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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8. 별의 일생

중성자별, 블랙홀

by 포레스트 강

현대 과학은 별(항성)도 탄생과 죽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만 과학 지식으로 추측할 뿐이다. 우리의 수명은 별의 수명에 비하여 극히 짧다. 인간의 수명이 대략 100년인데 비하여, 평범한 별인 태양의 수명은 대략 100억 년이다. 이는 인간이 수십 세대에 걸쳐서 태양의 활동을 관측한다고 하더라도 이 기간은 태양 전체 일생의 수천만 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가끔 하늘에서 별이 폭발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이렇게 폭발하는 별이 아주 밝은 빛을 우리에게 보내어 옛날에는 새로운 별이란 뜻으로 신성(新星) 혹은 초신성(超新星)이라고 불렀는데 이제 곰곰이 과학적으로 따져 보니 이것은 별이 종말에 이르렀다는 증거이다. 사람도 임종(臨終) 직전에 정신이 반짝한다는 말이 있다.

참을 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 하고

헤아릴 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 채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 이미자, <여자의 일생>

별의 일생이라고 하니까 이미자(1941~ )가 부른 노래 ‘여자의 일생’이 생각난다. 1960년대에 동명의 드라마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 뒤 여러 남녀가수가 다시 불렀다. 노래 가사에도 있듯이 여자는 가슴이 아파도 말 한마디 못 하고, 슬픔을 혼자 지닌 체, 체념하며 한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반세기 뒤인 현재에는 여성의 권리가 한층 신장(伸張)되고 경제적인 자주권이 향상되어서 그렇게 사는 여성은 없다. 요즘에는 오히려 불쌍하게 사는 남성들이 많아진 것 같다.

또 프랑스의 문호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1893)의 소설 ‘여자의 일생(Une Vie; l'humble verite)’이 생각난다. 소설의 원제를 문자적으로 우리말로 옮기면 ‘하나의 삶: 구차한 진실’ 정도인데, 일본어 번역본의 영향으로 ‘여자의 일생’이 되었다. 이 소설의 배경은 프랑스 왕정복고부터 1848년 혁명에 걸친 기간이지만, 정치적 상황과는 상관없이 한 시골 귀족 여인이 수도원을 떠나 한 지방에서 죽음을 맞을 때까지의 일생에 초점을 맞췄다. 경건한 신앙심을 가진 주인공은 인색하고 무자비하고 야심만 많은 남편으로부터 일련의 환멸을 겪게 된다. 그녀는 결국 체념에 빠지고 그 뒤에 유산과 조산, 자식의 타락, 부모의 죽음, 고독, 가난 등등 온갖 시련을 겪게 된다. 자연주의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여자의 일생’은 인생의 덫과 함정, 자연과 동물적인 힘의 무심한 영속을 잔인하게 그린 소설이다. 남자인 모파상은 자연의 성적 본능을 억누르는 결혼에 대해 회의와 비관적인 견해를 표현하는데 후에 자연주의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출판업자가 포르노그래피에 가깝다는 이유로 배포를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비평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면 별의 일생은 어떤가? 별은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기체와 먼지들인 성간 물질(Interstellar Medium, ISM)로부터 탄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별은 성간 물질의 밀도가 높고,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서 태어난다. 이런 영역에서는 물질들의 운동에너지가 적어 비교적 쉽게 성간운이 수축하며, 이 수축으로 인해 중력(gravitation) 면에서 더 낮은 에너지 상태를 갖게 된다. 중심의 수축 부분이 일정 밀도에 이르면 압력이 증가하고 중력과 압력에 의한 힘이 평형을 이루는 상태, 즉 정역학적 평형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중심지역에 형성된 천체를 원시성(原始星) 혹은 원시별이라 부른다. 원시별의 주변에는 고밀도의 가스와 먼지로 둘러싸여 있어서 가시광선으로는 관측이 힘들고, 적외선 분광기를 이용해서 원시별을 연구하고 있다.

성간운이 수축하는 과정이 계속 진행되면 중심부 온도가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수축 초기에는 대부분의 성간운이 수소 분자(H2)로 이루어져 있으나, 중심부 온도가 절대온도로 약 1800K 정도로 올라가게 되면 수소 분자가 해리되어 수소 원자가 된다. 이 해리 과정은 열이 흡수되는 반응으로서, 압력으로 빠질 에너지가 해리 과정에서 열로 소모되면, 정역학적 평형을 이룰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원시별의 중심은 다시 수축을 시작하고 주변의 물질들이 계속해서 유입된다. 원시별의 내부온도가 어느 정도 높아지면, 중심핵에서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고, 여기서 나오는 에너지로 압력에 의한 힘이 중력과 평형을 이루게 된다. 이제 별은 안정된 주계열(main sequence) 별이 된다.

