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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결혼 안 하는 이유

by 해윤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며 미용실로 향했다.

아들결혼식을 앞두고 머리도 해야 하는데 머리 파마 한지가 오래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햇살이 좋은 날 오전 미용실에 손님이 한 분 있었다.

나는 펌을 하면서 원장님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들이 일요일 결혼하는데 파마 한지가 너무 오래되었다고 했더니 원장님의 아들도 40이 넘었는데 결혼을 안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시며,

"요즘애들은 너무 이기적인것 같아." 하신다.

옆에 있던 손님이 말을 이어받으셨다.

"지난번 TV를 봤는데, 그 집이 주말부부인데 남편이 집에 오기 전에 전화로 배고프다고 하고 왔는데도 여자는 자고 있고 남편은 발뒤꿈치를 들고 살살 걸어서 PD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아내가 깰까 봐 그런다고 했어, 그런데 여자는 일어나서 남편한테

"통닭 시켜줄까?"

남편이 싫다고 하니까,

"그럼 부추전시켜줄까?"

라고 했는데 남편이 싫다고 했데, 그런데 부추전을 시켜서 여자가 급하게 먹으니까 남편이

"네가 먹고 싶어서 시켰구나!"

했더니 아내가

"전화했을 때 배고프다고 했잖아."

라고 하니까 남편이

"나는 집밥이 먹고 싶어, 집밥이 먹고 싶다고."

라고 했더니 아내가 남편에게

"내가 당신 밥이나 해주려고 결혼했는 줄 알아."

라고 하는 장면을 보았는데 어떤 남자가 잠이나 자고 있고 배달음식만 시켜주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겠냐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때 원장님이

"요즘은 부부가 돈을 벌면 각자 생활비를 얼마씩 내고 각자 돈을 관리한데요."

하면서 남자들이 여자한테 월급 가져다주고 용돈 타 쓰는 것도 싫다고 하는 것이 TV에 나왔다고 한다.

이런 TV방송을 보면서 젊은 세대들 중 결혼 안 한 사람들을 단적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결혼에 대해 악영향을 끼치는 가정도 있지만 행복하고 즐겁게 잘 사는 부부들도 많다. TV방송을 만드는 분들이 알콩달콩 재밌는 방송을 한다면 결혼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결혼을 안 하는 경우는 밥을 하기 싫어서는 아닐 것이다. 남녀 공히 개인적 자유를 중요시하는 경우도 있고, 개인의 커리어를 우선시하는 경우, 또는 결혼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나 책임에 대한 부담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상황과 가치관이 다르고, 각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도 영향은 준다. 더 큰 요인은 시대적 변화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시대의 변화는 부부가 돈을 관리하는 것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사항으로 흐른다.

부부가 돈을 관리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공동계좌를 만들어 부부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경우, 각각 독립적인 계좌를 두고 필요할 때만 공동으로 관리하는 방식, 각각의 계좌를 유지하면서 공동지출만 따로 관리하는 경우 등 부부마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부모세대의 돈관리법 중 남편의 급여를 아내에게 주고 용돈을 타서 쓰는 경우 남편들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딴 주머니를 찬다'는 말도 있고, 과거에도 꼭 여자가 돈을 관리했던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돈관리 문제가 결혼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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