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7. LED

LED와 LCD는 별개

by 포레스트 강

요즘 LED라는 말을 주위에서 자주 듣는다. LED는 light emitting diode의 준말로 우리말로는 ‘발광(發光) 다이오드’라고 한다. 다이오드는 p형과 n형의 반도체를 접합(junction)시켜서 만든다. 반도체나 다이오드의 원리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여기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여기서는 최소한의 과학적 지식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 보기로 한다.


원소 하나로 이루어져 있는 원소 반도체(elemental semiconductor)는 원소 주기율표에서 4족(요즘 표현으로는 14족)에 속한다. 4족에 속하는 원소들은 주기율표의 위로부터, 탄소(C), 규소(Si), 게르마늄(Ge), 주석(Sn), 납(Pb)이다. 이 원소들의 에너지 밴드 갭(energy band gap)은 탄소가 5.4 eV로 가장 높고 주기율표에서 밑으로 갈수록 줄어든다. 에너지 밴드 갭이 0이면 도체인데 일반적으로 금속이 대표적인 도체이다. 에너지 밴드 갭이 아주 큰 값이면 절연체 혹은 부도체, 그 중간의 값이면 반도체라고 부른다. 주석은 에너지 밴드 갭이 0에 가까워서 반도체의 성질을 보이기도 하지만 보통 금속에 속한다. 그 아래에 있는 납은 확실하게 금속이다. 규소의 에너지 밴드 갭은 약 1.11 eV로서 대표적인 반도체인데 그 값이 가시광선의 에너지(1.8 ~ 3.1 eV)와 비슷하여 규소 원자에 속한 전자와 빛 사이에 에너지를 서로 교환하기에 적당하다.


4족 원소인 규소 결정체에 3족 원소인 보론(B)을 불순물로 첨가하면 p형 반도체라고 한다. 반도체에서 불순물 원자를 원하는 만큼만 첨가하는 것을 도핑(doping)이라고 한다. 육상 등 운동선수들은 경기 전후에 도핑 검사를 받는다. 경기에서 괴력을 내기 위해 약물을 원하는 양만큼, 시간에 맞춰서 주사하는 행위를 도핑이라고 한다. 규소 결정에 5족 원소인 비소(As)를 도핑하면 n형 반도체가 된다.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잇대어 놓으면 p-n 접합(junction)이 된다.


우리가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가다 보면, 두 개의 큰 고속도로가 합류하는 데를 분기점이라고 하는데 이를 영어로 junction이라 하고 약어로 jct라고 표시하고 있다. 분기점(junction)은 합류점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데, 차량이 이 지점에서 분기하기도 하고 합류하기도 한다. 서울 고속도로 시발점을 떠난 두 자동차가 수원 근처 신갈에서 하나는 계속해서 부산으로 갈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영동고속도로로 바꾸면 강릉으로 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차는 신갈 분기점에서 갈라져야 한다. 즉 분기해야 한다. 그러나 부산과 강릉에서 각각 출발한 두 자동차가 서울로 들어올 때는 신갈에서 합류해야 한다. 반도체에서는 전자(electron)와 정공(hole)이라고 하는 전하 운반자가 움직이는 방법에 따라서 여러 가지 기능이 가능하다. p-n 접합(junction)에서는 전자와 정공이 합류하기도 하고 분기하기도 한다. 전하 운반자가 공급되는 곳을 전극(electrode)이라고 하는데, n형과 p형 두 개의 전극이 있다는 뜻으로 diode라고 부른다.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하고, LED의 p-n 접합에 전기를 공급하면 전자와 정공(hole)이라는 전하 운반자들이 바닥 상태에서 들뜬 상태로 되었다가 곧바로 바닥으로 되돌아온다. 되돌아올 때 에너지 차이가 빛으로 변하여 밖으로 방출(放出)된다. 전하 운반자가 높은 에너지 상태로 될 때는 전기의 형태로 외부에서 에너지가 공급되지만, 낮은 에너지 상태로 바뀔 때는 빛의 형태로 외부에 에너지를 방출한다. p-n 접합에서 전자와 정공이 합류하는 현상을 재결합(recombination)이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되면 전자-정공의 쌍이 소멸(消滅)되고, 이때 에너지 간격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갖는 광자가 방출된다. 규소(Si)와 같은 ‘간접 전이형’ 반도체는 전자-정공 쌍의 생성이나 재결합과정에 음자(phonon)에 의한 에너지 전달이 필요하므로 비효율적이어서 갈륨비소(GaAs)와 같은 ‘직접 전이형’ 반도체들이 LED 재료로 선호된다. 갈륨 같은 3족의 원소들과 비소 같은 5족의 원소들이 1:1로 화합물을 만들면 반도체의 성질을 보이는데 이 같은 재료를 화합물 반도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화합물 반도체 재료에 대해서 에너지 밴드 갭의 값을 살펴보면, GaAs 1.4 eV, GaP 2.3 eV, GaN 3.4 eV이다.


