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6. 창문과 대문

광물의 색깔

by 포레스트 강

건물에서 창문(window)으로 쓰는 유리와 같은 투명한 고체들은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부도체(insulator)이다. 우리말로 절연체라고 하기도 한다. 대조적으로 도체인 금속은 가시광선에 불투명해서 집 지을 때 창문보다는 대문(door)으로 쓴다. 물론 비용 문제로 대부분의 방문(房門)은 나무로 만들지만, 대문(大門)은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외부인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판으로 만든다.

가시광선이 도체에 입사되면 들어가는 깊이가 커질수록 광선의 감쇠(減衰)가 일어나는데 그 정도를 나타내는 값이 표피 깊이(skin depth)이다. 수학적인 과정을 거치면 표피 깊이를 전자기적인 물리량으로 나타낼 수 있지만, 여기서는 그 논의를 생략하겠다. 구리나 알루미늄 같은 비자성인 금속에 대한 표피 깊이는 주파수가 60Hz인 일반 전기에 대해서는 수 센티미터(cm)이고, 가시광선에 대해서는 겨우 수 나노미터(nm)이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창과 방패에 비유할 수 있다. 가시광선은 창이고 비교하는 재료는 방패라고 보면 된다. 철판으로 대문을 만들면 외부의 빛은 대문을 통해서 겨우 수 나노미터밖에 들어오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집안에서 누가 집 문 앞에 와 있는지 모른다. 초인종을 설치하거나 영상 카메라를 설치하여야 밖에 누가 왔는지 알 수 있다. 이로부터 철판으로 대문을 만들고 유리를 가지고 창문을 만드는 게 옳은 이유를 알 수 있다. 10여 년 전에, 필자가 공부했던 MIT에 25년 만에 다시 갔더니 많은 노교수님 연구실 방문이 철판 대신 유리창으로 바뀌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안전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학교의 실험실이나 사무실의 철제 출입문 일부분을 뚫어 유리로 갈아 끼우고 있다.

금속에 빛이 쪼이면 금속으로 흡수되는 에너지는 매우 적고 대부분의 입사되는 빛은 반사된다. 표면이 잘 연마되어 있으면 금속에 입사된 빛은 유리거울처럼 반사되나 실제로는 그 금속의 표면에 있는 산화물층이나 페인트에 의해 흡수되고 대부분 금속의 색깔은 불투명(opaque)하게 보인다. 우리 인체는 금속보다 수백만 분의 1 정도로 낮은 전기전도도를 갖는데, 이는 바닷물의 전기전도도에 가깝다. 가시광선에 대한 인체의 표피 깊이는 수십 마이크로미터(μm)이다. 우리 피부가 외부 빛으로부터 충분히 우리 내부의 장기를 지켜줄 수 있는 수치이다. 우리 눈에 각 사람의 내장이 보이면 얼마나 서로 불편할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병들었을 때, 원인을 진단하기는 훨씬 쉬워지겠지만. 일부 어류 중에는 내장이 보이는 물고기도 사진으로 본 적이 있다.

고체 상태인 결정(crystal)은 원자들이 어떤 규칙을 가지고 삼차원적으로 촘촘하게 배열돼 있다. 결정 내에서 원자들이 취할 수 있는 에너지 준위는 가장 낮은 값부터 차근차근 채워지는데 어느 지점에 이르면 에너지 준위가 허용되지 않고 한참을 건너뛰게 된다. 이 불연속적인 에너지의 간극(間隙)을 에너지 밴드 갭(energy band gap)이라고 부른다. 원자들이 취할 수 없는 에너지 준위의 띠를 금지대(forbidden band)라고 부른다. 물리학자들은 금지대 아래에 있으면서 채워진 에너지 준위의 띠를 가전자대(valence band)라고 부르고 에너지 밴드 갭 너머의 채워지지 않은 에너지 준위의 띠를 전도대(conduction bad)라고 부른다. 한편 화학자들은 채워진 에너지 대역(energy band)의 제일 꼭대기 상태를 HOMO(highest occupied molecular state)라고 부르고, 비어 있는 에너지 대역(band)의 밑바닥 상태를 LUMO(lowest unoccupied molecular state)라고 부른다. LUMO와 HOMO, 두 상태의 에너지 차이가 에너지 밴드 갭(energy band gap, Eg)이 된다.

광물이나 유리같이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부도체(절연체) 결정의 광학적 특성을 에너지 밴드 갭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결정(재료)에 빛을 쬐면 결정을 이루는 원자들에 속해 있는 전자가 그 빛의 에너지를 받아 더 높은 에너지 준위로 들뜨게 된다. 이 들뜨는 현상을 전문용어로 여기(excitation)라고 부른다. 쪼이는 빛 광자의 에너지가 결정의 에너지 밴드 갭보다 크면(hν > Eg), 금지대를 건너뛰어 일어나는 전자의 광학적 여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광자의 에너지가 재료의 에너지 밴드 갭보다 작으면(hν < Eg), 이 광학적 들뜸(여기)은 불가능하다. 빛의 주파수(에너지)가 증가함에 따라 재료에 빛이 흡수되는 양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지점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흡수단(absorption edge)이라고 부른다. 흡수단은 ν = Eg/h인 주파수라고 보면 된다. 빛의 주파수(에너지)가 증가함에 따라 쪼인 빛이 재료에 흡수되는 양이 흡수단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늘어난다. 그 결과 재료는 투명에서 불투명으로 칼날같이 갑작스럽게 전환이 일어난다. 한동안 유행하던 말로 ‘에지(edge) 있게’라는 말이 있었다. 이 말은 맺고 끊는 게 분명한 칼날 같은 일 처리를 의미하는 것 같다.

