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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여자 Aug 11. 2015

나와 반대인 사람, 나와 비슷한 사람

안녕하세요 :)


<첫사랑, 남자친구, 그리고 남편>이라는 제목으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여자 1입니다. 


이 포스팅을 준비하며 첫 번째 에피소드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렇게 나와 남편의 옛 추억을 떠올리다가 굉장한 충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왠 충격이냐구요? 

제가 간직한 추억은 분명히 세상에서 제일 크고 값지고 특별한데 막상 이걸 상자에서 꺼내보니 너무나도 평범하기 짝이없어서요. 심지어 우리의 처음을 생각하다보니 대체 내가 언제부터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겁니다. ㅋㅋㅋㅋ

그래도 다행인건 정말 소소하다 못해 글로 써보니 "이건 뭥미?" 싶은 작은 일들도 남편에게 "오빠 이거 기억나?" 했을 때 둘이서 한 번 깔깔 웃고 행복해 했다는 것-

(첫 에피소드부터 전쟁같은 사랑만 보여드릴 수 없어서 일단은 JOY 먼저 소개해 드리는거예요 ㅋㅋㅋㅋ 기승전 부부금슬자랑;; 뭐 그런거 아닙니다 ㅠㅠ 네 아니고말구요)


그래서 오늘은 결혼 할 때, 혹은 연애를 할 때 '나와 반대인 사람, 나와 비슷한 사람' 중 누구를 만나는 것이 좋을까? 라는 주제로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함께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와 반대인 사람 or 나와 비슷한 사람


결혼 전 과제로 검사했던 <PREPARE-ENRICH>검사 중 성격 척도.

PREPARE-ENRICH 검사는 내담자 맞춤형 검사로 커플 관계의 단계(예를 들면, 데이트 중, 약혼, 결혼 등)에 따라 여러 가지 핵심 척도를 평가하고, 커플 각자의 원가족에 대한 가족지도, 4가지 관계 역동 척도, SCOPE 성격 척도, 및 개인 스트레스 프로파일을 평가할 수 있다.


여러 항목이 있지만, 오늘은 우리 커플의 성격 척도에 대해 살펴보며 과연 "나와 반대인 사람, 나와 비슷한 사람" 중 어떤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여러 각도로 생각해보자.





1. 서로 다른 남과 여


하늘색 둥근 막대가 남편, 초록색 뾰족한 막대가 여자1의 성격이다.

사교성을 제외하면(사교성 마저도 남들이 보기에 남편은 엄청난 외향형, 나는 의외의 내향형 인간인데) 우리는 변화와 조직성의 부분에서 서로 다름의 극과 극을 보였다. 

변화를 싫어하고 조직성이 높은 여자와 변화를 즐기고 조직성이 낮은 남자의 만남. 

심지어 여자는 정서적 안정성이 떨어지고 배려도 평균치를 보이긴 하지만 평균 중에서도 매우 낮은 축에 속한다. 그나마 이 커플이 헤어지지 않고 싸워도 훈훈하게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남편의 평균보다 높은 '배려' 때문이 아닐까?


우리의 서로 다름을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아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여자 1. 작년 연말에 했던 독서력 결산 중 3월의 내역



나는 몇 권을 샀고, 언제 읽었고, 무슨 내용이 좋았던가를 일일이 기록하는 편이다. 책꽂이에 책을 꽂을 때도 내 나름의 기준으로 그 책이 그 자리에 있기를 바라는데 이런 면들이 결혼하고 참 많이 무뎌졌다. 실제로 지난 6월 말에 이사를 마쳤으나 내 책들은 아직 남편이 꽂아놓은 아노미상태로 지금까지 그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남편의 세계여행 준비를 위한 프리젠테이션


내 눈엔 이 슬라이드가 이렇게 정리되어야 할 것 처럼 보인다. 


* 여행 준비

1. 경로(이동 수단, 목적)

2. 경비

3. 여행 후 계획 


그리고 추가되어야 할 내용이 산더미와 같다고 생각했으나! 결론적으로 우리는 결혼 이후 야심차게 준비했던 세계여행을 접고 월세를 그만두고 아파트와 전세대출금을 얻었다. 물론 세계여행을 포기하게 한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데 있었지만, 저 슬라이드가 보다 알찼더라면 우리는 오늘 유럽의 어딘가에서 아침을 맞이했을까? 





2.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그건 바로 둘 다 어떤 부분에서는 보통이 넘는 오타쿠들 이라는 것이다.

남편은 <원피스> 

나는 아직도 활동하는 모 아이돌을 비롯하여 몇몇 드라마들과 차마 다 꼽을 수 없는 숨겨진 것들 ㅋㅋㅋ......


그렇기 때문에 나는 1%도 아깝지 않게 원피스 만화책 전권을 사고 피규어도 모으라고 남편에게 이야기 할 수 있고,(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만 10번을 넘게 했다는데 왜 만화책을 사지 않았는지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남편도 하루종일 씻지도 않고 <왕좌의 게임>을 키보드 좌, 우로 건너 뛰고 다시 돌아가고를 반복하며 몇 시즌을 내리 보는 나를 미친여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같이 만화책을 사모을 미래를 상상하며 기뻐하는 쪽이라고 할까...


우리의 최대 과제는 '함께 지속가능한 덕질'을 할 무언가를 찾는 것이다. 남편은 결혼 이후 열심히 <원피스>를 영업중이지만 악마의 열매만 신나하는 나에게 더 깊은 경지를 요구하기란 아직 쉽지 않고 ㅋㅋㅋ 나는 함께 레고를 파고싶지만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3. 결론


실제로 치약을 중간부터 짜느냐 아래에서 부터 짜느냐와 같은 사소한 생활 습관으로 신혼 때는 많이도 싸운다고 들었었다. 하지만 결혼한 지 이제 9개월이 넘어가는 우리는 그런 일로 싸워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의외로 남편과 나는 "~하지 않으면 안된다." 라는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정말 초반에 세면기 수도꼭지 말고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게 해놓고 다시 돌려놓지 않아 몇 번 물벼락을 맞을 뻔 하고 이내 잔소리를 포기했던 것 외에는 크게 부딪힐 일이 없었던 것 같다.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는 것이 좋을지, 반대인 사람과 만나는 것이 좋을지를 물어보는 많은 동생들에게 내가 언젠가 읽었던 칼럼을 이야기 해 주곤 했다. 농경시대였다면 가족이 대부분의 것을 자급자족 했어야 하기 때문에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끼리 만나 서로를 보완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현대사회는 돈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끼리 만나는 것이 다툼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더 이상 남편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도저히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은 것을 포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결혼은 '기꺼이 포기하기를 배우는 과정'이다. 지금은 내가 상대방보다 더 희생하는 것 같고, 손해보는 것 같다고 느낄 수 있으나 인생은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긴 장편소설 같은 것이다. 연애 시절 제일 서운했던 순간들은 '나만 더 사랑한다'고 느껴졌던 순간들이다. 결혼하고 나니 그 때의 진짜 심장이 아플 만큼 서럽고 억울했던 순간들이 귀엽게만 느껴진다. 




 


                                                                                                                            written by 여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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