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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이 놓친 '안중근의 말',

영화 비평

by 영이

<하얼빈>이 놓친 '안중근의 말', 영화 비평

- '하얼빈에서 만나자 <KBS 다큐 인사이드> 230223'를 보고 나서


* 영화에 대한 감상평은 주관적이므로 개인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 영화 하얼빈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좌)영화 <하얼빈> 스틸컷, CJ ENM | (우) '하얼빈에서 만나자 KBS 다큐인사이드'
'길을 잃었다'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아!'
'누가 우리를 기억할까?'


영화 <하얼빈>에서는 이 같은 대사가 되뇌어진다. 독립운동에 생을 걸었던 분들의 인간적인 면모이자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한 감독의 의도가 느껴졌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는 초점이 감정적인 부분, 특히 처연함에 맞춰져 있어서 그런지 영화를 보고 나서 무언가 모를 허전함이 남았다. 영화는 독립투사 또한 한 인간으로서 공통점을 찾는 것에는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을 거둔 느낌이 들지만, 그들의 행동의 근간이 되는 신념, 왜 독립운동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부족함을 느낀다.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의 궁극적인 외침은 누군가 자신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 것뿐이었을까? 한 분 한 분, 쓰러져갈 때마다 원통함에 슬픔을 머금게 되지만, 그분들의 이유가 희석되는 건 아닌지 조그마한 걱정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영화 <하얼빈>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영화를 막 보고 나서 왜 아쉬움이 들까 여러 생각을 해봤다. 나의 추측으로는 영화 하얼빈에서 감독이 가장 주목한 점은 인물의 내면에 집중한다는 점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러한 명목하에 그들이 가진 신념, 그런 신념을 가지게 된 배경, 역사에 대해서는 큰 언급 없이 극이 진행되었고, 모두 알고 있으리라 하여 서술되지 않은 일본제국의 만행 또한 그려지지 않으니 이쪽도 저쪽도 어느 하나 목적이 보이지 않으니 장면 장면마다 고개를 끄덕이기엔 순간 멈칫하게 되었다.

장면적인 요소는 여태까지 독립투사를 다룬 작품들과 달리 멋진 장관이 펼쳐졌다. 다만 개연성이 필요했을까 싶은 마적 떼 씬과 대사, 변절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변은그들의 목적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불필요하다 생각되는 장면이었고, 오히려 거사의 이유와 신념이 필요한 안중근 의사의 거사는 단순히 앞서 극에서 '언급'한 자신의 실책을 덮을 요령으로 보이는 것이 아쉬웠다. 그렇기에 남은 감정은 맹목적으로 단순히 복수에 매달리는 처절함만 느껴질 뿐이었다.

극에서 인물의 특성은 행동이나 배경에 따라 선명해지기도 하고 흐릿해지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안중근 의사가 포로로 잡은 적군을 풀어주는 모습에서 청렴함이 느껴지다가, 이후 석방된 포로가 배신하여 아군이 몰살당한 장면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마치 전쟁 중에 가지지 말아야 할 덕목만 보게 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안중근 의사가 왜 포로를 풀어줬는가에 대한 그가 가진 신념이다. 똑같은 전쟁 중이더라도 이토 히로부미였다면 했을 궤를 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 천주교 신자로서 그가 베푼 관용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후회가 가득한 수심 깊은 안중근 의사의 모습에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곧장 이어지는 죽다 살아온 이의 갑작스러운 단지동맹의 장면에서 '으잉? 왜 갑자기?'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전투 장면에서의 차별점 또한 눈에 띈다. 속도와 규모를 앞세운 다른 영화에서의 모습보다는 전쟁에 놓인 인간의 비인간적인 모습, 처절함은 왜곡 없이 그대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이 왜 싸우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보여주지 않으니, 철저히 잔인한 장면이지만 그마저도 흐릿해지는 느낌이 든다. 물론 역사를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당연하게 그 배경을 알고 있을 거란 믿음함에 진행된 것이겠지만, 짧게나마 스냅숏으로라도 일제의 만행이 장면적으로 번쩍번쩍 지나가거나, 각자의 이유를 다룬 장면이 있었다면 좀 더 영화적인 요소가 가미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1살의 안중근, 그의 거사는 단순한 복수에만 머물러 있을까?

영화에서 채워지지 않았던 부분이 <KBS 다큐 인사이드, 하얼빈에서 만나자>를 보고 나니 어느 정도 채워짐을 느꼈다. 그가 거사로써 알리고 싶어 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다큐 프로그램에서 김훈 작가의 <하얼빈> 또한 그의 말에 대해 조명하려고 했음을 알렸다.

어떤 요소로든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작업은 모두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하얼빈은 여태까지 많이 다뤘던 영웅적인 면모와 생애보다는 다루지 않았던 그분들 또한 하나의 개인이자 인간이었다는 점에 집중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목숨까지 바쳐 알리고 싶었던 그분들의 말에 대해서는 오히려 초점을 거둔 느낌이 들어 아쉬움이 남는다.

<KBS 다큐 인사이드 하얼빈에서 만나자>는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그가 알려지기 원했던 말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영화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분이라면 가볍게 볼만한 프로그램이라 추천드린다.


남은 말;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을 너무 인상 깊게 보아서 그런지 이번 영화 하얼빈도 그 영화의 플롯을 따라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첫 장면은 안중근 의사의 1차 신문부터 시작하여 중간중간 일본의 야욕이라든지 만행들, 전투 장면 등등을 보여주며 거사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담아보면 어땠을까? 아니다, 그러면 너무 TV프로그램 <서프라이즈>와 같은 모습이 되었을까?

영화 하얼빈이 연극처럼 느껴진다는 후기가 많다. 그들의 숨결과 고뇌가 느껴지지만, 허구와 실제 사이에서의 줄타기 속에서 희석된 역사 때문에 더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든다. 영화 <암살>에서 변절한 이정재의 모습이나, 일본장교역의 박병은의 모습은 조금 더 직관적으로 다가오지만, 영화 하얼빈에서는 간접적으로 느껴지기에 추측할 뿐이다.

포로를 석방한 일도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됐으니 어떤 부분으로든 그분들을 조명한 영화 하얼빈은 멋진 구석이 있다.

다른 다큐를 보니 거사에 함께 한 우덕순이 밀정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3년의 옥고 이후에 조선인 감시 단체에서 활동비를 받으며 활발히 활동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밀정 1부 - 배신의 기록, KBS시사기획 창, 2019.08.13.>

독립운동하신 분들의 너무 다 외모지상주의였다.... ㅠㅠ 다들 너무 잘생쁨..

영화에 안중근 의사의 저서인 <안응칠 역사> <동양평화론>가 가미되었다면 어땠을까 여운이 남는다.


이상 방구석 평론이었습니다.

가벼이 읽어주시어 감사합니다.



https://youtu.be/5lIAxr-UDAs?si=o53UzfAeni2CJ9TU

하얼빈에서 만나자 <KBS 다큐 인사이드> 230223


하얼빈에서 만나자 <KBS 다큐 인사이드> 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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