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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1. 리튬이온 이차전지

by 포레스트 강

2019년 노벨 화학상은 리튬이온전지의 원천기술을 개발한 세 명의 원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의 구디너프(John B. Goodenough, 1922~2023) 교수, 뉴욕주립대 빙엄튼 캠퍼스(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Binghamton)의 휘팅엄(M. Stanley Whittingham, 1941~ ) 교수, 그리고 일본의 메이조대학 교수 겸 아사히카세이(旭化成) 회사의 명예연구원 요시노 아키라(吉野彰, 1948~ ) 박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먼저 미국의 재료과학자인 구디너프 교수는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를 졸업하고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에서 물리학 박사를 취득하고 MIT Lincoln Laboratory 연구원으로 24년 동안 있으면서 주로 산화물 자성재료를 연구하였다. 1970년대 말에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연구실장으로 옮겨서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연구하여 1980년에 LiCoO2 재료가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양극 재료임을 발표하고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용량을 배가시켰다. 옥스퍼드 대학교와 특허 문제로 분쟁을 겪고 종국에는 그 특허를 일본의 Sony 회사가 라이센싱하여 현재와 같은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개발에 성공하였다. 1986년부터 미국의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교수가 되었다. 그 외에 LiFePO4 등과 Polyanion을 포함하는 양극 재료 등을 개발하였다. 그가 노벨상 수상자 된 나이가 98세로 역대 수상자 중 최고령이고 현재까지 100세를 넘겨 산 유일한 노벨상 수상자이다.

영국 태생인 휘팅엄 교수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화학으로 학사(1964), 석사(1967), 박사(1968) 학위를 받고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에서 포스닥 연수를 받았다. 엑산(Exxon) 회사에서 16년간, 슐럼버제(Schlumberger) 회사에서 4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1986년 뉴욕주의 시골에 있는 뉴욕주립대 빙엄튼 캠퍼스의 교수가 되었다. 그는 엑산 회사 연구원일 때 층간화합물 전극(intercalation electrode)에 착안하여 티타늄이황화물(TiS2) 양극을 개발하여 Li 이온이 TiS2 양극 재료 안으로 들어갔다가 가역적으로 빠져나올 수 있음을 보였다. 엑산 회사는 이를 활용하여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개발하였으나 안전성의 문제로 상업화를 접었다. 새로운 배터리는 층간화합물 배터리라고도 불렀고, 그는 샌드위치 안에 잼을 넣는 것에 비유하였다. 리튬이온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동안에 양극 재료의 결정구조는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충전과 방전을 여러 번 해도 크게 문제가 없어 훌륭한 이차전지가 된다.

요시노 아키라 교수는 교토대학에서 학사(1970)와 석사 학위(1972)를 받고 오사카 대학에서 박사 학위(2005)를 취득하였다. 1972년 아사히카세이 회사에 입사하여 연구소와 이차전지사업부에서 이차전지 개발에 참여하여 연구실 실장, 펠로우(Fellow) 등을 거쳐 고문이 되었고, 2017년부터 메이조대학 교수이다. 요시노 교수는 폴리아세틸렌(Polyacetylene)을 음극 재료로 사용한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개발하였다. 폴리아세틸렌은 일본이 자랑하는 2000년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시라카와 히데키(白川英樹, 1936~ ) 박사가 발명한 전도성 고분자의 하나이다. 리튬이온이 음극에 존재하는 당시까지의 상례를 깨고 LiCoO2를 양극으로 채용하고 Li 이온이 없는 폴리아세틸렌을 음극으로 하여 리튬이온 이차전지 시제품을 제작하였다. 처음에 양극에 있던 Li 이온이 첫 충전 시에 음극으로 이동하고 이후 방전과 충전을 하는 과정에 Li 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이차전지 구실을 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 아이디어를 Sony에서 이용하여 LiCoO2를 양극으로, 흑연(graphite)을 음극으로 채용하여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제조하고 상품화에 성공하였다.

