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총선 전략
대선은 졌다.
그날 밤, 공작왕은 패배를 길게 말하지 않았다.
생존왕이 먼저 물었다. “이제 목표는 무엇입니까.”
조력자가 답을 대신했다. “총선.”
그 단어는 단순했지만, 무게가 있었다. 공작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권좌는 한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생존왕이 그를 바라봤다. “대통령실은 저쪽에 있습니다.”
공작왕은 말했다. “국회는 비어 있습니다.”
잠시 침묵.
“의석.” 조력자가 중얼거렸다.
공작왕은 그 단어를 이어받았다. “입법권은 숫자입니다.”
그는 더 이상 감정을 섞지 않았다.
“행정은 권한으로 움직입니다.
사법은 판단으로 움직입니다.
그러나 입법은 숫자로 움직입니다.”
생존왕이 물었다. “그 숫자가 충분하면.”
공작왕은 짧게 답했다. “질문의 방향이 바뀝니다.” "압박의 강도가 달라집니다."
대선은 졌다. 그러나 구조는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그날 밤부터 일정을 다시 짰다.
지방을 돌고, 조직을 정비하고, 의석을 계산했다.
목표는 단순했다. :"총선" "의석 수"
그 이상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 알고 있었다. 의석은 단순한 자리 수가 아니다.
의석은 입법권이다. 입법권은 절차를 만든다. 절차는 권력을 묻는다.
조력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개헌선에 가까워지면.” 공작왕은 그 말을 끊지 않았다.
“가능성은 열립니다.”
생존왕은 웃지 않았다. “그러면 권좌는.”
공작왕은 시선을 돌렸다. “권좌는 자리를 잃는 게 아니라, 질문을 잃습니다.”
그날 이후, 그들의 일정은 단순해졌다. 대선 패배를 분석하지 않았다.
총선 승리를 준비했다.
총선은 복수전이 아니다.
총선은 권좌를 되찾기 위한 통로가 아니다.
총선은 질문의 위치를 바꾸는 도구다.
입법권은 행정권을 압박하는 절차의 시작점이다.
의석은 곧 반복 가능한 질문의 기반이다. 압박을 실체화한다.
회의실에서 말이 끊겼다. 단어는 짧았고, 공기는 무거웠다. 누구도 ‘2년’이라는 시간을 길게 말하지 않았다.
정치에서 2년은 길지 않다. 금방이다. 금방 오고, 금방 끝난다.
생존왕이 말했다. “아생연후(我生然後), 내가 사는 게 먼저다.”
공작왕은 그 말이 ‘각오’가 아니라 ‘조건’ 임을 알아들었다.
패배 다음 날부터 당내에서 가장 위험한 말은 ‘다음’이 아니었다. ‘왜 졌나’도 아니었다. 가장 위험한 말은 ‘내부’였다. 공작왕은 생존왕에게 분석결과를 꺼내지 않았다. 그는 기억을 꺼냈다.
직전 경선.
토론회 이후 흘러나온 말들, 캠프 사이에 돌던 ‘누구는 절대 안 된다’는 문장, 기자에게 새어나간 불만, 당원 게시판에서 번지던 조롱. 그 균열은 선거운동의 발목을 잡았다. 외부 공격보다 더 깊게.
공작왕이 말했다. “우리는 상대에게 졌다기보다, 우리에게 졌습니다.”
조력자가 바로 받았다. “안에서 힘이 새어나가니까 밖이 강해 보인 거지.”
생존왕은 잠깐 웃더니, 웃음을 바로 접었다. “이번엔 물 샐 틈이 없게 합니다.”
그는 ‘토론’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자유’도 쓰지 않았다. 그 대신 ‘정리’를 썼다.
“정리한다. 단일대오로.”
그 순간, 회의실에서 모두가 알아들었다.
선거 구호가 아니라 내부 운영 원칙이 정해졌다는 걸.
당대표는 명예직이 아니다. 공천권이 붙어 있다. 공천권은 후보를 뽑는 권한이 아니라, 의원을 만드는 권한이다. 의원을 만들면, 표결이 생기고, 표결이 쌓이면, 절차가 생긴다. 절차가 생기면, 질문이 생긴다.
공작왕이 칠판에 아주 짧게 적었다.
의석
반복
압박
조력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입법권이 삼권 중 으뜸이라는 말, 결국 이거로 가야 합니다.”
공작왕은 지웠다가 다시 썼다.
• 의석 = 압박의 엔진
생존왕이 말했다. “그래서 내가 당권을 가집니다.”
그 말은 ‘욕심’이 아니라 ‘필요’였다.
공작왕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을 평가하지도 않았다. 그는 구조를 읽었다. 권좌는 검찰의 언어로 자라난 사람이었다. 법은 선명했고, 절차는 단단했다.
