고 평평한 곳인데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표지판이 하나 보였다..
안내문을 읽고 앞을 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 큰 바위 산 있었다.
‘저걸 어떻게 올라가지?
중간에 돌아가는 길이 있겠지.’
착각이었다.
돌아가는 길은 없었다.
약 150m를
밧줄 하나에 의지해 올라야 했다.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왜 중도탈락자가 많았는지
조심스럽게 올라가는데
밑에서 고성이 들렸다.
뒤따라오던 사람이 돌을 건드려
아랫사람 머리에 맞은 것이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밧줄 구간의 긴장감은 더 커졌다.
나는 먼저 올라가
뒤따라 올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힘들게 바위를 다 오르고 나니
능선이 열렸다.
흐린 날씨였지만
멀리 펼쳐진 풍경은 그 모든 고생의 값을 하고 있었다.
아름답다.
내가 백두대간을 좋아하는 이유다.
친구가 물었다.
“너는 헬스를 좋아하는구나?”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 백두대간이 제일 좋아.”
"마라톤도, 헬스도 그만둘 수 있지만
백두대간은 못 그만둬.
그건 못 하게 하면 병날 것 같다."
그날 함께 오른 사람들이
나에게 ‘철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일주일 전
100km를 걷고도 다른 사람들은 힘들어했는데
끝까지 완주한 걸 보고 붙여준 이름이었다.
나는 사양했다.
이미 그 이름을 쓰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마음속으로만 조용히 받았다.
사실 나는 타고난 체력이 아니다.
어머니는 44세에 나를 낳으셨고
나는 어려서부터 약한 아이였다.
운동신경은 있었지만
결국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중학교 때 운동을 그만뒀다.
그리고 40대 이후,
걷고 뛰기를 꾸준히 반복했다.
그렇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체력이 쌓이면서 정신건강도 단단해진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몸과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체력과 정신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라는 걸
나는 몸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