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 보석의 꿈은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서양에서 높게 쳐주는 4대 보석인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다이아몬드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사파이어와 루비는 산화알루미늄 일명 알루미나가 주성분이고, 에메랄드는 베릴륨, 알루미늄, 규소의 복합산화물이고, 다이아몬드는 단순하게 탄소로 이루어져 있다. 각 보석의 멋진 색깔은 원재료가 내는 게 아니라 불순물로 들어 있는 원자들이 컬러 센터(color center)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들의 물리 또는 화학적인 성질을 이용하여 공업용 재료로 활용하기 위해 인공적인 합성 연구와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이 중에서도 다이아몬드의 인공적인 합성과 응용에 대한 노력이 괄목할 만하다.
다이아몬드는 보석으로서의 가치에 못지않게 탁월한 물리 및 화학적 특성을 보여서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각별한 관심을 끌어왔다. 다이아몬드의 주요한 재료 물성은 대부분 최고 아니면 최대의 값들이다. 다이아몬드는 가장 단단하고 강성이 있고, 상온에서 최고의 열전도도를 보이고, 넓은 파장 영역에서 전자기파에 투명하며, 최상의 반도체 특성을 보이고, 대부분의 화학 용액에 부식되지 않으며, 생체적합성이 아주 뛰어나다.
다이아몬드의 우수한 특성을 활용한 대표적인 예가 보석가공 후 부스러기를 수거하여 제조한 절삭공구이다.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폐기되는 저 품위 원석인 bort를 수거하여 공업용으로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앞글에서 언급하였듯이 오늘날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채굴되는 대부분의 다이아몬드 원석은 공업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다이아몬드 부스러기를 함유한 절삭공구의 성능과 수명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는데, 자연산 다이아몬드의 희소성과 가격으로 말미암아 수요량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인공적으로 다이아몬드를 합성하려는 시도가 생겼다. 아마도 보석용 다이아몬드를 합성하여 떼돈을 벌어보겠다는 욕망이 더 앞섰을지도 모른다.
한편, 과학자들은 흑연이 다이아몬드보다 상온(常溫), 상압(常壓)에서 더 열역학적으로 안정한 탄소의 동소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다이아몬드와 흑연의 표준 생성 에너지 차이가 2.9 kJ/mol밖에 안 되지만, 아주 큰 활성화 에너지 장벽이 두 상 사이에 존재하여 상온, 상압에서는 양자 간에 상호 변환이 안 된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에너지 장벽의 존재로 말미암아 다이아몬드가 희소하게 되고,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말처럼 다이아몬드가 자발적으로 흑연으로 변하지 않는다. 다이아몬드는 상온에서 안정하지만, 열역학적으로는 불안정한 준안정 상(metastable phase)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같은 탄소로 이루어져 있고 흔하고 가격이 저렴한 흑연으로부터 인공적으로 다이아몬드를 합성하려 시도하였다. 구리 같은 천한 금속으로부터 금, 은 같은 귀금속을 만들어 보겠다는 중세의 연금술사처럼 무리한 시도는 아니지만, 보석 다이아몬드를 실험실에서 만들어 보겠다는 욕망에서 19세기 이후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세의 연금술사와는 달리 과학적인 지식으로 무장된 19세기의 화학자와 재료 공학자들은 다이아몬드의 합성이 극히 어렵다는 것을 열역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20세기 들어 연구자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다이아몬드를 합성하기 위해서는 다이아몬드가 더 안정된 상(phase)으로 존재하는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자연산 다이아몬드가 아주 깊은 지하에서 형성되었다는 조건으로부터 유추하여 탄소를 아주 높은 압력에서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다이아몬드가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열역학적 실험으로부터 얻은 탄소의 압력-온도 상태도에 의하면, 다이아몬드 상과 흑연 상이 존재하는 영역이 확연히 구분된다.
고온과 고압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의 장치를 구성한 후, 흑연 가루에 적당한 철(Fe), 니켈(Ni) 같은 금속 촉매제를 약간 혼입 한 후, 1,700℃ 이상의 온도로 가열하면서, 유압 프레스 하에서 수만 기압 이상으로 압축하면 다이아몬드 결정이 생성된다. 온도와 압력을 해제한 후에 흑연 가루 속에서 다이아몬드 분말을 찾아 크기별로 분류하여 공구 만드는 회사에 공급한다. 이것이 이른바 고압 고온(HPHT, High Pressure High Temperature) 합성법으로 러시아(구소련) 과학자들이 개발에 성공하고, 미국의 GE(General Electric)사에 의해 최초로 상용화된 후,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에 개발에 성공하였다. 중국 회사들도 개발에 성공하여, 현재는 저가 공세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다고 한다. HPHT 다이아몬드는 수 나노미터에서 수 밀리미터 크기의 단결정 분말로서 공업용 수요를 일부 충족시켰지만, 너무 잘고 색도 노란색 계통이어서 보석으로서의 가치는 없다.