그러나 정당은 법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당은 감정과 자존심, 그리고 분배로 움직인다. 새로 들어선 여당 지도부는 정치 초년생이었다. 원칙은 또렷했고, 메시지는 날카로웠다. 그러나 조직은 메시지로 묶이지 않는다.
조직은 이해관계로 묶인다.
공천권은 이해관계의 핵심이었다. 공천권은 후보를 정하는 권한이 아니다. 당의 미래를 정하는 권한이다.
권력의 배분 방식이다. 권좌는 통제를 원했다. 지도부는 독립을 원했다. 그 갈등은 겉으로는 원칙 싸움이었고,
속으로는 권한 싸움이었다.
총선을 앞두고 공작왕은 상대를 먼저 읽었다. 보수 진영은 공천권을 두고 긴장 상태였다. 지도부와 권좌의 속도는 달랐고, 발언은 엇갈렸다. 젊은 지도자는 독자 노선을 말했고, 권좌는 통제를 말했다. 결국 신당이 현실이 됐다.
공작왕은 결론을 냈다. “저쪽은 공천으로 싸웁니다.”
조력자가 물었다. “우리는.”
공작왕이 답했다. “우리는 공천으로 고정합니다.”
그는 상대의 약점을 도덕으로 보지 않았다. 경험의 문제로 봤다.
입법권 장악에 필요한 수적 우위가 절실한 시점에
상대 지도부의 정치 경험 미숙은 하늘의 도움처럼 다가왔고
공천권 다툼과 보수의 균열은 생존왕에게는 권좌를 향한 희망이 가능성으로 바뀌는 시점이었다.
“당을 모르고, 국회를 모르면, 공천은 갈등이 됩니다.”
보수는 내부에서 헛된 힘을 쓰고 있었다. 공작왕은 그걸 확인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조력자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는 조력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우리도 균열입니다.”
공작왕이 고개를 들었다. “기어이 이 사람이.....”
중얼거림이 멈춘 순간, 자막에 뉴스 속보가 떴다. “전직 당대표. 탈당 선언.”
공작왕의 시선이 잠깐 멈췄다.
지피지기는 상대만 보는 일이 아니었다. 자기 내부까지 계산에 넣는 일이다.
아침 뉴스 속보 자막이 계속 이어졌다.
[전직 당대표 탈당] [신당 창당 선언]
기자회견 영상이 빠르게 퍼졌다. “새로운 길”이라는 말이 반복됐다. 당사 복도에서 말이 빨라졌다.
“몇 명 따라간다더라.” “호남과 수도권 표 흔들릴 수 있다.” “2022년 재현 아니냐.”
공작왕은 휴대폰을 내려놓지 않았다. “규모는.”
“아직 작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있습니다.”
이름이 있다는 건 무게가 있다는 뜻이다. 이름이 붙으면, 바람이 된다.
생존왕은 조용히 회의실로 들어왔다. “어디까지 파악됐습니까.”
조력자가 몇 명을 말했다. 지역, 계파, 경선의 상처까지. 잠시 침묵.
공작왕이 말했다.
“지금 제일 위험한 건 분열이 아니라 ‘관망’입니다.”
조력자가 말했다. “다들 기다립니다. 누가 먼저 나가나.”
그는 말을 이어갔다. “먼저 나가는 사람이 나오면, 두 번째는 쉬워집니다.”
그날 밤, 전화가 오갔다. 길게 설득하지 않았다. 대신 단순하게 물었다.
“이번에 따로 가면, 다음은 있습니까.”
대답은 길지 않았다. 한 사람은 침묵했고, 한 사람은 ‘고민 중’이라 했고, 한 사람은 “결정은 아직”이라 했다.
생존왕은 말했다. “지금은 결집할 때입니다.”
그는 분노하지 않았다. 위협하지도 않았다. “총선에서 지면, 모두 끝입니다.”
그 문장은 감정이 아니라 계산이었다.
공작왕은 따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신당 이야기, 기사로 더 나갈까요?”
그는 짧게 답했다. “확산시키지 마십시오.”
다음 날 아침, 생존왕이 물었다. “불씨는.”
조력자가 답했다.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번지진 않았습니다.”
공작왕이 정리했다. “2022의 실수는 반복되지 않습니다.”
저녁이 되자 기사 제목이 바뀌었다.
[신당 파급력 제한적] [추가 합류 움직임 미미]
그날, 분열은 확산되지 않았다.
공천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공천 발표 날.
당사 1층 로비에는 기자가 기다렸고, 복도 끝에는 현역이 서 있었다.
명단이 공개되기 직전, 생존왕이 조력자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표정 관리해야 합니다.”
조력자가 물었다. “왜죠.”
“이름이 빠진 사람은 분노하고, 이름이 오른 사람은 과열됩니다. 둘 다 위험합니다.”
