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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강 Jun 19. 2024

F5. 실리콘 밸리

 미국의 서북부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지역의 지도를 검색해 보면 특이한 지형이 눈에 들어온다. 태평양의 파도를 막아 주는 샌프란시스코 반도(San Francisco Peninsular)의 북부 언덕 주변에 샌프란시스코시(San Francisco City)가 형성되어 있고, 그 오른쪽과 아래쪽에 커다란 샌프란시스코만(San Francisco Bay)이 존재한다. 1849년 이 일대에 골드러시가 일어나며 도시가 크게 발전하기 시작하였는데, 현재는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샌디에이고(San Diego), 산호세(San Jose)에 이어 캘리포니아주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고, 미국 전체에서도 15위 이내에 든다. 샌프란시스코는 여러 별명이 있는데, 그중에서 ‘시티 바이 더 베이(City by the Bay)’가 도시의 위치를 가장 잘 설명해 준다. 샌프란시스코만(灣)으로 들어오는 태평양의 거센 물결 위로 금문교(Golden Gate Bridge)가 놓여있어서 북쪽 태평양 연안의 수송을 편하게 하고 오늘날 유명한 관광 명소가 되었다. 1906년 지진에 뒤이은 화재로 도시가 많이 파괴되었지만, 빠르게 재건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 인근의 해군 조선소가 활기를 띠었고, 태평양 전쟁으로 나가는 군인들을 위한 승선의 주요 항구가 되었다. 유엔을 창조한 유엔 헌장이 194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안되어 조인되었고,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을 통하여 일본과의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냈다. 1960년대부터 ‘히피’ 반문화와 함께 성 혁명, 평화운동, 성소수자 권익수호 운동을 주도했고,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자유주의 운동의 중심지로 굳어졌다. 1990년대 후반부터 닷컴(. com) 붐이 불어 인터넷 관련 회사들로 샌프란시스코 경제가 활기를 띠게 되고 사회 미디어 붐이 시작되었다. 샌프란시스코가 애플과 구글 같은 실리콘 밸리 회사들에 고용된 사람들을 위하여 주거 지역으로 인기 있는 장소가 되었다.      


 샌프란시스코 일대에 사람이 몰리면서 교량, 전차, 철도 및 고속도로가 건설되었다. 또한 수도 공급 시스템과 새로운 하수구들이 개발되었다. 대표적으로 바닷물로 분리되어 있던 샌프란시스코만의 동부 지역과 샌프란시스코 시내가 1930년대에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베이 브리지로 연결되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여러 도시 계획 프로젝트들이 추진되어 재개발이 추진되고, 새로운 무료 고속도로들이 건설되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부두들은 폐쇄되어 지금은 관광시설이 되었고, 화물 활동은 만(灣) 동쪽에 있는 오클랜드(Oakland)의 부두로 이동하였다. 샌프란시스코만 동쪽 해안의 버클리(Berkeley)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가 명문 대학으로 성장하였다. 샌프란시스코만 북쪽의 구릉지에 있는 나파 밸리(Napa Valley)는 포도 농장이 발달하여 각종 와이너리로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였다. 이 일대의 기후는 온난하며 여름에 비가 적고 일조량이 많다.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만의 서쪽 지역에서 북부로 연결되는 유일한 도로이다. I-580 주간 고속도로(Interstate Highway)는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베이 브리지(Bay Bridge)로 시작하여 만의 동부로 연결된다. 이 길을 따라 동쪽으로 쭈욱 2시간 정도 가면 요세미티(Yosemite)가 나온다. US101 국도는 I-80 주간 고속도로의 서부 종점과 연결되고 샌프란시스코만을 따라 도시의 남부인 실리콘 밸리를 향한다. 오래된 고속도로인 US101 도로는 금문교와 연결되어 북쪽으로부터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들어갔다가 나와서 남쪽으로 계속 연결되어 산호세를 지나 캘리포니아 남쪽으로 연결된다. I-280 주간 고속도로는 샌프란시스코로부터 남부로 향하며 또한 도시의 남부 끝을 따라 동부로 향하여 베이 브리지의 남부에서 끝난다. 미국을 가로지르는 첫 도로이자 역사적인 대륙 횡단 도로인 링컨 고속도로의 서부 종점은 샌프란시스코의 링컨 공원(Lincoln Park)에 있다. 이 도로는 I-80 주간 고속도로로 현대화되었다. 미국의 주간 고속도로는 미국 전역을 거미줄처럼 연결해 놓고 있는데, 보통 두 자리 숫자로서 홀수 번호가 붙으면 남북으로 길이 나 있고 짝수 번호는 동서로 길이 나 있다. 홀수 번호는 I-5인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시작되어 동쪽으로 갈수록 번호가 증가하고, 짝수 번호는 미국의 최남단에서 I-10이 시작되어 북쪽으로 갈수록 번호가 증가한다. 그러나 예외도 많이 존재한다.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에서는 I-80의 보조 도로가 여럿 건설되어 있다. I-280은 만 서쪽에서 남북으로 나 있고, I-580은 만 동쪽에서 버클리(Berkeley), 오클랜드(Oakland)를 통과하여 헤이워드(Hayward)에서 동쪽으로 가다가 남쪽으로 빠진다. I-680은 이보다 더 동쪽에서 남북으로 나 있고 산호세 남쪽에서 I-280과 합류한다. I-880은 오클랜드에서 시작되어 남으로 샌프란시스코만의 동쪽 해안을 따라 헤이워드. 프리몬트(Fremont), 밀피타스(Milpitas)를 거쳐 산호세에서 I-280과 만나고 US101 도로와 연결되어 남쪽으로 달린다.     


