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전화
전화는 길게 울리지 않았다.
“부위원장입니다.”
대통령의 목소리는 낮고 안정돼 있었다.
감정이 먼저 나오지 않는 사람의 톤이었다.
“직접 회신을 요청했지요.”
“예.”
“그래서 직접 했습니다.”
잠깐의 공백.
대통령이 먼저 말을 이었다.
“확인권 제정, 유보했습니다.”
“그 결정으로 부담을 지게 했다면, 그 점은 사과합니다.”
선지훈은 바로 받지 않았다.
대통령이 말을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
“다만,”
대통령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전면 제정은 아직 아닙니다. 시범 제정부터 갑시다. 순서가 있습니다.”
선지훈이 낮게 답했다.
“그래서 배수진을 쳤습니다.”
대통령이 짧게 웃었다.
웃음에는 당황이 섞여 있었다.
“그게 진심이었습니까.”
“예.”
“솔직히 말하면,”
대통령은 숨을 고르듯 말을 이었다.
“놀랐습니다. 요즘 그렇게까지 거는 사람은 드뭅니다.”
선지훈의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거는 게 아니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상임직, 조건부로 받아들인다고 했던 약속.”
“그 약속, 잊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말투는 회유가 아니라 정리였다.
거절도, 동의도 아닌 정치인의 중간 언어.
“다만,”
“최소한 엔데믹 선언까지는 자리를 지켜주십시오.”
요청처럼 들렸지만, 사실상 역할 부여였다.
선지훈이 말했다.
“제가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나중에 ‘왜 아무도 말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나올 때,”
“대답할 사람이 필요해서입니다.”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이번에 정치인들에게 던진 경고,”
“각성의 계기로 삼겠습니다.”
“회초리,”
대통령은 그 단어를 그대로 썼다.
“따끔했습니다.”
잠깐 멈춘 뒤, 덧붙였다.
“두 번 맞을 일은 없게 하겠습니다. 약속합니다.”
선지훈이 조용히 말했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회초리는 다시 듭니다.”
대통령은 그 말에도 웃지 않았다.
“그래서 당신이 필요한 겁니다.”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그러나 말의 무게는 분명했다.
“확인권 제정 준비, 만전을 기해 주십시오.”
“시범 제정, 시범학교 운영비, 운영체계 개발비.”
“셋 다 승인합니다.”
선지훈이 짧게 답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말을 이었다.
“늘 빚진 마음입니다.”
“근심의 한 축을 지탱해 줘서, 고맙습니다.”
전화는 거기서 끊겼다.
선지훈은 잠시 수화기를 내려다봤다.
부드러운 말투, 매끄러운 정리,
그리고 정확히 계산된 양보.
정치인의 얼굴이었다.
선지훈은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래서 더 늦으면 안 됩니다.”
내용은 칼이었고,
흐름은 끝까지 부드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