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카톡
친구에게서 온 카톡을 열었다.
"아들결혼식 앞두고 마음이 많이 설레이고 바쁘지?
직접 가서 축하해 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갈 것 같다.
미안해!
그 대신 마음으로 많이 축하해 줄게 너그럽게 이해해 주렴 결혼식 잘 치르고 나중에 보자~~"
하는 장문의 카톡이 왔다. 나는
"고마워!"
"근데 너는 꼭 올 줄 알았는데..."
하고 카톡을 보냈더니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 많이 바쁘지?
내가 네 아들 결혼식에 꼭 가려고 늦가을에 입는 외투도 준비했는데 시고모가 돌아가셨는데 자녀가 없으셔서 우리가 상주노롯을 해야 해서 못 가게 되었어. 이해해 줘."
그래서 나는 가서 시고모님 잘 보내드리고 오라고 했더니 친구는
얼마 전 아들을 결혼시켰는데 너무 좋다고 하며 아들을 결혼시킬 때 마음이 너무 설레고, 기뻤다고 한다.
나도 설레고, 기쁘고 아들이 어른이 되어 부모의 품을 떠날 수 있게 성장한 것이 너무 기특하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있다. 또 한 친구가 전화를 했다
"많이 바쁘지?"
"생각보다 바쁘지 않다."
라고 했더니,
"내가 꼭 가려고 했는데 언니 칠순이어서 저녁 같아 먹기로 해서 못 갈 것 같아. 미안해!"
그러면서 많은 사정이야기를 했다. 나는 고맙고, 나도 아는 언니여서 칠순잔치 잘해 드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 친구는 일을 하는 날이어서 못 오게 되고, 어떤 친구는 하와이여행 중이고, 어떤 친구는 갑자기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가 병원 중환자실 가셔서, 여행을 떠나는 친구는 안 가고 부주만 하는 게 더 좋다고 하는 친구도 있고, 몸으로 가는 부주가 정말 큰 부주라는 친구도 있고, 정말 다양한 생각과 상황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직접 와서 축하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외국에서 딸이 온다고 해서 공항버스 정류장에 가고 있는데 가로수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그때 또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 많이 바쁘지."
" 아니, " 하고 이번에는 내가 먼저 말했다.
"왜 무슨 일이 생겨서 못 오니?"
했더니 친구가 웃으며,
"아니, 네가 힘들게 먼 곳까지 두 번이나 와줬는데 내가 어떻게 안가. 이번에 내가 안 가면 절연이지. 준비 잘하고 있나 궁금해서 전화했지."
나는 마음이 확 녹아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고마워!! 전화 오면 안 온다고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랬지. 오늘은 시간이 참 안 가는 것 같아."
했더니 친구는
" 예전에는 결혼식 필요연준비로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해서 엄마들이 많이 바쁘셨는데, 요즘은 예쁘게 하고 인사만 하면 되니 시간이 안 가지."
순간 나의 시누결혼식날 새벽이 생각났다.
첫아이 출산일이 한 달 남은 날이었다.
새벽 모두가 잠자고 있는 시간에 시어머니께서 나를 깨웠다.
"어서 일어나거라, 네가 일을 안 하면 동네사람들이 흉본다. 너는 여기 앉아서 이것만 구워라."
"이것만" 이란 말이 작게 느껴졌다. 나중에 안 사실은 시어머니는 많은 것을 조그맣게 포장하는 말을 잘하시는 편이다. 남편과 5명의 시누이들은 잠자고 있는 시간에 배가 남산만 한 나만 일어나 고기를 굽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어느 누구도 내편이 없었다. 한참을 굽고 있을 때 마을 어른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아이고, 저렇게 배가 부른 며느리한테 이런 일을 시켜?" 하시며 혀를 차는 분도 계셨다.
그날 내가 한 일은 프라이팬에 고기를 구워 커다란 함지박에 김장비닐 큰 것을 깔고 하나 가득 치게 1m 정도의 높이만큼을 구웠다.
시누 결혼식이 끝나고 다음날부터 나는 손이 붓기시작했다.
손이 부은 것을 보고 결혼식에 참석차 오셨던 친정어머니께서 "너는 펜을 잡고 일해서 손이 붓나 보다"라고 하셨는데 친정어머니가 가시고 온몸이 조금씩 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잠깐 과거로 돌아간 나의 생각을 친구의 이야기에 정신을 차렸다.
"요즘 결혼준비는 돈이 다해줘서 많이 편해진 것 같다."
라는 말을 듣는데 공항버스가 앞에 오고 있었다.
" ㅇㅇ아, 저기 차 온다. 내일 만나자."
하고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