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1시간 30분, 사람이 바뀌는 시간

by 김재우

하루에 두 번, 총 1시간 30분.
회사에 가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다.

예전엔 그냥 흘려보냈다. 음악 듣고, 멍때리고, 피곤하면 눈 붙이고.
그땐 이 시간이 아무 의미 없는 공백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 시간을 독서에 쓰기 시작했다.
대단한 결심은 아니었다.
어차피 출퇴근 시간에 아무것도 안하니까,
차라리 여기서라도 뭐 하나 붙잡아보자는 생각이었다.


처음엔 아이패드 미니였다.
그다음엔 종이책, 또 어느 날은 이북리더기.
집중이 잘 되느니, 눈이 편하니 같은 얘기는 사실 부차적이다.

중요한 건 이 시간만큼은 다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는다고 해서
삶이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어제의 내가 오늘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회사와 집 사이에 있던 그 애매한 시간이
하루를 끊어주는 경계가 됐다.

회사에서의 나와, 집에 돌아온 나 사이에
한 번 숨 고를 틈이 생긴 셈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독서량이 늘어서라기보다,
시간을 쓰는 태도가 바뀐 게 컸다.


예전엔
“시간이 없어서 못 한다”는 말을 쉽게 했다.
지금은 안다.
그냥 내가 흘려보냈을 뿐이라는 걸.


출퇴근 1시간 30분.
여전히 피곤하고, 여전히 붐빈다.
그런데도 이 시간만큼은

하루 중에서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대단한 루틴도, 거창한 계획도 아니다.
그냥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책을 펼치는 것뿐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안다.
이 시간 덕분에
하루가 나를 지나쳐 가는 게 아니라,
내가 하루를 통과하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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