한편 프랑스 화학자들은 일찍이 연성화학(chimie douce, soft chemistry)에 관해서 많은 연구를 해왔는데, 연성화학이란 결정구조 내에서 비교적 이동성이 높은 부분만이 반응을 일으키고, 그 구조의 나머지 부분은 비교적 큰 변화 없이 남아있는 화학적 변화를 묘사하는 데 사용된다. 미국 MIT의 드레슬하우스(Mildred S. Dresselhaus, 1930~2017) 교수 연구그룹에서는 탄소의 집합체인 흑연(graphite)의 층 사이에 금속 원자를 집어넣을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보이고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연구를 시행하였다. 이런 연구 분야를 학자들은 intercalation chemistry라고 불렀다. 인터칼레이션이란 층상구조로 원자가 배열되어 있는 재료의 층간에 분자나 원자나 이온 등 화학종이 삽입되는 현상이다. 반대로 화학종이 층간에 있다가 빠져나오는 현상을 deintercalation이라고 한다. 우리말 용어로 각각 삽입(insertion)과 이탈 혹은 탈리(separation, extraction)라는 표현도 쓴다. 층상구조의 결정을 호스트(host), 층간에 삽입된 이온 원자 등 화학종을 게스트(guest)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터칼레이션의 생성물을 층간화합물이라고 하며, 흑연과 알칼리금속, 점토와 유기물, 무기물과의 화합물 등이 있다. 좋은 이차전지를 이루려면 화학종의 층간 삽입과 이탈이 쉽게 일어나는 재료로 양극과 음극을 각각 구성해야 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로 금속이 아닌 무기화합물이 전극 재료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요즈음은 일반인들에게도 골프가 상당히 인기 있는 운동이고 프로골프 선수들이 큰 상금을 놓고 대결하는 대회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에는 일반인들이 구경꾼으로 입장하는데 이를 보통 갤러리(gallery)라고 부른다. 유명한 골프선수들을 따라서 상당한 구경꾼들이 운집하여 골프장 레인을 몰려다닌다. 한편 갤러리는 미술이나 조각품을 전시하는 화랑을 의미한다. 이는 서양 건축물의 구조를 알면 쉽게 이해가 된다. 돌로 된 큰 집을 지으면 큰 기둥 사이로 건물 바깥쪽에 공간이 많이 생기는데 그 공간을 흔히들 갤러리라고 부른다. 그 공간에 미술품들을 전시한 데서 갤러리란 말이 유래했다고 생각된다. 그 미술품을 감상하러 관객들이 떼를 지어 움직이는데 이 군중을 갤러리라고 부른다. 층간 구조의 화합물의 층간에 삽입되는 화학종이 골프장의 구경꾼이나 화랑의 관람객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한편 이차전지에서 리튬 이온이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양극과 음극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동안에 전극 재료의 층간 구조가 보존되어 있어야 한다. 충•방전 동안에 그 구조가 붕괴(崩壞)되면 리튬 이온이 제자리를 찾아 들어갈 수 없으므로 전지의 수명이 짧아지게 된다. 이는 논에 참게가 많던 옛 시절에 논둑에 게 집이 무너지지 않고 보존되어 있어야 참게들이 밖에서 놀다가 각자 자기 집에 들어갈 수 있음에 비유할 수 있다. 옛날에 그 많던 참게가 지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요즈음은 농약 등의 영향으로 벌에 있는 논에 참게가 보이 지를 않는다.


서로 다른 재료가 접촉하면 전위차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전자이동 현상이 수반된다. 이를 이용하는 것이 전지의 기본원리이다. 리튬이온전지는 전기화학적으로 리튬을 삽입할 수 있는 양극 및 음극 재료와 리튬이온을 이송할 수 있는 매질로써 비양성자성(aprotic)이며 극성인 유기용매를 전해질로 사용한다. 양극으로 리튬을 포함하고 있는 화합물을 사용하고, 리튬은 충전 시에 양극으로부터 이탈(extraction)되고 방전 시에 양극으로 삽입(insertion)된다. 양극 및 음극 재료는 전위차가 클수록 고전압을 나타내며 전지 전압은 양극 재료와 음극 재료에 삽입된 리튬의 전기화학적 전위의 차이로 표현할 수 있다. 리튬이온전지에서 높은 전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위 차이가 큰 양극 및 음극 재료의 선정이 필요하며, 상용 리튬이온전지는 리튬에 대해 4V급인 니켈, 코발트 또는 망간의 산화물을 양극 재료로 사용하고 리튬에 대해 0∼1V급인 탄소(흑연)를 음극 재료로 사용하여 평균 전위차가 3.6V가 되는 높은 전지 전압을 얻고 있다. 충전 시에는 리튬 이온이 양극에서 탈리하여 음극인 흑연의 층간으로 이동하고 방전 시에는 리튬 이온이 흑연의 층간에서 빠져나와 양극 재료의 층 사이로 되돌아온다. 충∙방전 동안에 전극이나 전해액은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리튬 이온이 두 전극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중언부언하여 설명하면 리튬이온전지는 전기화학적으로 리튬을 삽입할 수 있는 양극 및 음극 재료와 리튬 이온을 이송할 수 있는 매질로써 유기용매를 전해질로 사용한다. 양극에 리튬을 포함하고 있는 화합물을 사용하고 이 양극의 리튬 이온은 충전될 때 분리막을 통하여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며 이때 외부에 충전전류가 흐른다. 반대로 방전될 때 리튬 이온은 음극에서 전해질을 통해 양극으로 이동하고, 이동된 리튬 이온은 양극의 결정구조에 층간 삽입된다. 이때 리튬 이온의 전극 내부에서는 전이금속 산화물의 팔면체나 사면체에 위치하게 되고 전극 외부에서는 전해질 내에서 이동하게 된다. 이 내용을 토대로 양극 재료로 전이금속산화물(LiMO2)을, 음극 재료로 흑연(graphite)을 사용하였을 경우의 전지 반응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이 반응에서 전이금속산화물에서 Li 이온을 50%만 빼내는 것으로 가정하였다.


리튬이차전지 반응식.png


위 그림은 충∙방전 시에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내부인 전해질을 통한 이온의 이동과 외부회로를 통한 전자의 이동을 모식도로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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