 샌프란시스코 주변은 대중교통도 잘 조성되어 있다. 보통 ‘무니(Muni)’로 불리는 대중교통 체계는 경전철과 지하철을 합친 것과 버스 망을 운영한다. 또한 주요 관광객에게 유명한 케이블카의 일종인 ‘트램(tram)’을 운영한다. BART(Bay Area Rapid Transits)는 수중 트랜스베이 튜브를 통하여 만의 동부와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연결한다. 이 노선은 도시 남부의 관청가로 달리고,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까지 간다. 통근 철도 시스템인 칼트레인(CalTrain)은 샌프란시스코 반도를 따라 샌프란시스코에서 산호세로 달린다. 역사적인 암트랙(Amtrack) 캘리포니아 열차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하여 팔로알토와 산호세를 통과하여 로스앤젤레스까지 달린다. 오늘날 실리콘 밸리 회사들로 통근하는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샌프란시스코에서 실리콘 밸리 지역으로 가는 버스 교통을 마련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은 샌프란시스코와 베이 지역의 주요 공항으로 샌프란시스코 도심 남부에 13마일(21km) 떨어져 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은 유나이티드 항공(United Airline)과 버진 아메리카(Virgin America) 항공사의 허브 공항으로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국제 터미널로 아시아와 유럽으로 가는 주요 통로이다. 샌프란시스코만을 가로질러 위치한 오클랜드 국제공항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의 대안으로 인기가 있다. 지리적으로 오클랜드 공항은 샌프란시스코 도심으로부터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과 대략 같은 거리이다. 샌프란시스코만의 남쪽에 있는 산호세 국제공항은 오늘날 실리콘 밸리의 확장과 더불어 이용객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반도의 동쪽에서 샌프란시스코만(灣)까지의 지역을 이르는 말이다. 필자가 20대일 때 이곳 지역을 처음 출장으로 방문하고 돌아온 친구한테서 들은 소감의 첫마디는 실리콘 밸리 지역이 상당히 넓은 지역이어서 놀랐다는 말이었다. 밸리에 해당하는 우리말의 산골짜기는 산과 산 사이의 낮은 경계를 말하므로 밸리라는 말을 좁은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이곳 실리콘 밸리는 태평양을 병풍처럼 막고 서 있는 산맥과 그 반대편 서쪽의 산맥 사이에 있는 넓은 지역이다. 실리콘 밸리는 처음에는 팔로알토(Palo Alto), 마운틴뷰(Mountain View) 지역에서 시작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서니베일(Sunnyvale), 쿠퍼티노(Cupertino), 산호세(San Jose)까지 샌프란시스코만 남쪽으로 확장되어 있다.     


