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신입은 그렇게 끝났다.
나의 첫 회사는 주류회사였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나의 첫 회사는 건강식품회사다.
그래서 사실 제목은 '신입만 4번째'가 맞겠지만, '인턴'은 제외했다.
그저 음식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건강식품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딱 아무것도 모를 때, 대학교 2년 후 휴학을 했을 시점에 캐나다 건강식품회사 해외사업팀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어른들이 줄곧 말씀하시던 '아무것도 모를 때'라는 게 어릴 땐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는데, 지금은 딱 그때가 아무것도 모를 때였지 싶다.
그렇게 대학 졸업 후 취준 기간을 거쳐 진정 첫 회사에서 주류회사 영업사원으로 첫 번째 신입 생활을 시작했다.
음식 사랑으로 인턴을 시작했듯, 술 사랑으로 신입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류회사 영업 담당자'이라고 소개할 때면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머, 정말요?", "아이고 힘들어서 어떡하나“라며 신기함 반, 안타까움 반의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랬던 것이 키고 작고 어린 여자애가 맥주 팔겠다고 영업 사원이라고 하니 그런 반응이 나온 것도 이해가 된다.
(그땐 특히 체중이 너무 적게 나갈 때라 더 그랬을 것 같다)
사실 지금보다 겨우 4년 전인데도 그땐 참 어린 티가 많이 났다.
쌩 초짜인 나를 받아준 그 회사에서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인연도 만났다.
20살이 되자마자 1종 보통이 아니면 안된다며 딴 면허는 술집에서 신분증 검사할 때만 쓰이다 그 회사에서 처음 제대로 썼다.
면허 시험 볼 때 말곤 운전도 안 해본 내가 운전을 하면서 일을 하는 건 쉽지 않았다.
3개월 간의 인턴이 끝나고, 정직원 전환이 되고 운전 연수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를 받은 첫날부터 사고가 났던 걸로 기억한다.
그 후로도 다행히 큰 사고가 난 적은 없었지만, 경미한 (거의 나 혼자 그냥 박는) 사고는 줄곧 발생했다.
지금 만약 운전을 처음 시작했다면 좀 더 주의해 가며 배웠을 것 같기도 한데, 그땐 워낙 더 많이 덤벙대고 무서움도 없었을 때라 겁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아마도 그 회사에서 그렇게 짧은 기간 그 많은 사고 접수를 한 직원은 나밖에 없지 않을까 싶긴 한데… 모르겠다.
새삼 항상 친절히 받아주시던 렌터카 직원 분들께 감사하다..
사고, 보험 등 처음엔 너무 무섭고 어려웠는데 항상 잘 대응해 주셨더랬다.
운전하기 싫어서 울면서 운전했던 순간도 생각난다. 맞다. 그 회사에선 내 인생에서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운전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담당 지역도 점점 늘어가고, 해야 할 역할도 조금씩 늘어갔다.
그렇게 1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주류 영업은 그만뒀다.
누구나 퇴사의 이유는 하나로만 정의할 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그 많은 이유 중에서 그만두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 중 첫 번째는 내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 두 번째는 영업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먼저 첫 번째, ‘내가 없어도 우리 회사의 술은 잘 팔리는데 내가 굳이 왜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리를 지배했다.
사실 신입 주제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오만한 생각일 수도 있다. 고작 1년밖에 있지 않았으면서 그런 생각을 가진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근데 정말 나는 그 이유를 못 찾았다. 내가 경험했던 곳에서는 그랬다.
이 생각은 지금 돌아가도 똑같이 생각할 것 같다. 나는 지금 하는 일에서도 나의 쓰임새를 찾지 못하면 혼란이 오곤 한다.
일에 있어서 ‘나의 쓰임’을 스스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두 번째는 내가 영업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나는 ‘딜’을 못한다.
주변 지인들에게 주류 회사에 입사했다고 했을 땐 다들 나와 너무 잘 어울린다고 얘기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사람 좋아하고, 소통하는 거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으쌰으쌰(?) 분위기도 좋아하고, 영업에 어울리는 그런 전형적인 사람이었다.
근데 사실 영업은 달랐다. 물론 그런 성향이 있으면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정말 그냥 도움이 되는 거다.
내가 느낀 영업은 ‘딜’을 잘해야 진짜 영업을 잘하는 거다. 내 걸 주고, 상대의 것을 받아올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게 너무 어려웠다. 그냥 주기만 하는 건 쉬운데, 받아오기까지 하는 건 정말 어려웠다.
모르겠다. 너무 짧은 기간인 탓에 제대로 배우지 못한 걸 수도 있다.
그래도 25살의 내가 더 이상 버티는 건 너무 고역이었다. 내가 잘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가장 큰 이유는 저 2가지였지만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은 수만 가지 이유들이 있었다. 사실 이유는 만들기 나름이긴 하다.
아침 출근길 운전하던 중 그냥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몇 개월간 할 즈음 이제는 영업을 그만둘 때가 됐다 싶었다.
나의 술 사랑으로 시작된 첫 신입은 그렇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