HPHT 공법으로 제조된 다이아몬드 분말은 소결(sintering) 공정을 거쳐서 초경합금 등에 코팅되어 고경도와 내마모성을 활용하는 절삭공구와 연마제에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다이아몬드라는 말이 회사명에 들어가 있는 중소, 중견 기업들은 대부분 이런 절삭공구와 연마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이렇게 소결 제조된 다이아몬드 재료를 일명 PCD(Polycrystalline Diamond)라고 부르기도 한다. HPHT 공법 다이아몬드 결정은 분말로 되어 있어서 응용 범위에 제약이 있다. 또한 HPHT 공법 다이아몬드는 크기가 작아 보석으로서의 가치가 없으므로 인조 다이아몬드 보석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다이아몬드의 여러 장점을 공업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대안으로써 다이아몬드 박막이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HPHT 공법처럼 자연의 방법을 모방하지 않고 탄소 원자를 다이아몬드 밑바탕 모형 위에 한 번에 한 층씩 차례로 쌓아 올라가면 다이아몬드 결정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것이 HPHT보다 훨씬 낮은 온도와 압력 아래에서 기체상(gas phase)으로부터 가능하다면, 장비와 에너지 비용에서 월등한 장점이 될 것이다. 1950년대 말에 이러한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어 탄소를 함유하는 기체를 감압 하에서 열분해 한 후에 900℃로 예열된 자연산 다이아몬드 결정 표면 위에 도입하여 다이아몬드 박막을 성장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 공법이 화학증착(Chemical Vapor Deposition; CVD) 방법이다.
초기의 CVD 다이아몬드 합성실험에서는 흑연이 섞여 있는 다이아몬드 박막이 얻어졌고 성장 속도도 아주 느렸다. 이런 난제의 돌파구가 1960년대 말에 마련되었는데, 미국의 연구팀이 수소 분위기에서 다이아몬드를 증착시키면 수소 원자가 흑연을 선택적으로 에칭(etching, 식각)시킴으로써 순수한 다이아몬드 결정만 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 뒤에 러시아의 기술자들이 다이아몬드 이외의 기판 위에서 다이아몬드 박막을 증착시킬 수 있음을 보였다. 이러한 발견들을 집대성하여 1980년대 초에 일본의 연구자들은 ‘hot filament reactor'를 건조하고 다이아몬드가 아닌 기판 재료 위에 양질의 다이아몬드 박막을 꽤 높은 성장 속도(대략 1μm/h)로 성장시켰다. 연이어 일본의 같은 연구팀은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스마(microwave plasma)를 이용하는 색다른 다이아몬드 박막 증착 방법을 발표하였다.
화학증착(CVD) 방법은 그 이름이 의미하듯이 고체 표면 위에서 기체 물질 사이에 화학반응이 일어나 반응 생성물이 고체 기판 위에 증착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대기 중에서 눈이 형성된 후 지표면에 떨어져서 온 땅을 덮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다이아몬드 박막을 위한 CVD 방법은 기체 상태인 탄소 함유 전구체(precursor) 분자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CVD 다이아몬드 박막은 보통 99%의 수소(H2)에 1%의 메탄(CH4)으로 되어 있는 탄화수소-수소(hydrocarbon-hydrogen) 기체 혼합물 속에서 만들어진다. 다이아몬드의 성분인 탄소는 메탄가스에서 오는데, 1% 정도의 희박한 조성이므로 박막 성장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수년 동안 수소가스가 다이아몬드 CVD 공정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수소 원자가 증기로부터 박막이 성장하는 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성분이라고 생각되어 왔다. 탄소 성분의 활성화 방법으로는 열적인 방법(hot filament), 전기방전(DC, RF, 또는 microwave)을 이용하는 방법, 또는 연소 화염(oxyacetylene torch)을 쓰는 방법 등이 있다.
Hot filament CVD(HFCVD)는 전기적으로 2,200℃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되는 텅스텐 또는 탄탈 필라멘트를 시편 위 수 mm 위치에 놓고 화학증착을 하는 방법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조작이 쉽고, 생성되는 다결정 다이아몬드 박막의 특성도 우수하지만, 필라멘트에 의한 오염이 큰 결점이다. 인조 다이아몬드를 절삭공구처럼 기계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있으나 전자적 응용에는 쓸 수가 없다.
Microwave Plasma CVD(MPCVD)에서는 2.45 GHz 마이크로파가 유전체(보통 석영) 창을 거쳐 반응실에 유도되어 방전을 일으켜, 기체 가스의 가열과 분해로 활성 종들이 형성되고, 플라스마 볼에 담겨있는 시편 위에 다이아몬드가 증착된다. MPCVD는 HFCVD보다 비용이 증가하고, 대면적 시편에의 증착이 어려운 문제점이 있지만, 불순물 오염이 적고 단결정 성장이 가능하고 다이아몬드 막질이 우수한 관점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일본, 미국, 독일, 한국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단결정(single crystal)으로 지름이 어느 정도 크고, 두께가 어느 정도 되는 다이아몬드 박막을 성장시킬 수 있어야 인조 보석으로 커트가 가능한 데, 한동안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CVD 다이아몬드가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중국계 기술자들이 MPCVD 방법으로 충분한 두께와 지름을 갖는 인조 다이아몬드 박막의 성장에 성공했다고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다이아몬드 보석 업계에 미치는 파장을 우려하기 때문인지 자세한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드디어 인조 다이아몬드 보석 시대가 열리고 있는 형국인데, 관련 업계가 장단점을 세심히 따져보고 있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