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emerald)는 청록색을 띠는 보석의 일종을 일컫는다. 에메랄드는 한자어로 녹주석(綠柱石)이라고 하는데 베릴륨과 알루미늄의 규산염인 무색의 베릴륨 사이클로 실리케이트(Be2O3·Al2O3·6SiO2 혹은 Be2Al2Si6O18) 결정에 크롬(Cr)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흑운모 편암이나 점판암에서 추출되며 주요 산지는 콜롬비아, 잠비아, 브라질, 파키스탄, 러시아 등인데 그중 콜롬비아산 에메랄드를 최고로 친다.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와 함께 에메랄드를 세계 4대 보석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인지도와 가격이 대단한 보석이다. 에메랄드는 녹색을 띠고 있어 신록의 계절에 걸맞은 5월의 탄생석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300~250년에 벌써 보석으로 가치를 인정받았을 정도로 오랜 시간 인류의 사랑을 받아온 보석이다.
에메랄드 특유의 시원한 그린(green) 색은 지친 눈의 피로를 풀어주어 시력을 회복시키고 신경안정제의 역할을 한다고 하여 에메랄드를 자주 들여다보면 좋다고 믿었다. 이슬람교에서는 에메랄드의 투명한 빛을 성스러운 색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에메랄드 특유의 황홀한 빛깔은 영원불멸의 상징으로 자주 쓰이지만, 정작 에메랄드는 내구성이 극도로 약한 보석이다. 근본인 녹주석은 수정(水晶) 이상의 높은 경도를 가진 광석이나, 보석 에메랄드는 대부분 내부에 결함과 내포물(일명 jardin)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약간의 충격에도 금이 가거나 이 빠짐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열에도 약해서 가스레인지 정도의 불로도 녹색 빛이 바래버린다. 여기서 내포물은 원자들이 바탕의 결정질과 구별되는 화합물을 형성하고 결정에 포함되어 있어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으나, 앞 ’21. 사파이어‘ 절에서 컬러 센터라고 언급한 불순물은 원자 수준으로 포함되어 있어서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에메랄드 보석에 열을 가하면 빛이 바래는 현상은 크게 두 가지인데, 가스레인지 수준의 불을 들이대면 녹색 빛이 없어지고 하늘색 빛만 남는다. 그리고 두 번째 경우는 에메랄드 보석에 부여하는 오일 처리 때문이다. 에메랄드는 대부분 산지에서 커팅을 끝낸 후 꼭 오일 처리를 한다. 오일 처리를 하면 내부의 얼(흠)에 오일이 스며들고 식은 후 굳으면 어느 정도 이 얼이 가려지면서 투명도가 향상된다. 그런데 에메랄드 보석에 열을 가하면 이 오일이 녹아 흘러나와서 색이 변한 것으로 보일 수가 있다. 초음파 세척도 하면 안 된다. 숙련된 보석 세공사들조차 에메랄드 보석이라고 하면 진저리를 친다. 대부분의 천연 에메랄드는 확대해서 보면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내포물을 많이 품고 있다. 기본적으로 보석은 내포물이 적고 깨끗할수록 상등품으로 치지만, 에메랄드는 완벽한 원석이 존재하지 않다시피 하는 탓에 결함이 있는 것이 오히려 '천연석'이라는 증거가 되어, 결함이 없는 합성석의 가격보다 몇 배나 더 높다.
이렇듯 에메랄드 천연석의 값어치 자체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인공적인 합성석의 가격도 상당하다. 알루미나(Al2O3)인 루비나 사파이어의 합성석은 설비만 갖춰져 있다면 단시간에 용융(flame fusion) 법으로 합성할 수 있지만, 베릴륨 사이클로 실리케이트 결정인 에메랄드 합성석은 수열(hydrothermal) 합성법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열 방법은 용액 합성이기 때문에 몇 달씩의 장시간이 걸리고, 습식이라 결정성 관리도 어렵다. 합성 에메랄드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이런 에메랄드(Biron emerald)로, 화학적 구성 자체는 천연 에메랄드와 똑같고 흠 하나 없이 말끔한 결정이나 색감이 천연 에메랄드와 미세하게 차이가 난다.
