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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리는 여기야

전철에서 노약자 보호석 활용하기

by 해윤이

얼마 전에 빨간색 우대용 교통카드를 받은 친구와 전철을 탈 일이 생겼다.

전철에 문이 열리고 노약자보호석과 일반석에 사람이 없었다.

친구는 일반석 쪽으로 가려고 하는 것을

"네 자리는 여기야."

하고 내가 친구에게 말했다.

"난 인정이 안돼."

"뭐가?"

"내가 노인이라는 것."

친구는 염색을 하면 옷이 올라서 염색을 못한다. 특히 앞머리가 유난히 하얗고, 몸에 살집이 있어서 아직 얼굴에 주름은 없어 보여도 흰머리와 푸석한 피부가 누가 봐도 노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전철에서는 일반석에 앉고 싶어. 사람도 없는데 저기 앉자."

"젊은 이들도 힘들어. 앉아서 편히 가게 해야지."

"저렇게 자리가 많은데, 그리고 젊은 이들은 힘이 세잖아."

"노약자석은 자리가 비면 젊은 이들이 안 앉아. 그런데 노인들은 노약자석이 비었는데도 무임승차를 하고 왜 젊은이들 앉는 자리와 임산부석에 앉으려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 젊은이들은 돈을 내고 타기 때문에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어."

" 그래도 나는 저기 앉고 싶어."

"왜, 노인들이 일반석에 다들 앉는지 이제 알겠다. 자격이 주어져서 무임승차의 기회가 되었으면 노약자 석에 앉을 자격도 주어지는 거야. 아무리 예쁘게 하고 나와도 젊은이들 눈에는 노인으로 보여."

"너는 항상 노약자에 앉아?"

"아니, 나는 주로 서서 가. 너와 함께 탔으니까 노약자 석에 앉는 거야. 이곳은 나이 먹은 사람이 앉는 자리가 아니라 몸이 노쇠한 사람이나, 어린이, 임산부들이 앉는 자리야."


친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노약자 석에 앉는 것은 싫다고 했다.

우리는 늙음을 인정하기 싫어서 보톡스나 필러를 얼굴에 맞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이 사회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얼굴만큼 마음과 몸도 튼튼하게 가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굴이 팽팽한 노인이 일반석에 앉으면 젊은이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전철을 타보면 노인들이 일반석에 많은 수가 앉아서 간다. 남의 자리에서 노인 공경시대는 끝났다. 공경을 받고 싶으면 내 자리가 어디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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