전체적인 별의 진화단계에서 주계열 단계란 별의 중심부에서 수소의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단계를 말하며, 별의 일생 중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한다. 보통 평범한 별들은 그 일생의 대부분을 중심부에서 수소를 헬륨으로 변환시키며 보낸다. 이처럼 핵융합 반응으로 인해 중심부에 있는 수소의 양이 줄어들고 헬륨이 늘어나며, 평균 원자량은 증가한다. 따라서 별을 지탱할 수 있는 충분한 압력을 가지기 위해 중심부가 조금씩 수축하며, 밀도가 증가하고 온도가 증가한다. 그리고 별의 내부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별은 조금씩 커지며, 표면으로 나오는 에너지가 커져서 별의 광도가 조금씩 증가한다. 우리가 속해 있는 별인 태양도 이러한 주계열 단계에 있다. 별은 질량이 크면 크기도 커지고 색온도가 높아져 파란색이 된다. 질량이 큰 별일수록 수명이 짧다.

별 내부의 핵융합 반응이 끝난 시점을 후주계열 단계라고 하는데 마지막 진화단계이다. 태양과 비슷한 질량을 가진 별은 중심부에서 수소가 소모되면 더 이상의 에너지를 낼 수 없어 별의 핵이 수축해져 간다. 수축하는 핵에 의해 에너지가 발생하고 이 에너지는 핵의 바깥 부분인 수소층을 가열시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따라서 별의 외부 층은 팽창하고 광도가 증가한다. 이러한 별의 마지막 단계는 별의 초기질량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태양보다 가벼운 별들은 헬륨의 핵이 반응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온도를 갖지 못하여 더 진화하지 못하고, 핵만 남겨지게 된다. 태양과 비슷한 질량의 별들은 헬륨의 핵이 반응을 시작하고, 탄소로 이루어진 핵이 남겨질 때까지 진화하게 된다. 이러한 별은 주계열 단계를 벗어나면 적색거성(red giant star)이 되고 크게 부풀어 오르게 된다. 태양은 태어난 지 약 46억 년이 되었으며 앞으로 50~70억 년 후에는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오른 후 행성상성운을 거쳐 백색왜성으로 조용히 수명을 다할 것으로 예측된다. 태양보다 훨씬 큰 질량을 갖는 별들은 초신성 폭발을 하며 중성자별(neutron star)을 남기거나 블랙홀(black hole)이 되기도 한다.

별의 진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처음 태어날 때의 별의 질량이다. 별의 질량에 따라 진화단계가 다르게 됨이 1929년에 천문학계에 처음 제기되었는데, 파키스탄 라호르 태생의 찬드라세카르(Subrahmanyan Chandrasekhar, 1910~1995)가 인도의 마드라스대학교에서 공부한 후 19세 때인 1930년에 케임브리지대학의 특별연구원(fellowship)이 되기 위해 인도에서 영국으로 가는 배 안에서 백색왜성(白色矮星, white dwarf)의 질량 상한을 계산하였다. 이 상한은 태양 질량의 약 1.44배인데 그의 발견을 기려서 찬드라세카르 한계(Chandrasekhar limit)라고 부른다. 태양 질량의 1.44배 이상 되는 질량을 갖고 있다가 죽어가는 별은 무엇이 될까? 그 답은 오늘날 블랙홀이라고 불리는 총체적인 붕괴라고 생각된다. 현재는 중성자별이 백색왜성보다 더 무거우면서도 안정한 별이라고 알려져 있다. 찬드라세카르가 당시 케임브리지대학의 저명한 천문학자를 존경하여 고향에서 케임브리지대학으로 갔는데, 그 천문학자가 찬드라세카르의 총체적인 붕괴 이론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조롱할 정도로 무시하였다. 이 한계 이론을 위해서는 블랙홀의 존재가 논리적으로 필요하나, 당시 블랙홀의 존재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기에, 처음 발표되었을 때 학계에서 무시되었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찬드라세카르는 1936년 미국으로 건너가 처음에 하버드 천문대에서 근무하다가 그 후 다른 천문대로 옮겼고, 1944년에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 교수가 되었다. 그는 ‘별의 진화연구’에 관한 업적으로, 198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우리 은하에 있는 별들의 약 10% 정도가 백색왜성일 것으로 믿어진다. 이상기체의 열 압력으로 중력붕괴를 막는 주계열의 별과 달리, 백색왜성은 전자 축퇴에 의한 압력을 통해 중력붕괴를 이겨내고 있다. 여기서 전자 축퇴 압력(electron degeneracy pressure)이란 백색왜성 내의 전자가 배타원리(exclusion principle)를 준수하며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부터 차근차근 큰 에너지 상태를 채우게 됨으로써 생기는 압력이다. 파울리(Wolfgang Pauli, 1900~1958)의 배타원리에 의하면, 한 원자에서 같은 양자상태에 두 개 이상의 전자들이 함께 존재할 수 없다. 별이 찬드라세카르 한계 이상의 질량을 가지고 있으면, 별의 핵 속의 전자축퇴압력이 불충분해 별 자체의 중력으로 인한 인력과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 고로 한계 이상의 질량을 가진 백색왜성은 중력붕괴가 계속 일어나 다른 형태의 밀집성(密集星)인 중성자별이나 블랙홀로 진화하게 된다. 한계 이하의 질량을 가지고 있다면 백색왜성으로 안정적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

