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회의실 문이 닫혔다.
비공개회의였다.
이 회의는 결정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이미 죽은 사람을 빼고 남은 책임과 주관, 예산과 집행을 나누는 자리였다.
상석에는 교육부 차관이 앉아 있었다.
의제는 교육이었고, 지침과 예산을 집행할 권한도 그가 쥐고 있었다.
그 오른편에 선지훈이 자리를 잡았다.
명패에는 직함이 길게 적혀 있었다.
**국가 공공기능 정상화 위원회 상근 부위원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진 임시기구의 실무 책임자였다.
결정문을 쓰고, 문장으로 남길 권한이 그에게 있었다.
선지훈은 자료를 펼치지 않았다.
설명하러 온 자리가 아니었다.
결정을 문장으로 고정하러 온 자리였다.
맞은편 공동 상석에는 행안부 차관보가 앉아 있었다.
지자체와 경찰, 소방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라인이었다.
그 옆에 정세린이 앉아 있었다.
공단 설계를 맡은 파견 전문관이었다.
책상 위에는 펜 하나만 놓여 있었다.
측면 자리에는 공익재단협의회장과 경제인연합회 사무총장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재원과 민간 참여를 책임지는 협약 당사자들이었다.
테이블 한쪽, 상석에서 가장 가깝지만 상석은 아닌 자리에 강호태가 앉아 있었다.
결정을 내릴 권한은 없었다.
대신, 결정이 다른 이름으로 변질되는 순간을 막을 권한이 주어져 있었다.
문구를 거부하고, 원칙을 끼워 넣을 수 있는 자리였다.
교육부 차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더는 미룰 수 없습니다.
오늘 아침 등굣길 참사를 포함한
대형 사고가 연속으로 발생했습니다.”
사망자 수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미 모두 알고 있었다.
선지훈이 고개를 들었다.
“의제는 하나입니다.
즉시 확대 적용.
단, 조건을 함께 확정합니다.”
행안부 차관보의 시선이 정세린에게로 갔다.
“조건을 먼저 듣겠습니다.”
정세린이 짧게 말했다.
“의무화 금지.
개인 추적을 전제로 한 기록 요구 금지.
실적 경쟁을 부르는 성과 보고 금지.”
회의실 공기가 한 박자 늦게 움직였다.
공익재단협의회장이 입을 열었다.
“재원은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다만 관리 명칭은 필요합니다.”
선지훈이 곧바로 끊었다.
“이름은 붙이지 않습니다.
이름이 붙는 순간, 성과가 붙습니다.”
경제인연합회 사무총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업 참여에는 명분이 필요합니다.”
그때까지 침묵하던 강호태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명분은 하나입니다.
사고가 줄어드는 것.
그 외의 명분은 이 체계를 망칩니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
누군가 반박하려다 말을 삼켰다.
선지훈이 정적을 정리했다.
“결정문은 제가 씁니다.
기업명이나 수치처럼 홍보로 읽힐 문장은 전부 삭제합니다.”
교육부 차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확대 적용으로 갑시다.”
행안부 차관보가 바로 이어받았다.
“지자체 협조 라인은 오늘 안에 담당관을 지정합니다.”
정세린이 덧붙였다.
“현장에는 ‘하라’는 지침을 내리지 않겠습니다.
대신 제출과 인증을 요구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겠습니다.”
선지훈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실패 사례 분석은 중단합니다.
사후 보고서보다 지금은 사고를 멈추는 결정이 먼저입니다.”
강호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을 갖는 순간,
아이들이 멈춥니다.”
선지훈이 결론 문장을 적었다.
즉시 확대 적용
의무화 금지
성과화 금지
기록 요구 금지
사고 예방 최우선
서명은 간단했다.
의장을 포함한 여섯 명의 이름이 올라갔다.
회의실 문이 다시 열렸다.
이 결정이 늦었다는 사실만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번에는 뭔가 되는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