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뭘 어쩌겠다고
펫로스, 늘 너와 함께
이제 와서 뭘 어쩌겠다고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가장 나를 일으켜 세우지 못했던 감정들은 슬픔도 후회도 아니라 무언가를 잃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상실감이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꿈을 쫓아 첫걸음을 뗀 직후였지만 사랑하는 가족인 반려견을 먼저 보내고 나는 상실감에 매몰돼 모든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다.
지금껏 프리랜서로 독립하여 작업실을 가지고 글을 써보고자 했다. 성공하기 힘든 일인걸 스스로 알고 있었기에 꿈을 좇기보단 좋은 기회로 찾아온 인테리어 창업 기회를 잡아 어린 나이에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했었다. 꾸준히 성장 중인 인테리어 회사 일에 집중하는 게 그 시절 나한테는 더 현실성 있는 일이라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일에 집중을 해도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갈망이 항상 있었고 꿈과 현실은 항상 부딪혀야만 했다.
매일을 꿈꾸던 일들과 현실 속에서 고민하고 보냈었지만 1년의 긴 고민을 끝내고 나에게 실행할 용기를 준건 다름 아닌 아이였다. 아이는 매일을 가족들을 기다리기만 하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는데 귀가가 조금 늦은 날에는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며 반기는 아이를 보면 미안한 마음만 쌓여가고 있었다. 23년의 새 해가 밝고 9살이 된 아이는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항상 옆자리를 지켜줘야 했던 아이였다. 어릴 때와 다르게 까만 털로 뒤덮인 몸에 하얀색 털이 늘어가는 걸 보며 우리가 옆에서 지켜줄 수 있는 날들이 함께한 날들보다 짧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혼자 두고 싶지 않아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그저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고민을 멈추고 일단 도전해 보기로 다짐했다. 내 작업실에서 나의 일을 하고 글을 쓰며 너의 옆은 내가 지키고 내 옆은 네가 지키는 일상을 꿈꿨다.
그랬던 나는 아이를 떠나보냈고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후회 뒤에 찾아온 상실감에 모든 의욕을 잃어버렸다. 향 후 5년의 계획을 함께하던 아이를 잃고 지금 나는 '이제 와서 뭘'이라는 병에 걸리고 말았다.
슬픔을 이겨내고 다시 목표를 향해 갈려고 할 때면 '이제 와서 뭘 하겠다고' 생각에 발목을 잡히고 만다. 분명 나 혼자 꾼 꿈이었지만 내 꿈에 우리 아이가 함께하고 도전을 망설이지 않게 해 준 원동력은 아이였기에 지금 나는 다시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 작업실을 갖고 글을 쓰며 아이를 외롭게 하지 않고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던 목표를 이루는 일이 아이가 떠난 지금 '이제 와서 뭘'이라고 느껴지는 일이 돼있었다.
일을 그만두며 생각했던 아이와 함께할 많은 계획들 머릿속으로 꿈꿨던 날들 그날들을 향해 이제 겨우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인데 아이를 잃은 지금 나는 목적지를 잃은 채 같은 자리를 돌고 있는 사람이 돼버렸다. 얼른 돈을 모아 내 차를 가지고 아이와 함께 차박 여행을 떠나 좀 더 많은 냄새를 맡게 해주고 싶었다. 이제 와서 차를 사기에도 '이제 와서 뭘'이라는 생각에 잠긴다.
소중한 아이를 잃고 난 후에 나의 소중한 것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사진을 배워볼까 생각하다가도 나한테 너무 소중했던 아이는 이미 내 곁을 떠났기에 '이제 와서 뭘'이라고 생각해 버렸다. 분명 나에게 다른 소중한 사람들이 내 옆을 지켜주고 있지만 나는 병에 걸리고 말았다. 하고 싶었던 글쓰기도 프리랜서로의 성공도 망설여지는 지금 '이제 와서 뭘'이라는 생각을 지워내지 못하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사람이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