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버리미기재 → 곰넘이봉 → 대야산 → 고모치(고모샘) → 조항산 → 청화산 → 늘재
거리 : 16.7km
소요시간 : 10시간
물 보충 : 고모샘
날씨가 제법 따뜻해졌다.
무거운 바람막이는 벗어던지고, 대원들이 모두 산뜻한 봄옷으로 갈아입었다.
발밑의 풀들도 제법 자라, 밤새 머금은 이슬을 헤드랜턴 불빛에 내어주며 반짝인다.
대야산은 암릉 중에서도 직벽으로 유명하다.
이쯤 되면 직벽이겠거니 싶어도, 아직 멀었다고 한다.
험한 밧줄을 잡고 여러 구간을 내려가야 비로소 만나는, 그 유명한 대야산 암릉 직벽.
팀장님과 대장님들이 새로 준비한 밧줄에는 안전을 위해 구간마다 매듭을 만들어 세 줄을 늘였다.
천천히 올라도 좋지만, 해가 뜨기 전에 올라야 해서 줄줄이 다 함께 오른다.
누군가는 가볍게 오르고,
누군가는 후들후들 떨며 발을 옮긴다.
앞사람이 잠시 힘겨워하는 그 순간,
주변을 둘러보던 누군가가 나지막이 말했다.
"와, 풍경 멋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뒤를 돌아봤다.
해무리와 운해가 깔린 일출.
밧줄을 잡은 채로 바라보는 그 풍경이, 정말 멋졌다.
잡아주고, 밀어주고, 당겨주며 안전하게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준 산우들께 감사했다.
힘들게 올라온 기억은 어느새 사라지고, 눈이 호강하며 보상받는 느낌.
암릉 직벽을 오르니 멀리서 해무리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힘든 만큼 멋진 풍광을 내어주는 대야산의 넉넉한 인심에 감사하며, 로프를 잡고 당기고 기어올라가는 암릉산행을 좋아하는 나는 모처럼 마음껏 즐긴 산행이었다.
대야산 정상에서 바라본 360도의 웅장한 자연은 뭐라 표현하기 힘들 만큼 깊은 감동을 줬다. 대야산에서 고모치, 조항산, 청화산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조망이 아름다워, 산길이 험해도 힘든 줄 모르고 걸었다.
걷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대야산 구간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생의 축소판 같다고.
어둡고 험한 길을 걸어 직벽에 다다른 순간, 누군가 미리 밧줄을 준비해두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런 인생을 혼자 마주했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저 광활한 산맥을 볼 수 있었을까.
인생은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길이라는 것을, 이 산행에서 깊이 생각했다.
누군가 묻는다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이 어디냐고.
나는 거침없이 대답할 것이다.
대야산.
우리가 그 힘든 산을 다시 찾는 이유는,
결국 그 아름다운 조망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