우리가 TV를 볼 때 채널을 바꾸든지 소리를 조절하고자 하면 손을 더듬어 리모컨을 찾는다. 리모컨은 remote controller의 준말로서 원격조절기라고나 할까. 리모컨의 단자를 누르면 적외선 영역의 빛에 해당하는 에너지 간격을 갖는 반도체로 만든 LED를 배터리의 전기로 작동시키게 된다. 리모컨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광선은 코드화된(coded) 신호를 운반하고 TV에 붙어 있는 검출기에서 이를 감지한다. 감지한 신호를 풀어서(decoded) 원하는 지시대로 TV가 동작하게 설계되어 있다.


LED는 빛을 직접 방출하는 소자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기기에도 응용된다. GaAs, InP와 그와 관련되는 합금은 빨간색(R), 오렌지색, 노란색, 초록색(G)을 내는 LED 기술의 기초가 되어 왔다. 빨간색과 초록색보다 파란색(B)을 내는 LED를 만들기가 어렵다고 알려졌었는데, 일본의 연구팀에 의해 GaN(gallium nitride)와 이와 관련된 합금의 적절한 제조공법으로 효율적인 청색 LED가 개발되어 디스플레이의 색감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됨으로써 명실상부한 총천연색(full color) 디스플레이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것이 완성됨으로써 기존의 전자총을 쓰던 컬러텔레비전이 없어지고 소형화와 경량화에 유리한 평판형 디스플레이(flat panel display)가 대세가 되었다.


휴대전화나 고해상도의 컬러텔레비전 수상기의 디스플레이에서 RGB 세 가지 색을 낼 수 있는 발광(發光) 요소를 화소(畫素)라고 부른다. 요즘 디스플레이에는 LED 소자들이 아주 작은 점의 형태로 되어 있는 수많은 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아주 작은 점들을 양자점(quantum dot)이라고도 부르며 고화질 디스플레이의 마케팅에 이 말을 이용하기도 한다. 화소(pixel)의 크기가 작고 주어진 화면에 화소의 수가 많을수록 영상의 해상도가 높고 화질이 살아있는 듯하다. 이런 화소의 광학적 패턴을 미세화하는 데에는 효율이 높은 LED 소자의 개발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러 가지 LED 재료와 공법이 개발되었는데, 앞에 예를 든 LED는 모두 무기물 반도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유기고분자 재료를 사용해서도 여러 가지 색깔의 LED가 만들어질 수 있다. 유기고분자 재료를 잘 조절하면 도체 또는 반도체의 성질을 보일 수 있으며, 원하는 디스플레이 화면만큼 넓은 면적의 박막으로 된 LED 소자를 저가로 쉽게 제작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LED 소자가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이다. 화질 면에서도 OLED 소자를 채용한 디스플레이가 무기반도체 LED보다 우수하다고 알려졌으나, 내구성 등 수명에서 불리한 것으로 알려져서 실제 적용에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제조공정 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최근에 일부 회사에서 OLED 디스플레이의 상용화에 성공하였다.


일반인에게 조금 헷갈리는 용어로 LCD가 있다. LCD는 liquid crystal display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액정 디스플레이라고 한다. LCD는 평판 디스플레이를 실현하도록 한 제품의 한 종류이지만, LED와는 작동 원리가 전적으로 다르다. 액정(液晶)은 말로만 보면 액체일 것 같지만, 실제는 유기고분자 고체이다. 결정성을 정의하기 곤란한 비정질 구조로 되어 있으면서 전기장에 대해 구성 분자들이 유동성을 갖고 있어서 그렇게 불린다. 액정은 전기장에 의해 정렬할 수 있는 길쭉한 탄소 원자 기반의 유기고분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압을 걸어주면 빛의 통과를 허용하여 미세한 영역에서 불투명한 지역과 투명한 지역을 만들어 줄 수 있게 된다. 컴퓨터 모니터에 LCD 디스플레이를 많이 쓰고 있다. 투명한 지역에 RGB 기능을 부여하면 컬러 디스플레이도 가능하다. 이런 기기에는 디스플레이의 뒤쪽에서 정면으로 빛을 쪼여주는 발광체(發光體)가 있어야 한다. 이를 백라이트(back light)라고 부른다. 백라이트는 여러 가지 형태의 광원을 사용할 수 있다. 몇 년 전에는 LCD 텔레비전에 백라이트 광원으로 LED를 쓰면서 상업적으로는 그것을 LED TV라고 명명하여 소비자를 오도하기도 하였다.


