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어떻게 유지하고 계신가요?

끓어오르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다

by 나무

얼마 전 서점을 구경하다 읽고 싶은 책을 발견했다. 책 제목은 <사랑 수업>. 직관적인 제목에 끌렸다. 목차를 펼쳐보니 마침 나에게 필요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스스로 사랑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 책을 읽으면 나의 부족함이 채워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내 다시 내려 놓았다. 왠지모르게 사랑을 배워야 하는 존재로 보여지는게 낯부끄러웠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의 감정이기에 아직까지도 누군가에게 ‘나는 사랑에 관심이 있어요’ 라고 보여지는 것이 민망했다. 사랑이란 감정은 나에게 그렇다. 사랑 이야기만 나오면 이끌리듯 이야기를 따라가며, 더 탐구하고 싶지만 그 모습을 드러내놓고 싶지는 않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 조차 용기가 필요하다. 다만 나는 알고싶었다. 사랑의 방법, 정확히는 ‘사랑을 유지하는 방법’을!


책 읽기는 조금 뒤로 미루고 우선은 주변의 조언을 들어보기로 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그들의 사랑에 대해 물었다. ‘얼마나 만나셨어요?’로 시작해서 ’사랑을 어떻게 유지하고 계신가요?’ 로 이야기를 꺼낸다. 겉도는 대화 속에서도 사랑이 등장하면 이내 대화가 한 군데로 모인다. 나의 고민을 당장 해결해주려는 듯 다들 적극적이다. 지난 4주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물었다. 각기 다른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공통된 몇가지가 있었다. 이것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참고로 이게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1. 적당한 거리감

사랑을 유지하는 첫번째 요소는 적당한 거리감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공간을 존중해주는 관계일 때 관계가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속으로 반발이 생긴다. 사랑하는데 어떻게 거리를 둘 수 있지? 관계가 시작되려면 거리를 좁혀야 하는데 그에 반대되는 거리감이라는 단어가 거부감이 들었다. 실제로 거리감을 유지하지 않아 헤어진 경험도 있었기 때문일까? 내가 못하는 무언가가 사랑 유지의 필수 요건처럼 느껴져 부정하고 싶었다. 굳이 이해해야 한다면 상대가 나와 다른 사람임을 인정하는 것이 거리감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만남의 빈도나 물리적 거리로 조절해야하는 거리감이라면 난 다소 아쉽다.


2. 끓어오르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다

사랑을 유지하는 두번째 요소는 사랑의 형태가 다양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얼마 전 아내 사랑이 극진한 새신랑을 만나 사랑 유지 비결을 물어보았다. 그는 사랑은 지속적으로 사랑이란 것이 샘솟아야지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오랜 관계에서 오는 편안함, 안식처라는 느낌 또한 사랑이다. 상대와 내가 변해가는 모습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의 형태가 다양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유지의 비결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아내의 단점까지 포용하며 사랑하는 한 인간으로서 받아들였다. 내게는 사랑이 상대의 긍정적인 모습에 집중되어있다는 점이 때로는 서글픈 지점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이 위로가 됐다. 또 다른 친구는 사랑을 지속시키는 힘이 연민이라고 한다. 늙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열심히 일하는 가족의 모습에서, 밑바닥을 보이는 상대의 모습에서 연민과 사랑을 느낀다. 같은 맥락이다. 늘 끓어올라야 사랑인 것이 아니다. 감정의 형태가 달라도 사랑이라고 볼 수 있어야 한다.


3. 노력

앞서의 내용들이 마음가짐 이라면 이제는 좀 더 실제적인 행동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사랑도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의 나는 ‘사랑’과 ‘노력’ 두 키워드를 떠올리면 조건반사처럼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라는 노래 가사가 떠올랐고, 실제로 이 문장을 입밖으로 내뱉은 경험도 있는 노력 반대파였다. 사랑은 운명의 계시처럼 내리꽂히는 것이며 인위적임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만 가능한 것이라 생각했다. 사랑도 노력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건 나에게있어 혁명이다. 다소간의 쓰라린 이별을 경험하며 상호 사랑하는 관계를 유지하려면 노력을 하긴 해야한다는 걸 깨달았다. 다만 싫은데 좋아하려고 애쓰는 것과는 다르다. 감정이 있는 상태에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바라는 게 많은 사람이라면 조금은 내려놓을 용기와 행동이 필요하다. 서로가 당연하지 않게 계속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신경쓰려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노력하라는 것이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어떤 관계는 일방적인 노력만 존재하기도 하므로 기억해둬야 한다.


위의 세가지는 근 4주간 얻은 사랑 유지에 대한 보편적 조언이었다. 관계가 쉽지 않은 이유는 나 혼자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고보니 이 세가지를 열심히 지킨다 한들 상대가 그렇지 않으면 유지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편안함도 사랑으로 받아들였는데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관계 유지가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관계의 책임은 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기의 내용들을 나만 알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상호 소통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글의 마무리를 하며 돌아보니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혹 오해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으로 시작된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이 목표가 되면 안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랑, 일단은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먼저다. 그렇다면 사랑은 어떻게 하는가.. 이 이상은 실전을 통해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