별의 질량에 따라 별의 일생이 크게 달라지고, 마지막의 모습 또한 다르다. 아주 무거운 별들은 상대적으로 주계열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금방 진화해 버린다. 이는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별일수록 약하게 에너지를 오래 내기 때문에 일생이 길다. 별은 일정한 질량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질량이 충분하지 못하면 수소로 이루어진 내부 핵이 융합할 정도의 온도가 되지 못하여 별이 되지 못한다. 별이 되지 못한 천체는 행성이나 소행성과 같은 천체가 된다. 이러한 별의 최소 질량은 태양의 약 0.08배이다. 그리고 별은 일정 이상의 질량을 가질 수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별의 질량이 어느 한계 이상 크게 되면 중력이 내부의 뜨거운 열에 의한 압력(복사압)을 견딜 수 없게 되며, 결국엔 중심을 향해 떨어지던 물질이 복사압에 의해 다시 바깥으로 밀려 나가게 되어 별을 형성할 수 없다. 오늘날 천문학에서 찬드라세카르 한계 질량은 수정되어 있다. 이론적으로 계산된 한계 질량은 태양의 약 150배 정도로 알려져 있다.

질량이 태양보다 약 1/12배 작은 천체는 잠시 에너지를 생성하지만, 수소를 헬륨으로 변환시켜 줄만큼의 내부온도를 가질 수 없어 별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천체를 갈색왜성(brown dwarf)이라고 한다. 갈색왜성보다 큰 천체는 ‘별’이 된다. 태양 질량의 3배 이하인 별들은 대체로 주계열성, 적색거성의 단계를 거쳐 행성상성운을 만들고 백색왜성이 되어 식어간다. 그러나 만약 백색왜성 주변에 동반성이 있다면 백색왜성이 동반성의 물질을 빨아들여 신성 폭발을 할 수도 있다.

태양 질량의 3배에서 15배 정도 되는 별은 주계열성 단계를 거쳐 적색거성 혹은 이보다 더 큰 초거성(supergiant star)이 되며, 이후 초신성 폭발 후 중성자별이 된다. 태양 질량의 15배가 넘는 별의 종말은 중성자별 혹은 블랙홀이다.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되는 과정에서 초신성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고 보통 초신성 폭발보다 훨씬 큰 극초신성 폭발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초신성 폭발이 없이 바로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고 보인다.

중성자별은 반지름이 약 10~15km이고 질량은 태양 질량의 1.44~3배 정도라고 생각된다. 펄서(pulsar)라고 부르는 별은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중성자별이라고 믿어진다. 만약 지구가 이 정도의 큰 밀도를 가지려면 지구의 크기가 요즘 보는 아파트와 비슷해진다. 중성자별이론은 1934년에 제안되었고 1967년에 펄서가 발견될 때까지 중성자별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해에 케임브리지대학의 젊은 여성 대학원생이 여우 별자리 방향에 있는 파원으로부터 약 1.33초의 일정한 주기를 갖는 유별난 라디오파 신호를 잡았다. 이 신호를 분석함으로써 일종의 중성자별인 펄서를 발견하였다.

질량이 태양 질량의 3배 이상인 늙은 별은 수축하여 결국은 블랙홀이 된다. 블랙홀은 중력장이 너무 커서 아무것도, 심지어 광자조차 빠져나올 수 없어서 더 이상의 정보를 얻어낼 수 없다. 무거운 별만 블랙홀이 되는 건 아니다. 백색왜성과 중성자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위의 우주 먼지와 가스를 더욱더 끌어들여 충분한 질량을 끌어모으면 종국에는 모두 블랙홀이 될 수 있다. 만약 우주가 충분히 오래 존재한다면 이 우주상의 모든 게 블랙홀 형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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