LED가 TV나 휴대전화에서 보듯이 중요한 영상기기 부품이 되었지만, 이제 LED는 중요한 조명 수단이 되었다. 여기서 조명(照明)은 연극무대나 연속극 촬영 현장에서 사용하는 '무대조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조명은 영어로 lighting이라고 하는데 어둠을 밝히는 행위를 뜻한다. 카메라 앞에 비추는 빛을 보통 spot light라고 말한다. 이 빛은 보통 실내등보다 강력하여 눈이 부실 정도이다. 여기에 익숙하여야 유명인이나 연예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은 실내조명이 잘 되고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져서 보통 스포트라이트가 없어도 영상 촬영이 가능한 수준이고 오히려 반사막 등을 현장에서 사용하는 것 같다.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밤에 빛이 있으면 낮처럼 물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조명 수단으로 불을 사용해 왔다. 촛불이나 횃불 등이 대표적이다. 실내조명으로는 촛불, 등잔불, 가스등, 백열전구, 형광등 등으로 발전되어 왔고, 야외에서는 횃불, 등댓불, 가로등 등으로 활용되었다. 한동안 형광등이 우리 생활의 조명기구를 대표하였다. 그러나 요즘은 이사하며 실내장식(interior design)을 새로 할 때나 새로 집을 지을 때, LED 등(燈)의 설치가 일반화되었다. 초기 비용은 LED 등이 형광등보다 더 드나 소모 전력이 작아 관리비를 줄일 수 있다고, LED 설치 업자는 주장한다.


탄광의 광부들은 컴컴한 땅 밑에서 옛날에는 횃불이나, 석유등을 사용했지만, 전기가 발명되고는 백열전등을 썼고, 요즘에는 배터리가 보급되면서 모자에 서치라이트를 달고 가벼운 몸으로 갱도를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에도 전조등이나 후방 표시등의 광원으로 백열전등을 썼으나 요즘은 LED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LED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자동차를 운행하게 되면 편리하기는 하지만, 유지비가 든다. 보험료나 자동차 연료비 이외에 각종 부품의 수리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법적으로 2년마다 한 번씩 자동차 검사를 받아서 OK를 받아야 운행할 수 있고 본인의 안전에도 유익하다. 자동차검사소에서 불합격을 받으면 해당 부분을 수리하여 재검을 받아야 하는데, 전조등이나 브레이크 등 같은 경미(輕微)한 교체는 검사장 옆에 수리업자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바로 고치고 재검을 받을 수 있다.


요즈음은 옛날에 비하면 자동차용 조명등의 성능에 대하여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요즘은 고속도로 터널 안에도 LED 등을 아주 과학적으로 설치하여 운전자가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터널 안의 조명이 부실하여, 터널 안에 진입하기 전에 ‘전조등을 켜라(Turn on your light)’는 표시판이 우리나라나 외국에 있었다. 요즈음은 운전자가 밤에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고속도로나 도심에 가로등이 잘 설치 및 정비되어 있다. 가로등이 전혀 없는 시골길이 위험한데 자신의 전조등이 미치는 거리까지만 볼 수 있어서 커브가 많은 길을 갈 때는 조심해야 한다. 상향등(Hi-beam)을 켜면 가시거리는 길어지지만, 앞차의 후사경에 너무 밝게 비추어 운전에 방해가 되므로 하이빔 전조등을 켜지 말라는 경고판이 있는 곳도 있었다. 요즘은 공원 같은 데도 조명에 관한 규격이 잘 제정되어 있고 거기에 맞게 LED 등이 설치되어 있어서 밤에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조깅이나 산책을 할 수 있다.


LED 발전의 혜택을 받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의료계 같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무언가 직접 눈으로 보아야 안심되고 확신(Seeing is believing)하는 우리 인간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분야가 내시경 같다. 내시경 사진이 있어야 의사들이 확신 있게 진단하고 환자에게 설명할 수 있고, 환자도 쉽게 수긍하게 된다. 위장이나 대장 내시경에 쓰이고 있는 광원에 작고 성능이 우수한 LED가 채용되고 채집한 영상신호를 보내오는 광섬유 기술이나 신호처리 반도체 기술 등이 발전됨으로써 내과계 진단에 획기적인 선을 긋지 않았나 아마추어적인 생각을 한다.


LED의 L이 light로써 보통 가시광선을 의미하지만, 여기에는 적외선과 자외선도 포함된다. 이들 두 복사선은 에너지 혹은 파장 영역이 가시광선과 다르고 우리 눈으로 감지하지 못할 뿐 기본적인 특성은 가시광선과 같다. 리모컨에서 적외선이 나오는 사실은 앞에서 설명하였다. UV-LED 개발이 성공함으로써 자외선 소스가 기존의 자외선램프가 반도체 칩같이 간단한 소자로 교체됨으로써 많이 편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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