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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 홀로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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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Aug 14. 2024

LA에서 경험한 생애 첫 지진과 허리케인

의지할 곳 없는 혼자 여행, 쉽지 않은 시작

작년 8월, 혼자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뉴욕에는 몇 번 가봤지만 LA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혼자. LA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정말 많은 검색을 했다. '혼자 LA 여행' '여자 혼자 LA' 'LA 치안' 등을 유튜브에 검색했고, 미국 여행 카페에 가입해 'LA 치안 어떤가요' 'LA 여자 혼자 여행해도 되나요?' 등의 질문을 남겼다. 평소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 나지만, 멀어도 너무 먼 미국을 혼자 여행한다는 건 조금 걱정이 됐다. 특히 LA 치안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으니 말이다. 



지금도 검색창에 'LA 치안'이라고 검색하면, 관련 기사가 많이 나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혼자 여행을 간다는 건 조금 무서웠다. 걱정들을 하면서도 결국 LA행 비행기에 오른 1년 전 나. 지금 생각해도 정말 대담했다. 2023년 8월, 8일간 떠난 나의 LA 여행은 어땠을까?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5점을 남긴다. 크게 걱정할만한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무 일이 없었던 건 아니라서. 그럼에도 즐거운 기억들이 많았던 여행이라 1.5점만 깎았다. 


나와 함께 LA에 착륙(?)한 허리케인


내가 LA에 도착해서 처음 찍은 사진이다. 공항에서 우버를 타고 호텔 가는 길에 촬영한 사진. 웬 나무 사진이냐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짐을 챙기고 우버 승차장으로 이동하려고 공항을 나왔다. 예상치 못하게 엄청난 바람이 불면서 비가 내렸다. 내가 생각한 LA는 푸른 하늘, 쾌청한 날씨인데, 첫날부터 비바람이라니? 알고 보니 허리케인 '힐러리'가 온단다. 허리케인..? 허리케인이라는 낯선 단어에 당황하고 말았다. 그래서 첫 사진이 우버에서 찍은 길거리 사진이다. 사진은 너무 평화로워 보여서 아쉽지만(?) 현지인인 우버 기사님도 "너 하루만 늦어도 LA 못 들어왔을 거다. 내일은 어디 나가지도 말고 집에만 있어야 해"라고 말할 정도의 날씨였다. 


호텔 전경은 아니다. UCLA 캠퍼스 산책 중 찍어본 사진.

LA 여행 중 머무는 숙소는 총 3곳이었다. 첫 번째 숙소는 LA에 위치한 대학교 UCLA 안에 있는 호텔이었다. 여행객은 거의 없는 호텔이었는데, 보통 세미나 등 행사가 있을 때 많이 찾는 호텔이라고 한다. 특히 대학교 안에 있는 호텔인 만큼 1층 로비에도 공부하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대학생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호텔은 매우 쾌적했다. 안 그래도 마음 가득 쌓인 걱정에 허리케인까지 더해져 심장이 쉴 새 없이 쿵쾅거렸는데, 조용한 호텔과 대학교의 풍경은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줬다. 물론 그 평화도 2시간 만에 와장창 깨졌지만 말이다. 


동공지진을 유발하는 진짜 지진


그렇다. 허리케인도 모자라 지진이 왔다. 

호텔에 체크인하고 근처 마트에 가서 간단하게 장을 보고(이 사이에.. 홈리스에게 쫓긴 썰도 있다. 이건 2편에서 계속) 침대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침대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창 밖을 보는데, 내 몸이 흔들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테이블에 놓인 물들도, 컵들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아, 지진이구나. 지진을 자각한 순간, 미친 듯이 온몸이 떨렸고 열어뒀던 캐리어를 다시 잠갔다. 머릿속엔 '나 다시 한국 돌아갈래!!!'라는 생각뿐이었다. 


지진을 이렇게 심하게 느낀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낯선 땅에서 생애 첫 지진이라니. 정말 무서웠지만,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온 게 아니라 문을 열고 복도를 쳐다봤다. 옆방 사람들도 몇몇 나와있었는데, 다들 대피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 다시 들어가는 것 같았다.(나중에 검색해 보니 규모 5.1 정도라고 했다) 


다행히 이후에 추가적인 지진은 없었고, 나는 다시 캐리어를 열었다. 


아는 사람 1명도 없는 낯선 땅에서의 첫날, 쉽지 않았다. 

내가 여행 와서 생사에 대해 걱정할 줄이야. '살아서만 돌아가자'를 다짐하며 잠든 LA 여행 첫날이었다. 





1년이 지나 쓰는 생애 첫 LA 여행기입니다. 동행도 구하지 않았고, 8일 내내 혼자 여행했죠.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지금의 LA는 제가 보고 느꼈던 것과는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단순 참고용으로만 봐주세요:) 첫 편은 첫날부터 저를 공포 속으로 빠뜨렸던 천재지변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행히  여행 셋째 날부터는 날씨가 다시 좋아져서 즐겁게 여행했어요. 곧 LA에서의 좋은 추억들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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