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연기
'업무가 줄었다.'
'아이들로부터 힘을 얻는다.'
'그래서 버틴다.'
'그런데 기준이 없다.'
세 교사의 말이
따로따로가 아니라
한 문장처럼 이어졌다.
정세린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시간은 한참 늦어있었다.
선지훈이라면 전화를 받을 것이다.
“부위원장님.”
잠깐의 침묵 뒤, 선지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녀왔나 보군요.”
“예.”
정세린은 꾸밈없이 말했다.
“생각보다 조용했습니다.”
“조용했다?”
“네.
혼란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혼란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방식이 있었습니다.”
선지훈이 바로 묻지 않았다.
정세린이 이어갔다.
“오늘 들은 얘기는 보고서로는 정리되지 않습니다.”
“그럼?”
“현장을 봐야 합니다.”
선지훈의 숨이 한 박자 늦어졌다.
“책임관.”
그가 낮게 말했다.
“내일 일정이 어떤지는 알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세린은 바로 결론으로 갔다.
“내일부터 초대교실을 관찰하고 싶습니다.”
“얼마나.”
“일주일.”
이번엔 침묵이 길어졌다.
“왜 그렇게 길게 필요합니까.”
정세린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하루면 좋아 보이는 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확인권은 좋아 보이는 걸 만드는 권한이 아닙니다.”
선지훈이 말없이 듣고 있다는 걸 정세린은 알았다.
“일주일은 우연을 제거하는 시간입니다.”
“구체적으로.”
“둘째 날엔 흔들립니다.
셋째 날엔 피로가 보입니다.
넷째 날엔 외부 변수가 들어옵니다.”
정세린은 천천히 말했다.
“그때도 유지되면, 그건 개인기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선지훈이 낮게 말했다.
“확인권 현장 검증이군.”
“예.”
정세린이 바로 답했다.
“지금 우리가 올려둔 대통령 보고 안이
현장에서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책임관.”
선지훈의 목소리가 조금 단단해졌다.
“그건 회의를 미루자는 말로 들릴 수 있어.”
“그래서 지금 말씀드립니다.”
정세린이 숨을 고르고 말했다.
“미루자는 게 아니라, 실패 가능성을 줄이자는 겁니다.”
잠시 침묵.
“지금 확정하면 나중에 고칠 수 없습니다.”
그 말은
정책의 말이었지만, 정세린 자신의 선택에 대한 말이기도 했다.
선지훈이 말했다.
“확인권 최종 검토회의가 내일 모레인 건 알고 있지?"
“이틀 뒤 맞습니다.”
“좋아.”
정세린의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일주일 연기하죠.”
선지훈이 덧붙였다.
“현장에서 답을 가져오세요.”
정세린은 짧게 고개를 숙였다.
전화 너머라 보이지 않지만 그건 습관 같은 동작이었다.
“감사합니다.”
“대신.”
선지훈이 말을 이었다.
“보고서는 필요 없습니다.”
정세린이 웃음 없이 답했다.
“알겠습니다.”
“확인만 가져오세요.”
호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방금 부위원장님께 승낙받았습니다.
기간은 일주일입니다.
내일 교실에서 뵙겠습니다. --기준 확인관-- **
메시지를 보내자
방안이 다시 고요해졌다.
정세린은
박철우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내일 와서 보시면 이해됩니다.
그 말이
이제는 변명이 아니라 요청처럼 들렸다.
이 질문은 책상 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호태 역시 잠들지 못했다.
오랜 구상이
이제 현실로 발을 들이고 있었다.
내일부터
초대교실 관찰이 시작된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