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늘 너와 함께
2023년 나는 반려견을 떠나보냈다.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오늘"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내 인생에 유일한 오늘도 힘없이 지나갔다. 유일함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전부 소중하지만 지금 나한테 "오늘"은 전혀 소중하지 않다. 어쩌면 오늘을 싫어하고 내일을 미뤄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나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전혀 소중하지 않은 오늘을 살고 전혀 기대되지 않는 내일을 맞이한다.
유일한 오늘을 소중하지 않게 살아가기 시작한게 소중한 반려견을 떠나보낸 후부터일까?
사실 돌아보면 아이를 잃고 더 심해졌을 뿐 기대 없이 살아가는 오늘과 지나간 오늘들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눈도 뜨지 못한 채 밥을 먹고 겨우 몸을 일으켜 씻고 출근을 하면 슬슬 바람이 차가워지고 어두워질 때쯤 집에 돌아왔다. 아무 생각 없이 이런 하루를 5번 반복하면 잠깐 쉼표를 찍고 쉬어갈 수 있는 주말이 돌아왔다. 주말도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안도감을 줄 뿐 설레고 기대감을 주는 하루는 되지 못했다. 일을 시작한 후로는 '집에서 쉬고 싶다' 뿐인 생각에 친구들과의 주말 약속도 잡지 않았다. 취미도 없었고 진짜 나에게 휴식을 줄 무언가를 갈망하고만 있었다. 이렇게 지난날에도 소중하지 않고 이유 모르게 다가오는 오늘을 살아갈 뿐이었다.
반복되기만 하던 하루. 기대 없는 오늘이 반복되던 와중 우리 가족에 소중한 유일함을 가진 아이가 떠나고 이번에는 아프기만 한 하루의 반복이었다. 아이가 아프기 시작하고 옆에 있어주기 위해 일을 그만뒀던 나는 아이가 떠난 직후 상처받은 나를 돌보느라 다시 일을 해야 된다는 생각은 내 머릿속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상처받은 나를 돌보는데 그리고 오늘을 소중하게 여기기 위해 시간을 소모하고 있을 뿐이었다.
반려 동물을 사랑으로 키워보지 못한 사람들은 나를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다고 집 밖에도 나가지 않는 한심한 사람으로 취급할 것이다. 어떤 고통에 빠졌을 때 사람마다 이겨내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아픔을 가졌더라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가 떠나고 상처받은 나를 돌보면서 내일이 기대되게 만들 이유들까지 찾아야 했기에 나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을 보낸 지 며칠이 지난 지도 모르고 고통이 줄어들어가는 걸 느낄 때쯤 맞이한 오늘은 제법 의미 있는 시간들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이제 내 곁에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함께했던 사진들을 돌아보다 보니 의미 없이 보냈다고 생각한 "지나간 오늘"들이 내 하루 곳곳에 우리 아이가 스며들어 있었던 행복한 하루였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우리 아이는 항상 나보다 일찍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아 멀뚱멀뚱 나의 밥 먹는 모습을 보고 씻으러 일어나면 화장실 문이 닫힐 때까지 시선이 따라왔다. 그런 아이가 예뻐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주고 출근을 했었다. 생각만 해도 피곤으로 찌든 아침들이 일찍 일어나 너를 쓰다듬었던 행복한 아침이었다. 평소보다 힘든 일과를 마치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들어오면 내 몸에서 어떤 냄새가 묻어 있던 상관없이 너는 나에게 달려와 안겨주었다. 어떤 힘든 일이 있었던 날이었어도 네가 기다리고 반겨주는 집에 돌아온 행복한 날들이었다. 우리 아이가 먼저 떠나고 내가 부정했던 하루들에 특별함을 부여해 주기에 남들이 보기 가장 한심한 하루들이 나에게는 행복하고 특별했던 지나간 오늘을 떠올리는 의미 있는 하루가 되고 있다. 난 정말 행복 하루들을 쌓아가며 오늘을 살아간다는 걸 우리 아이가 알려줬다.
잃고 나서야 그때가 행복인걸 알아버렸지만 지나간 나의 재미없는 하루들은 아이와 사랑을 주고받던 행복한 하루였기에 그 유일한 특별함을 알려주는 오늘이 너무 좋다.
그래서 내일은 어떤 지나간 행복들이 떠오를지 내일이 기대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