에메랄드 보석은 이제나저제나 내구성 문제로 인해 애초에 천연의 좋은 알(원석)은 없다시피 하고 조금 품질이 떨어지는 알들조차 가격이 비싸다. 더구나 관리가 조금만 소홀하면 쩍쩍 깨져나가고 인공 합성으로 양산하자니 그 방법 또한 까다롭다. 사정이 이러하니 가격은 희소성의 원리에 의해 하늘을 뚫을 기세이다. 에메랄드는 희소성과 가격만 따지면 보석계의 끝판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에메랄드 보석이 ROTC 장교의 임관 반지에 사용되고 있다고 알려지지만, 실제로는 YAG(yttrium aluminium garnet)나 색이 들어간 큐빅 지르코니아(ZrO2) 결정을 쓴다고 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태풍의 이름으로 태국어로 에메랄드라는 뜻인 모라꼿이 쓰였다가 지금은 제명되었다고 한다. 태풍 모라꼿이 2009년 대만에서 800여 명에 이르는 사상자를 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라(1959년), 루사(2002년), 매미(2003년), 힌남노(2022년) 등이 큰 피해를 준 태풍으로 기억된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 김영랑(1903~1950),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1930)>
위 시는 시인 김영랑이 1930년 ’ 내 마음 고요히 고흔 봄길 우에‘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가 1935년과 1949년에 각각 간행된 그의 단독 시집에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로 수록되었다고 한다. 찬란한 봄날의 정경 속에서 작가의 심미적 탐구 자세를 정감있게 묘사한 김영랑의 초기 시이다. 지상의 세계에서 하늘을 동경하는 마음을 그리고 있는 서정시이다. 시가 발표된 1930년대의 불행한 현실 속에서 밝고 평화로운 세계를 동경하는 마음을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 '시(詩)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과 같은 어휘로 나타내고 있다. 이 시에서 영랑은 하늘을 에메랄드빛이 얇게 흐르는 실비단에 비유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시나 노랫말에 바다나 하늘을 수식할 때 ‘에메랄드빛 바다' 혹은 ‘에메랄드빛 하늘'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에메랄드는 녹색에 가깝고 보통 하늘이나 바다는 청색 계통으로 표현하므로 이는 정확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색깔의 명칭에 관한 공부가 부족했거나 청색과 녹색을 언어적으로 구분하지 못하는 언어적 '청록 색맹'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간혹 호수나 바다의 색깔이 녹색을 띠는 경우가 있다. 이는 물에 녹조나 수중식물 등의 생물이 자라고 있거나 구리 등 금속 이온이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그렇다면 ‘에메랄드빛 바다나 호수’는 부유물이 떠 있는 오염된 물이지 결코 청명한 느낌을 주는 맑은 물은 아니다. 다음 노래에서 여성의 마음을 설레게 한 남자의 에메랄드빛 넥타이는 어떤 계열의 색이었을까 궁금하다. 초록색 혹은 청색?
에메랄드빛 딱 떨어지는 멋진 타이가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해요.
- 강혜연(1990~ ) 노래, 최준호 작사, 작곡, <왔다야(2020)>
위 노래는 요즘 유행하는 트로트 곡의 하나로 신세대 트로트 가수인 강혜연이 불렀다. 이 구절의 리듬이 맘에 들고, 가사 내용이 훌륭해서 인용해 보았다. 방송의 영향이겠지만 요새 트로트 노래 열풍이 대단하다. 필자도 백수 시절에 TV에서 실시하는 트로트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자주 보았는데, 그러는 가운데 옛날 트로트 노래를 젊은 가수들이 다시 부르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강혜연 가수의 팬카페에 들어가게 됨으로써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강혜연 가수 팬클럽 이름이 '해바라기'인데 그곳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팬카페에 글도 쓰고 노래도 듣고 하면서 팬카페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
트로트 가수의 팬들이 동호회의 하나로 팬클럽을 결성하고 각종 행사에 단체로 참석하고 있는데, 필자도 상기한 '해바라기' 팬클럽에서 알려주는 행사에 여러 번 참가한 바 있다. 그런 행사에 가 보면 각 가수의 팬클럽별로 상징하는 색깔이 있다. 회원 대부분이 해당 색깔의 상의나 모자를 쓰고 있어서 금방 소속 팬클럽을 알아볼 수 있다. '해바라기' 팬클럽의 색깔은 꽃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노란색이다. 팬클럽별로 상징하는 색깔은 정말로 다양하다. 같은 계열의 색이라도 명암이나 색도에서 조금씩 차이가 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에메랄드든, 루비든, 사파이어든, 다이아몬드든 이름이 그렇듯이 모두 다 서양의 기준에서 본 보석들의 이름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보석으로 제일을 옥(玉)이라고 했다. 좋은 글자라고 여겨서 사람의 이름, 지명 등에도 쓰이고 있다. 훌륭한 사람을 비유하여 칭찬하거나 귀하게 여기는 말에도 쓰인다. '옥동자'라는 말도 있다. 속담에 '옥에 티'가 있듯이 정말 좋은 옥을 발굴하기는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옥의 색깔이 어떤가를 생각해 보면 옥은 푸른색이라는 설명이 많이 나오는데, 사파이어같이 청색은 아니고 에메랄드같이 녹색 계통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래 시(가곡)에서 보면 '옥색 치마'가 가사에 나오는데, 저고리는 흰색, 치마는 초록색, 댕기에는 노란색, 하늘은 청색, 구름은 회색으로, 날아가던 제비도 놀래서 날기를 쉬고 볼 정도로 환상적인 오색 색깔의 향연이다.
세모시 옥색 치마 금박 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 나가 구름 속에 나부낀다.
제비도 놀란 양 나래 쉬고 보더라.
- 김말봉(1901~1962) 작사, 금수현(1919~1992) 작곡, <그네(1946)>
옥(玉)은 영어로 jade라고 하는데, 옥은 대개 치밀하고 경질(硬質)이며, 투명하여 아름답게 빛나고, 연마하면 광택이 난다. 보통 연옥(軟玉)과 경옥(硬玉)으로 나누며, 광물학적으로 연옥은 각섬석의 일종이며, 경옥은 알칼리 휘석의 일종이다. 연옥은 유백색이 많으며, 녹색, 황색, 홍색도 있다. 경옥은 녹색이거나 백색이다. 색에 따라 여러 가지 명칭이 있으나, 백옥(白玉)과 비취(翡翠)가 대표적이다. 백옥은 흰 구슬이란 뜻이며, 색깔에 따라 홍옥, 청옥 등으로 부를 수 있다. 비취는 보통 반지로 유명하다. 좁은 뜻의 jade는 비취를 가리킨다. 고대로부터 동양에서 귀히 여겨 왔으며, 세공하여 장식이나 옥기(玉器) 즉 그릇으로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