공작왕은 로비의 공기를 봤다. 한 사람은 넥타이를 만지작거렸고, 한 사람은 악수하러 다가오다 멈췄고, 한 사람은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명단이 떴다.
중진 한 명의 이름이 없었다. 초재선이 아니라 중진이었다.
그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복도에 들렸다. 누가 위로하러 다가갔다가 돌아섰다.
그다음엔 공개 비판을 했던 인사가 빠졌다. 이름이 빠진 순간부터 그 사람은 ‘인물’이 아니라 ‘변수’가 된다.
변수는 정리해야 한다. 생존왕은 기자 앞에서 단 한 문장만 말했다.
“공천은 경쟁력으로 결정했습니다.”
공작왕은 그 문장이 얼마나 많은 뜻을 숨기는지 알았다.
그는 숨기는 문장을 좋아했다.
숨기는 문장만이 조직을 움직인다.
명단에는 올라간 이름도 있었다.
대선 때 생존왕을 방어해 준 사람들. 가장 시끄러운 날에 대신 맞아준 사람들. 법적 논리를 만들어준 사람들.
불리한 프레임을 막아준 사람들.
그들이 공천을 받는 순간, 구조가 바뀐다. 정치는 빚이 남는다. 빚을 갚는 순간 채권자는 떠나는 게 아니라 묶인다. 떠나면 자신도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생존왕은 조력자에게 낮게 말했다. “같은 배에 태웠습니다.”
조력자가 답했다. “같이 타면 같이 빠져야 합니다.”
공작왕은 그 장면을 보며 속으로 확인했다. 결속은 감정이 아니라 이해관계로 고정된다.
이해관계는 흔들리지 않는다.
공천 명단을 자세히 보면 ‘성격’이 바뀐다. 정책형 인물만이 아니라, 방어에 익숙한 인물들이 늘어난다.
그 변화는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보인다.
질문을 피하지 않고 받아치는 사람
기록을 다루는 사람
법의 언어를 쓰는 사람
공작왕이 조력자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 의석은 그냥 숫자가 아닙니다.”
조력자가 물었다. “그럼 뭔데요.”
공작왕이 답했다. “사람 구성이 바뀌었습니다.” “누가 들어왔고, 누가 빠졌는지 보세요. 초선이 늘었고, 중진이 줄었고, 우리 편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공작왕은 결론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이제 의석은 ‘몇 석’이 아니라 ‘어떤 석’이 더 중요합니다.”
복당, 귀환, 지역 이동.
사람들은 그것을 ‘옛날 정치’라고 비웃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는 이미지가 아니라 표다. 올드보이는 상징이다.
‘우리가 갈라지지 않았다’는 표시다. 그가 돌아오는 순간, 과거의 감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만 봉인된다.
생존왕이 짧게 말했다. “지금은 결집할 때입니다.”
그 말은 사과도, 화해도 아니었다. 명령에 가까운 합의였다.
그 무렵 저쪽은 계속 새었다.
공천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지도부의 말과 권좌의 말이 엇갈렸다. 젊은 정치인은 독자 노선을 택했고, 신당은 현실이 됐다.
공작왕은 상대를 비웃지 않았다. 그는 그걸 ‘상태’로 기록했다.
“상대 조직의 대오가 흔들리고 있다.”
조력자가 중얼거렸다. “저쪽은 자기들끼리 링을 만들고 있네요.”
공작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링은 줄어듭니다. 스스로.
총선 하루 전, 생존왕은 최종 점검을 했다. “우리 쪽 바람, 아직 멈추지 않고 남아 있나요.”
조력자가 답했다. “불씨는 있습니다. 근데 미풍에 그칠 것입니다.”
공작왕이 덧붙였다. “이게 2022의 교훈입니다. 불씨를 키우지 않는 것.”
생존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숫자만 확보하면 됩니다.”
총선의 밤, 개표결과가 떴다. "압도적인 의석" "개헌선에 근접한 숫자"
당사 밖은 환호했다. 그러나 안쪽 방은 조용했다.
생존왕이 말했다. "됐습니다.”
공작왕이 바로 정정했다. “살아난 게 아닙니다. 구조가 생겼습니다.”
조력자가 물었다. “이제 이 구조로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공작왕이 대답했다. “이제 질문을 멈추지 않게 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칠판에 다시 적었다.
의석 = 압박의 엔진
생존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우리가 물을 차례입니다.”
공작왕은 그 말의 의미를 바꾸지 않았다. 그는 단지 더 정확히 말했다.
“이제 ‘반복’ 합니다. 퇴로를 차단하고 제파식으로 갑니다.”
아생연후(我生然後) :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숫자를 만들었다.
살타(殺他) : 그리고 그 숫자는 권좌를 향한 치명적 압박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