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산행을 할 때 천둥번개를 동반한 빗속을 6시간 걸어야 했다.
그래서인지 백두대간 할 때마다 비예보가 있었다. 그럴 땐 비가 안 오기를 마음속으로 기도 하게 된다.
이번산행도 비예보가 있었고 출발하는 날 비가 세차게 쏟아졌다. 지난번 등산 때 비를 맞으며 8시간 걸었더니 등산화 속에 물이 가득 차서 진흙탕에 발을 담근 것 같았다. '
비 오는 날은 무엇을 신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 바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빗속에서 가장 쾌적한 신발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나이키 트레킹화다. 그런데 그 신발의 단점은 물이 빨리 들어가고, 장점은 물이 빨리 나가는 것이다. 비가 안 올 경우에는 발이 이슬에 젖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차를 타러 나가는 길에 발이 젖을 수도 있다. 고민 끝에 나이키트레킹화를 신고 출발을 했다.
이번구간은 늘재에서 속리산문장대, 천왕봉, 갈령코스로 20km 거리다
출발할 때는 비가 많이 왔다. 그래서 취소한 대원들이 많아 차의 자리가 많이 비었다. 나눠주는 떡이 많이 남아서 한 개 더 덤으로 받을 정도로 썰렁했다. 그런데 차에서 내려 길 없는 비탐방길을 찾아갈 때는 비가 오지 않았다. 조금 산속으로 들어갔더니 비가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 m가지 않아 비가 그쳤다. 비가 그 칠 무렵에 그곳에 도착했던 것이다..
추울까 봐 긴팔옷을 입고 왔더니 많이 더웠다. 늘재에서 문장대 까지는 암릉이 많았다. 산에 안개가 자욱해서 주변을 볼 수 없었다. 발밑에는 낙엽이 많이 떨어져 길을 찾기도 많이 어려워 선두와 후미가 뒤섞이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어둠 속에서 꼭 서바이벌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우리가 오기 전까지 비가 내려서 바위가 촉촉이 젖어있었다. 온몸을 비틀고, 있는 힘을 다해 벗어나며, 바위에 올라가고, 내려가기와 밧줄을 잡고 올라가고, 내려가는가 하면, 좁은 틈새를 빠져나가야 하는 암능길을 다 빠져나가는 순간까지 있는 힘을 다 쏟은 듯 팔다리가 힘이 없었다.
문장대에 올라갔더니 선두에 올라가던 대원들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함께 간식을 먹고 사진도 찍고 주변을 살펴보았을 때 안개가 심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문장대에서 천왕봉으로 내려가는 길에 무릎이 힘든 것 같아 며칠 전에 구입한 일자형 무릎보호대로 무릎아래쪽에 착용하는 동안 동료들은 앞으로 가고 천천히 걸었다. 날씨가 좋은 날은 사진 찍으러 오겠지만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은 출사를 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며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안갯속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풍경을 찍으며 갈 때 속리산 풍경이 순식간에 안개가 걷히며 보였다. 간간이 보이는 단풍도 구경하며 걸었다.
이렇게 해서 백두대간 구간 중 힘든 코스 한 곳을 통과했다는 뿌듯함과 백두대간이 끝나가고 있다는 허전함이 동시에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