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은 우리 눈에는 붉은색이나 노란색 계통으로 보인다. 파란 별을 보았다는 기록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 외에는 없다. 태양에서 오는 전자기파는 여러 가지 주파수(혹은 파장)를 갖고 있다. 눈으로 감지할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의 전자기파는 여러 개가 합치면 백색 혹은 무색으로 우리는 느끼고 있고, 무지개가 뜨면 빨주노초파남보의 일곱 가지 색으로 나누어진다. 아주 멀리서 오는 별빛에는 왜 이런 현상이 관찰되지 않고 우리 눈에 붉은색 계열로 보일까? 이런 질문이 생길 수 있다.
요즈음은 소방차나 구급차가 출동할 때 생활 소음 관리 차원에서 사이렌 소리를 크게 내지 않지만, 옛날에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아마 당시에는 생활 소음이 크거나 많지 않아서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더 크게 들렸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기 처소에 있으면서 소방차가 자기가 있는 곳에서 멀어지고 있는지 가까워지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을 물리학적으로 처음으로 분석한 사람이 오스트리아의 과학자 도플러(Christian Johann Doppler, 1803~1853)이고 이를 도플러효과(Doppler effect)라고 부른다. 그는 1842년 <이중성 및 그 밖의 몇 개 항성의 착색 광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그 속에서 파동의 근원과 관측자의 상대운동이 가져오는 도플러효과의 존재를 지적하였다. 오늘날 정리하기로는 도플러효과란 파동을 발생시키는 파원과 그 파동을 관측하는 관측자 중 하나 또는 둘이 모두 움직이고 있을 때 발생하는 효과이다. 파원과 관측자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질 때는 파동의 주파수가 더 높게, 거리가 멀어질 때는 파동의 주파수가 더 낮게 관측된다.
도플러는 이러한 현상을 소리에서 처음 발견했다. 듣는 사람이 정지해 있는 음원 쪽으로 운동해 갈 때는 정지해서 들을 때보다도 나오는 소리의 주파수(진동수)가 더 높게 들린다. 반면, 듣는 사람이 정지해 있는 음원에서 멀어져 가는 운동을 할 때는 정지해 있을 때보다도 더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듣게 된다. 또한 듣는 사람이 정지해 있고, 음원이 가까이 다가오거나 멀어져 가거나 하는 운동을 할 때도 비슷한 결과를 얻게 된다. 예를 들면 소방차가 ’솔‘ 음의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오면 ’라‘ 음에 가깝게 들리다가 멀어지면 ’파‘ 음에 가깝게 들리는 등의 변화가 발생한다. 즉 음원과 관측자가 서로 가까워질 때: 파장이 짧아진다. 주파수가 커진다. 소리는 높게(크게) 들린다. 만약 음원과 관측자가 서로 멀어질 때: 파장이 길어진다. 주파수가 작아진다. 소리는 낮게(작게) 들린다. 소리는 우리의 귀에 있는 고막에서 관찰되는데, 음(音)의 높낮이를 도레미파솔라시도의 8 음계(octave)로 나누었고, 음악이란 분야로 발달하였다.
도플러는 빛에서도 같은 현상이 존재하리라고 예측했다. 보는 사람이 정지해 있는 상태에서 빛을 내는 물체가 가까워지면 스펙트럼 분석 결과 빛은 파란색 쪽으로 이동한다. 반면, 보는 사람이 정지해 있는 상태에서 빛을 내는 물체가 멀어지면 스펙트럼 분석 결과 붉은색 쪽으로 이동한다. 관측자에게로 접근하거나 멀어지는 속도가 크면 클수록 도플러 편의는 크게 나타난다. 즉 광원과 관측자가 서로 가까워질 때: 파장이 짧아진다. 주파수가 커진다. 빛의 스펙트럼이 청색편이가 발생한다. 반면에 광원과 관측자가 서로 멀어질 때: 파장이 길어진다. 주파수가 적어진다. 빛의 스펙트럼이 적색편이가 발생한다. 빛은 우리의 눈에 있는 망막에서 감지되는데, 우리는 색으로 인식하고 있다. 자연에서 관찰되는 무지개를 근거로 이 색의 스펙트럼을 뉴턴 이래 우리들은 빨주노초파남보라고 일곱 가지로 나누었다. 미술이나 사진, 영상이란 이름의 여러 가지 예술이 탄생하였다.
생활에서 도플러효과를 이용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먼저 교통경찰이 소지하고 있는 스피드 건(speed gun)이 있다. 스피드 건이란 고속도로 등에서 자동차의 속도위반 단속을 위해 개발한 것으로 레이더파의 도플러효과를 이용하여 달리는 자동차의 속력을 측정한다. 레이더 파는 전자기파의 일종으로 주파수가 빛보다 작고 보통 방송 전파보다는 크다. 경찰은 레이더파를 달리는 차에 쏘아 되돌아오게 하고 레이더 장치에 장착된 컴퓨터는 안테나에서 발사될 때의 파동의 주파수와 되돌아온 파동의 주파수를 비교하여 차의 속력을 계산해 낸다. 스포츠에도 적용되어 축구에서 공의 슈팅 속도나 야구에서 투수의 투구 속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된다.
