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싹
김대한이 물었다.
“선생님, 왜 꼭 수업 시작 전 10분이에요?”
조민국도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 시간에 하면 안 되나요?
아니면 종 치고 나서 5분이라든지.”
박철우는 잠시 생각했다.
그는 대답하기 전에
교실 문을 여는 장면을 떠올렸다.
아이들이 들어오며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를 찾고,
아직 하루가 시작되지 않은 얼굴로 앉아 있던 순간.
“종 치기 전은,”
박철우가 말했다.
“아직 수업이 시작되지 않은 시간이다.”
김대한이 말했다.
“그래서 좋은 거 아닌가요?”
“그래서 더 중요하다.”
박철우가 말을 이었다.
“그 시간에는 아직 평가가 없다.”
조민국이 물었다.
“칭찬도요?”
“칭찬도 없다.”
박철우는 고개를 저었다.
“칭찬은 수업이 시작된 뒤에나 가능한 말이다.”
김대한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칭찬이 왜 안 되지?)
박철우가 설명했다.
“수업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이미 듣는 사람이 된다.”
“그전에 말하게 해야 자기 말이 된다.”
조민국이 천천히 말했다.
“그래서 자랑이군요.”
“그래.”
박철우가 답했다.
“자랑은 결과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정확한 문장을 골랐다.
“자랑은 하루를 어떤 얼굴로 시작할지
아이 스스로 정하는 행위다.”
김대한이 웃으며 말했다.
“근데 요즘 애들은
앞에 나와서 말하는 거 되게 싫어해요.”
박철우도 웃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너희 방식이 필요한 거다.”
조민국이 물었다.
“선생님 방식이랑은 다르게요?”
“다르게.”
박철우가 분명히 말했다.
“나는 앞으로 나오게 했다.”
김대한과 조민국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너희는,”
박철우가 말을 이었다.
“나오게 하지 마라.”
두 사람의 눈이 동시에 반짝였다.
(이건 허락이다.)
“대신,”
박철우가 덧붙였다.
“말이 나오게 해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10분은
아이를 움직이게 하려는 시간이 아니다.”
“아이 안에서 말이 먼저 생기게 하는 시간이다.”
김대한은 이미
자기 반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조민국은
자기 반 단톡방을 떠올렸다.
(앞에 세우지 않아도 되는 방법.)
(말하게 만들 수 있는 방식.)
박철우는 그 둘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는
같은 방법이 아니라,
같은 출발점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