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파트 청소, 헬스장 청소, 건물 청소.
어느 날은 삼성 서비스센터 청소 문자가 왔다.
거리도, 조건도 할 만해 보였다.
본능적으로 전화번호를 눌렀다.
거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저… 청소원 뽑는다고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상대는 내 신상을 묻기 시작했고
잠시 후 물었다.
“본인 맞으세요?”
“네, 맞습니다.”
잠깐의 침묵.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젊으신데요?”
“목소리뿐 아니라 아직 몸도 마음도 젊습니다.”
나이보다는 젊게 산다는 의미로,
기분 좋게 한 말이었다.
“청소해 보셨어요?”
“네.”
무슨 청소를 해봤느냐는 질문은 없었다.
나는 집 청소는 해왔다고 말했다
“그럼… 청소 일을 안 해봤다는 거네요.”
“네.”
그는 거칠게 물었다.
“화장실 막힌 거, 잘 뚫으세요?”
“사람들이 술 먹고 토한 거 치울 수 있어요?”
“네.”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날 ○시까지
서류 준비해서 인수인계하러 오세요.”
전화를 끊고 나는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구나 싶었다.
가족들에게 말했다.
이제는 정신노동 말고
육체노동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 한편은 두려웠다.
몸을 쓰는 일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65세에 할 일이 없다는 말 앞에서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말렸다.
“엄마가 왜 그런 일을 해요.”
그래서 가족에게는 안 한다고 말해주고
면접 날을 기다렸다.
약속한 날, 다시 전화가 왔다.
“오늘 오시는 거 알고 계시죠?”
“네.”
서류 가방을 들고
비탈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100미터쯤 걸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서류는 안 가져오셔도 돼요.”
순간
‘청소하는데 무슨 서류가 필요하겠나’
싶었다.
하지만 곧 이어진 말은 달랐다.
“조금 전에
경험 있는 분을 뽑았습니다.
안 오셔도 됩니다.”
그 말은 길지 않았지만,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는 광장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무도
내가 소리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그리고 여성 고용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까지의 일을 이야기했다.
일도 서러운데
사람 마음까지 상하게 했다고.
잠시 후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다시 알아보겠습니다.”
그 뒤로도
청소 일 문자는 계속 왔다.
아파트 미화, 헬스장 미화,
에버랜드 환경 미화, 건물 청소.
나는
가지 않기로 했다.
청소밖에 없다고 했지만
그 청소마저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나는 선택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왜 하필 ‘청소’만 남았을까.
그리고 왜 그 일조차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 않을까.
나는 다시, 내가 해왔던 자리로 돌아간다.
이 글을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