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을 본 사람
박철우는 그 교실이 잘 돌아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그 교실이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다.
복도를 지나며 그는 문틈으로 교실 안을 보았다.
소란은 있었다.
그러나 소란이 곧 무너짐은 아니었다.
(그 차이를 아는 사람만이, 그 교실을 제대로 본다.)
젊은 교사는 교탁 앞에 오래 서 있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 쪽으로 내려왔다.
칠판 한쪽에는 짧은 문장이 남아 있었다.
통로는 비운다.
떨어진 것은 주운 사람이 쓴다.
보이는 것만 정리한다.
박철우는 그 문장들을 읽었다.
문장들의 목적어는 명확했다.
대신, 문장들은 약속을 하지 않았다.
(약속을 하면, 반드시 깨진다.)
가방이 통로에 놓였다.
젊은 교사가 말했다.
“통로 비워.”
한 아이가 자기 가방을 보았다.
아이는 망설였다.
그 망설임은 반항이 아니었다.
(이 교실에서 먼저 움직여도 되는지 확인하는 망설임이었다.)
아이가 가방을 끌어당겼다.
통로가 비었다.
젊은 교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칭찬도, 지적도 없었다.
그가 남긴 것은 말이 아니라 빈 통로였다.
연필이 떨어졌다.
“주운 사람이 쓴다.”
연필을 주운 아이는 연필을 주웠을 뿐이었다.
박철우는 그 아이가 교사를 보지 않는 것을 보았다.
(교사가 아니라 기준을 따른 눈이었다.)
종이 울렸다.
“보이는 것만 정리하고 나가.”
의자 하나가 통로에 걸려 있었다.
자기 의자가 아닌데도, 한 아이가 의자를 밀었다.
그 장면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그 장면이 처음이라서 박철우는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젊은 교사는 그 아이를 붙잡지 않았다.
고마움을 말하지 않았다.
그는 아이에게 책임의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그는 책임의 결과만 남겼다.
박철우는 교실 문 앞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들어가는 순간, 이 싹은 ‘도움’으로 꺾인다.)
그는 교무실로 돌아가며 생각했다.
이건 좋은 수업이 아니다.
이건 좋은 교사도 아니다.
그는 그 생각을 끝까지 밀었다.
그 끝에는 다른 문장이 있었다.
이건 혼자서는 유지할 수 없는 시도다.
젊은 교사가 잘못한 게 아니었다.
젊은 교사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젊은 교사가 가진 것이 너무 적었다.
그가 가진 것은 기준 몇 개와, 포기하지 않는 마음뿐이었다.
박철우는 책상에 앉았다.
그는 젊은 교사의 수업일지 표지를 떠올렸다.
빈 줄에 남아 있던 글씨의 힘을 떠올렸다.
나는 아직 교실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판단의 대상을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이 실패를 기록하며 유지한다.
박철우는 펜을 들었다.
그는 누군가를 호출하기 위해 펜을 든 것이 아니었다.
그는 결심을 기록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그는 공책 맨 위에 이렇게 적었다.
개인의 실패를 개인에게 돌리지 않는 구조를 만든다.
설명하지 않아도 굴러가는 교실이 아니라,
판단이 남는 교실을 설계한다.
박철우는 마지막 문장 앞에서 잠시 멈췄다.
그는 그 문장을 정확히 적기 위해 숨을 골랐다.
혼자 두지 않는다.
그는 그 문장 아래에
세 개의 이름을 적었다.
박철우.
정세린.
호태.
그리고 그는
국밥집의 주소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