가시광선의 에너지는 1.8~3.1eV이다. 유리로 된 창문 너머로 우리가 물체를 볼 수 있는 이유는 유리의 주성분인 SiO2 물질의 에너지 밴드 갭이 3.1eV보다 훨씬 커서(hν < Eg), 창문 밖에 있는 그 물체가 반사하는 빛이 유리창에 흡수되지 않고 실내에 있는 우리 눈에 바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순수한 절연체의 에너지 밴드 갭이 약 3.1eV보다 크다면 가시광선 영역의 어떤 광자도 그 절연체에 흡수되지 않아 그 재료는 우리 눈에 투명하게 보인다. 반면 에너지 밴드 갭이 1.8eV보다 작으면(hν > Eg), 적색부터 청색까지의 모든 가시광선의 광자가 흡수되기에 그 재료는 불투명하게 보인다. 참고로 도체인 금속의 에너지 밴드 갭은 없다(zero). 규소(Si)는 에너지 간격이 1.1eV이므로 가시광선에 불투명하며 잘 연마된 표면에서는 금속처럼 빛을 반사한다. 그러므로 규소는 금속처럼 보이지만 이것의 전기적 특성은 금속과 매우 다르다. 그런 점에서 규소를 반도체라고 부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면 에너지 밴드 갭이 1.8eV와 3.1eV 사이에 있는 부도체(절연체)는 어떤가? 이것들은 가시광선 스펙트럼 끝단의 높은 주파수 대역의 일부분을 흡수하게 되고 그 결과 색을 나타내게 된다. 여러 무기 염료(dye)들과 물감, 안료(paint pigments) 등은 에너지 간격이 이러한 범위에 있는 절연체들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밴드 갭이 2.5eV보다 큰 재료(예: CdS, 황화카드뮴)는 노란색을 띠게 된다. 이 재료에서 투과되거나 반사된 빛은 1.8eV에서 2.5eV까지의 모든 가시광선 광자의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으며 2.5eV와 3.1eV 사이의 가시광선은 그 재료에 흡수된다. 우리 눈은 이들 투과된 광선의 혼합을 노란색이라고 인식한다. 재료의 에너지 밴드 갭이 더 작아지면 색은 노란색에서 오렌지색으로, 오렌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뀔 것이고 궁극적으로 모든 가시광선이 흡수되면 검은색으로 보이거나 불투명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범위에서 재료의 에너지 밴드 갭이 작아질수록 빛 스펙트럼의 파란색 부분을 더 많이 흡수하게 되는데, 그 결과 색의 순차적인 변화는 저녁노을이 질 때와 비슷하다. 태양광선으로부터 오는 빛 스펙트럼의 파란색 부분이 더 많이 산란될수록 서쪽 하늘은 노란색에서 오렌지색으로 다시 빨간색으로 변해 간다.

쪼이는 빛의 에너지가 재료의 에너지 밴드 갭과 같으면(hν = Eg), 재료에서 보이는 빛의 흡수단은 색을 없애는 방법으로 빨간색과 오렌지색, 노란색 절연체를 만들 수 있으나 보라색과 파란색 또는 초록색은 만들 수 없다. 색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파란색 계통의 색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시광선 스펙트럼의 빨간색 쪽에 있는 에너지가 낮은 광자는 흡수하되 높은 에너지를 갖는 파란색의 광자는 흡수하지 않는 물질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빨간색의 광자를 흡수할 만큼 충분히 작은 에너지 밴드 갭을 갖는 물질은 파란색의 광자도 당연히 흡수한다. 따라서 파란색을 띠는 순수한 절연체는 있을 수 없다.

이런 절연체에 존재하는 불순물이나 결정 결함은 에너지 금지대(forbidden band) 내에 전자의 에너지 준위를 형성한다. 이러한 불순물의 에너지 준위로 들뜬 빛 에너지의 전이가 일어나, 외부의 빛이 흡수되는 경향은 빛이 어느 주파수(에너지)에서 급격히 투명에서 불투명으로 바뀌는 흡수단(absorption edge)과는 다르게 일부의 에너지만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흡수 피크(absorption peak)를 만든다. 절연체 내의 이런 원자 불순물을 컬러 센터(color center)라고 부른다. 따라서 절연체 내의 불순물 원자는 가시광선 스펙트럼 내의 일부 빛만 선별적으로 흡수하여 그 모체인 절연체가 넓은 범위의 색을 내게 한다. 이것이 이른바 보석에서 나오는 영롱한 색깔의 비결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광물로 수정(水晶)이 있다. 수정은 투명한 결정 덩어리가 다닥다닥 본체에 붙어 있는 모양의 광석이다. 수정은 영어로 quartz라고 부르는데, 그 화학성분은 이산화규소(SiO2)로 유리창이나 물 잔을 만드는 유리와 같다. 같은 화학성분인데, 결정을 이루면 수정이라고 하고 비정질(非晶質, amorphous)이면 그냥 유리라고 부른다. 자수정(紫水晶)의 자주색은 무색투명한 수정 결정에 철(Fe) 불순물이 첨가된 결과이다. 일부 규소 원자 자리에 대신 들어간 철 원자가 보랏빛을 내는 컬러 센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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