 처음에는 이 지역에 실리콘 칩 제조 회사들이 많이 모여있었기 때문에 이같이 이름이 붙여졌지만, 현재는 컴퓨터, 바이오 기술 등 온갖 종류의 첨단기술 회사들이 이 지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실리콘 밸리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술 혁신의 상징이 되고 있다. 1인당 특허 수, 엔지니어의 비율, 모험자본 투자 액수 등의 면에서 미국 내 혹은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 지역은 하이테크 경제의 성공에 힘입어 매우 부유한 지역이 되었다. 실리콘 밸리의 성공 비결로는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유능한 엔지니어와 사업가들, 모험자본 투자자들(venture capitalist),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와 스탠퍼드 대학교 등의 교육 및 연구 기관의 존재를 꼽고 있다. 이 지역에 실리콘 밸리 같은 첨단 단지가 들어서기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것이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1947년 동부의 벨 전화연구소(Bell Telephone Laboratories)에서 처음으로 진공관 대용으로 개발된 증폭기는 게르마늄 재료를 이용하여 제작한 점 접촉 트랜지스터(point-contact transistor)였다. 이 트랜지스터의 작동 원리가 처음에는 전계효과(electric field effect)인 줄로 알았으나 반도체의 표면 효과라고 밝혀졌다. 그 뒤 쇼클리는 접합 트랜지스터(junction transistor) 원리를 이론적으로 완성하였다. 이 반도체 소자는 당시의 진공관 작동 원리를 유추하여 n-p 접합과 p-n 접합 접하여 있는 n-p-n 접합 트랜지스터 구조였다. 이런 구조의 소자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게르마늄 재료의 정제, 게르마늄 단결정의 성장, 게르마늄 재료에 통제된 불순물 주입이 주요한 작업이었다. 당시에 이미 전하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서 불순물이 별로 없는 순수한 게르마늄 재료의 준비와 다결정이 아닌 단결정의 제작이 필수라는 사실이 확립되어 있었다. 천만(10의 8승) 개의 게르마늄 원자에 두 개의 안티몬(Sb) 원자를 도핑하면 n형 반도체 지역을 얻을 수 있고, 여기에 4개의 갈륨(Ga) 원자를 도핑하면 p형 반도체 지역을 얻을 수 있고, 갈륨 원자의 도핑을 중단하면 다시 n 형 지역을 형성할 수 있어, 전체적으로 n-p-n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이러한 구조의 접합 트랜지스터를 제작한 벨 전화 연구소(Bell Telephone Laboratories)의 제조 부문인 웨스턴 일렉트릭(Western Electric)은 큰돈을 벌 수 있었다. 이를 성장 접합 단결정 기술(grown junction single-crystal technique)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기술 개발의 중심에 벨 전화 연구소의 틸(Gordon K. Teal, 1907~2003)이 있었다.      


 1952년에 TI(Texas Instruments) 회사는 웨스턴 일렉트릭으로부터 게르마늄 트랜지스터를 제조할 수 있는 특허를 매입하는데, 이때 틸은 벨 전화 연구소를 사직하고 자기의 고향인 텍사스주 댈러스(Dallas, Texas)에 있는 TI로 옮긴다. TI 회사에 중앙연구소(Central Research Laboratories)를 설립한 틸은 1954년 최초의 실리콘 n-p-n 트랜지스터를 발표한다. 이후로 TI는 새롭게 급팽창하는 반도체 산업의 총아로 등장하게 된다. 게르마늄과 실리콘은 주기율표에서 4족(혹은 14족)에 속하는 원소로서 모두 반도체의 성질을 보인다. 실리콘의 에너지 금지 대역의 크기가 1.12eV로서 0.72eV인 게르마늄보다 더 큰데, 이 때문에 실리콘 소자의 작동 온도가 더 넓어 소자의 유용성이 있다. 또한 게르마늄은 지각에 희귀한 원소인 데 반하여 실리콘은 모래나 자갈의 주성분인 이산화실리콘(SiO2)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게르마늄 트랜지스터는 실리콘 트랜지스터로 대체되고 TI는 떼돈을 벌게 된다.

     

 그 뒤 1959년에 TI의 킬비(Jack S. Kilby, 1923~ )가 게르마늄 기판에 반도체 공정을 이용한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 IC)를 발명하고, 1960년에 벨 전화 연구소의 강대원(Dawon Kahng, 1931~1992)과 이집트 출신의 아탈라(Mohamed M. Atalla, 1924~2009)에 의해 이산화실리콘(SiO2)-실리콘(Si) 구조의 MOSFET(Metal Oxide Semiconductor Field Effect Transistor) 반도체 소자가 발표됨으로써 이후로 실리콘이 반도체 재료의 대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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