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8. 투명전극

플라스마 주파수

by 포레스트 강

앞의 ‘26. 창문과 대문’ 절에서 도체인 금속은 빛이 통과하지 않고, 유리 같은 부도체는 빛에 투명한 이유를 설명하였다. 한편 휴대전화나 텔레비전의 화면을 나오게 하려면 전원을 켜야 한다. 디스플레이를 이루는 수많은 LED는 전기가 들어가야 작동하게 된다. 전기가 잘 통하는 도선으로 각 LED에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 또 각 LED를 도선에 연결하는 전극이 필요하다. 배선이나 전극이 우리 눈에 노출되지 않도록 디스플레이 기기 설계 시에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만약에 빛이 나오는 LED나 LCD와 우리 눈 사이에 배선이나 전극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경우, 금속으로 전극을 만들면 그 부분은 빛이 통과하지 않아 화면에 지저분하게 전극이 보일 수 있어서 영상이 깨끗하게 나오지 못할 수가 있다. 이것 때문에 디스플레이 제품에서는 전기도 잘 통하고 빛에 투명한 재료를 전극 혹은 배선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빛도 투과하고 전기도 잘 통하는 재료를 설계하는 것이 가능할까?


물리학적인 논의와 수학적 과정을 거치면 물질마다 플라스마 주파수(plasma frequency)라는 지표가 정의된다. 물질의 플라스마 주파수보다 큰 주파수를 갖는 전자기파가 이 물질에 입사되면, 전자기파의 감쇠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충분히 큰 주파수를 갖는 전자기파는 이 물질을 자유롭게 통과한다. 그 전자기파가 가시광선이라면 그 물질은 우리 눈에 투명하게 보인다. 구리나 철 같은 금속의 플라스마 주파수를 계산하면 이 값은 대부분 가시광선의 주파수보다 높게 나온다. 즉 금속은 가시광선을 통과시키지 못하여 좋은 창문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주기율표에서 1족에 속하는 나트륨 같은 알칼리 금속들은 가시광선 주파수보다 약간 높은 근 자외선(near ultraviolet ray) 영역에서 갑작스러운 투과의 증가 현상을 보이는데, 이는 이 금속들의 플라스마 주파수가 자외선의 주파수에 가까운 값이기 때문이다. 플라스마 주파수 이상에서 전자기파가 도체를 투과하게 되며, 몇몇 금속의 플라스마 주파수는 가시광선 주파수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디스플레이 소자에 적합한 투명전극을 얻기 위해서는 플라스마 주파수가 근적외선(near infrared ray)의 주파수보다 작은 재료면 충분하다. 오늘날 투명전극으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재료는 인듐 주석 산화물(ITO, indium tin oxide, InSnO2)이며, 이 재료는 실제로 근적외선 내에 플라스마 주파수를 갖고 있어서 가시광선을 투과시키면서 여전히 전기를 잘 통하여 전극으로 사용할 수 있다.


ITO가 투명전극으로 사용되기 위해서 만족해야 할 두 번째 조건은 흡수단(absorption edge)이 자외선 영역에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명전극 물질의 에너지 밴드 갭(Eg)이 3.1eV보다 커야 한다. 흡수단에 대해서는 ‘26. 창문과 대문’ 절에서 설명한 바 있다. ITO는 자신의 플라스마 주파수 이하의 주파수를 갖는 적외선과 에너지 밴드 갭 이상의 에너지를 갖는 자외선 영역의 빛은 흡수하는 반면 이들 사이에 있는 가시광선은 흡수하지 않는다.


물질의 플라스마 주파수(plasma frequency)에 대해서 좀 더 얘기를 풀어 볼까 한다. 우리가 집에 와이파이를 설치하면 휴대전화 통신 요금을 줄일 수 있다. 딸이 자기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가 놓은 채 휴대전화로 통화나 문자를 하는데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 벽의 플라스마 주파수가 휴대전화 전파의 주파수보다 작아서 전파는 벽을 통하여 잘 투과되는데, 엄마의 눈은 방안을 볼 수가 없고 소리는 엄마 귀에 잘 들리지 않는다. 통화하면서 급히 외출할 때는 대문 밖에서도 와이파이가 연결된다. 한편 옛날 연속극을 보면,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컴컴한 상태에서 유선전화로 비밀스러운 통화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구 대기 상층부의 이온층(ionosphere)의 플라스마 주파수는 10의 8승 Hz 즉 100 MHz 정도이다. AM 라디오는 이 이하의 주파수를 사용하여 음성데이터를 전송하므로, 이온층은 AM 라디오파에 불투명하여 이 파를 지구로 도로 반사한다. 지표나 바다에서는 이 전파를 도로 상부로 반사한다. 옛날에 장파 방송인 미국의 소리(VOA, Voice of America) 방송이 지구 반대편에서도 청취가 가능했던 이유이다. 한편 TV 전파는 이온층에 투명하여 지구 이온층 밖에 있는 우주선에 탑승하고 있는 우주인(astronaut)은 TV 드라마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잡음이 심하겠지만, 달이나 다른 천체에서도 TV 전파를 감지할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AM 장파 방송에 할당된 전파의 주파수는 30~300kHz이고 디지털 텔레비전 방송의 할당 주파수는 470~806 MHz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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