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차까지 실수해도 되나요 (1)

직장인으로 사는 법. 이런 저런 직장인들의 면면을 모아봅니다.

by 나무

★이번 회차의 필자는 나무입니다

녹음이 우거진 한낮의 여름.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직장인 셋이 모여 실패를 주제로 이야기 나눴다. 날도 좋은데 왜 하필 실패냐고? 어제의 뼈아픈 실수, 옆사람도 나와 같은 자괴감에 잠 못이룬 날이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기 위해서.





샤샤 - 이번 주에도 실패를 해 가지고.. 아 실패라기보단 실수를 해 가지고.. 언제까지 실수를 안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건 이제 불가능한 것 같아요.

나무(본인) - 실수를 안 할 수는 없고 어떻게 잘 다져나가느냐 그게 관건인 거 같아요 요즘은.

실험실 - 저는 해결할 수 있는 실수는 실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실수도 얼른얼른 해 봐야 느는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험실은 마케터답게 똑부러지고 실수마저 AB테스트로 승화할 수 있는 면모를 지녔다. 마케터는 다들 뭔가 한가닥하는 느낌이다. 오늘은 실패를 마치 포켓몬마냥 수집해볼 목적이었다. 근데 포켓몬도 속성이 여러 가지가 있다. 피카츄는 전기, 파이리는 불, 꼬북이는 물, 뭐 이상해씨는 풀. 이런 것처럼 각각의 실패마다 속성을 같이 정해볼 요량이다.


샤샤 - 저는 실수가 이제 6년차가 되니까 해결이 되는데요, 해결할 때마다 되게 약간 자괴감 드는 거 같아요. 내가 이 연차에도 아직도 이렇게 실수를 하다니.. 근데 또 너무 빨리 해결했어! 그러면 어머 이렇게 빨리 해결하네, 나 대단한데 하는 대견함과 함께요. 지난주에도 느꼈거든요 터무니없는 실수를 하나 했어요.

실험실 -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게 멋진 거 같습니다.


샤샤 - 그거 아니면 이제 칭찬해 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나 자신은 내가 사랑해야죠.


실험실 - 좋은 직장인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갖춰야 할 덕목이죠.


샤샤 - 최근에 있었던 일인데요, 저희 일이 아무래도 교육 쪽이다 보니까 교육 설계를 딜리버리를 할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그 사람을 섭외해야 되는 일이 있었는데요, 제가 동명이인을 섭외한거에요.
근데 왜 그런 일이 벌어졌냐면 그 사람한테 직접 연락하는 구조가 거의 없고 보통 그분들도 어떤 컨설팅 업체나 아니면 어떤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계셔서 에이전시랑 연락을 하는 거거든요. 그 동명인 두 분 다 서로 다른 업체 소속이셨는데 제가 B업체 소속이 되어 계신 분인데 A업체 소속된 동명이인을 섭외한 거죠. 그 이후에 사전 미팅을 하잖아요? 비대면 미팅이라 줌을 켰는데 다른 분이 들어오시는 거에요. 그래서 되게 식겁했던. 그렇지만 한 시간 만에 해결을 했어요. 원래 섭외해야했던 분께 빨리 연락을 했는데 너무 다행히도 그분 일정이 되셔서 빨리 세팅을 했어요. 잘못 섭외한 분한테는.. 비대면 미팅 할 때는 얘기를 못 하잖아요. 그래서 그 뒤에 에이전시 쪽에 너무 죄송하다고 얘기를 했죠. 너무 다행히도 그 에이전시 담당자분이 '뭐 이런 일 있을 수 있죠' 이렇게 해 주셔서, '아 너무 감사하다 천사다. 천사가 있어서 다행이다 세상에..' 이런 생각을 하면서 1시간만에 해결을 했던 일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 주에요. 이런 경험을 한 2년차 이후로 처음 해봐가지고, 되게 진짜 식겁했어요. 그러고 나서 '나 바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요. 예, 그래서 해결이 돼서 너무 다행이긴 하지만 이 연차에 이렇게까지 이런 실수를 하다니.. 이런 경험이었습니다.


나무(본인) - 그래도 잘 극복이 돼서 너무 다행입니다.


샤샤 - 제 이런 실수는 어떤 속성에 해당할까요?


실험실 - 저는 약간 전기가 떠오르는데요. 전기류 포켓몬들이 약간 파지직거리는거요. 파지직 류의 실수인 것 같은데 그래도 그 순간을 잘 해결할 수 있는 깜이 있어서 잘 해결하셨네요.


나무(본인) - 뭔가 약간 짜릿하고 만 거 같은 그런 느낌? 잠깐 이렇게 딱 왔다가 스쳐 갔어요. 맞아요. 그걸로 인해서 스스로 딥해지거나 막 자괴감이 오래 가거나 이런 느낌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약간 감전이 잠깐 됐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감전 당한 느낌?


샤샤 - 오 두분 다 비유의 달인이시네요. 역시 다들 직장 생활을 한 내공이 있으시군요. 그러니까요, 너무 다행이에요. 해결됐어, 어쨌든. 그럼 풀 속성이실 것 같은 나무님 얘기도 해주세요.


나무(본인) - 저는 막 특정 실수 하나라기보다는 쌓여서 누적된 케이스였어요. 얼마전 있었던 일인데요. 이제 9년 차라 어느 정도 시니어로 넘어가고 있었고, 뭐 실수를 해도 내가 다 커버가 가능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실수에 대해 두려움이 없는, 관대한 상태였어요. 약간 나태해진거죠. 그러다가 실수를 3연발을 한거에요. 비슷한 실수들도 아니고 조금씩 다른 계열들의 실수를 거의 3일 연속으로 딱, 딱, 딱 하고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공유가 돼야하는 그런 실수였어서 3연타를 실수하니 제 이미지에 금이 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근데 이제 직장 생활에서는 신뢰를 얻는게 되게 힘든 거잖아요. 9년차가 주는 장점은, 또 한 곳에서 오래 일한 것의 장점은 신뢰가 있다는 건데 내가 굳건히 쌓아온 내 신뢰가 좀 금이 간 느낌이 드니까 그떄 멘탈이 좀 흔들리더라고요. 그래서 되게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었고 또 제가 좀.. MBTI 얘기 죄송하지만 F여가지고. 한번 감정의 골로 들어가면 막 계속 땅굴을 파는 편이거든요.


그렇다. 9년차도 실수를 한다. 고인물도 실수할 수 있다. 다만 고연차일수록 실수에 대한 압박감은 더 무거운 법. 실수는 초년생의 전유물같아서 나에게는 더 괴로웠던 순간이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