도플러효과는 의료기구에도 적용되고 있다. 도플러 진단장치(초음파 진단장치)는 인체 내에서 주로 혈류와 같이 흐름이 있는 경우에 이용된다. 장치에 있는 탐침(probe)에서 소리를 만들어내어 혈관에 쏘면 혈류의 적혈구가 소리의 높낮이를 변화시키게 되고 그 소리를 탐침에서 검출한다. 예를 들어, 처음에 탐침에서 다가오는 적혈구에 ’솔‘ 소리를 보내면 적혈구에서는 ’라‘에 치우친 소리를 듣게 되며 이 적혈구는 ’라‘ 소리를 들었다고 탐침에 정보를 보낸다. 이 소리는 탐침에 들릴 때 높아지는 소리로 전해져 장비에서 높낮이의 변화량을 검출해 적혈구의 이동속도 즉 혈류의 유속(流速)을 계산해 낸다. 이외에도 도플러효과를 이용하여 전파 항법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항공기에서는 도플러레이더, 선박에서는 도플러 소나라고 부른다. 자연계에서 일정 시간 내 발생하는 진동수를 측정하는 장치인 도플러 카운터 등이 있다.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Edwin Hubble, 1889~1953)은 별빛의 도플러효과에 의한 현상을 이용하여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우주에 있는 별은 지구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우리 눈에는 우주가 늘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은하들은 서로 멀어져 가고 있으며,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별빛의 스펙트럼 분석으로 알 수 있다. 밤하늘의 별들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보면 별들은 붉은 스펙트럼을 띄고 별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더욱 붉게 나타난다. 스펙트럼의 편의가 가시광선의 범위를 벗어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별들도 꽤 있을 것이다. 도플러효과로 이런 관찰 결과를 해석하면, 별들이 지구에서 멀어져 가고 있으며 별들은 멀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고 있다. 이로써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우주의 팽창에 관한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천문학자도 여럿 있다. 우주의 팽창 과정을 되돌려 보면 초기 우주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 이것으로 빅뱅(대폭발설)이라는 우주 발생설도 생겨났다.
빅뱅(대폭발설)은 시작과 끝이 있다는 진화론적 우주론이다.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온도는 낮아지고 어두워진다. 대폭발설은 허블의 우주 팽창설을 기초해 우주 내의 모든 물질을 포함하는 초원자(超原子)가 폭발해 우주가 생성되었다고 말한다. 대폭발설에 의하면 최초의 작은 덩어리가 폭발하여 30분 이내에 여러 원소가 만들어지고, 이들이 모여 별(恒星)이 되었으며, 지금도 팽창이 계속되고 있다. 최초의 작은 물질의 덩어리인 초원자(超原子)는 초고밀도로 추정된다. 이때 온도는 절대온도로 수천억 K라고 주장한다. 절대온도 0K는 섭씨 영하 273도이다. 이 우주론에 의하면 우주의 총질량은 일정하고 크기는 계속 증가하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주의 평균 밀도는 점점 작아진다. 대폭발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우주 배경 복사와 우주에서 관측되는 헬륨 원소의 존재 비율을 들 수 있다.
우주 공간 내의 어느 방향에서나 약 2.7K의 흑체에서 방출되는 배경 복사가 관측된다. 절대온도 0K가 섭씨 영하 273도이므로 대체로 우주는 극도로 추운 상태이다. 우주 배경 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는 온도가 약 3000K일 때 방출되었던 복사가 우주의 팽창으로 식어서 현재의 온도인 2.7K의 복사로 관측된다고 해석한다. 우주 배경 복사는 1965년에 미국의 천문학자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들은 파장 7.35cm인 전파가 천구(天球)의 모든 방향에서 같은 세기로 검출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 전파가 빅뱅(big bang)의 화석이라고 주장하였다. 그 후 다른 천문학자들이 파장 0.3~100cm인 전파를 관측한 결과, 검출되는 전파는 2.7K의 흑체에서 방출되는 복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대폭발이 일어났을 때 방출된 복사는 파장이 처음보다 매우 길어진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고 이 복사는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우리를 향해 올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오늘날에는 우주 배경 탐사선이라고 불리는 코비(COBE) 위성을 이용하여 우주 배경 복사를 측정하고 있다. 초기 우주 물질이 부분적으로 미세한 밀도 차이가 존재하고 이러한 밀도 차이는 별과 은하 형성의 열쇠가 된다고 해석한다. 만약 초기 우주의 배경 복사 밀도가 균일한 상태였다면 별이나 은하는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폭발설을 주창하는 학자들은 우주 팽창 초기에 수소와 헬륨이 각각 75%, 25%의 비율로 생겨났다고 본다. 이 이론값은 오늘날 항성(恒星)들을 관측하여 추정되는 값과 잘 일치하므로 헬륨 원소의 존재 비율은 대폭발 우주론을 지지하는 하나의 증거라고 볼 수 있다. 별의 진화 과정에서 수소는 핵융합 반응을 통하여 헬륨으로 변해간다. 우리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의 태양에서도 같은 핵반응이 일어난다. 이 이론에 의하면, 오래된 늙은 별에는 헬륨의 함량이 훨씬 많아야 한다. 그러나 성간 물질에서 새로 탄생한 젊은 별이나 늙은 별의 헬륨 함량에는 별 차이가 없다. 이것은 헬륨이 대부분 이미 우주의 대폭발 초기에 형성되고 팽창하는 우주에서 별들에 실려 그 원소들이 그대로 운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