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두루미
[심리학자의 시선으로 다시보는 이야기]
여우와 두루미는
누구보다 오래된 친구였다.
어릴 적부터 함께 놀았고,
함께 울었고,
함께 어른이 되었다.
어느 날, 두루미는 여우를 집으로 초대했다.
요즘 여우가 조금 지쳐 보였기 때문이다.
두루미는 여우를 생각하며
정성껏 식사를 준비했다.
“여우는 생선을 좋아하니까…
그래! 싱싱하게 호리병에 담아야겠어.
냄새가 퍼지지 않아서 더 신선하다고 했잖아!!”
기억을 더듬으며,
두루미는 여우가 예전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호리병 안에 담긴, 투명하고 신선한 생선 요리.
두루미는 그것이 ‘배려’라고 믿었다.
식탁 앞에 앉은 여우는 배가 고팠다.
하지만 여우는 식탁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렸다.
호리병에 담긴 음식은 그의 입에 닿을 수 없었다.
여우는 마음속 불편함이 차올랐다.
“이걸… 나보고 어떻게 먹으라는 거야?”
혼잣말처럼 흘러나온 말이었다.
두루미는 당황했다.
“호리병이 신선하다고 했잖아, … 그때 너 그렇게 말했잖아.”
여우는 기억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땐 그냥…
두루미가 좋아하니 맞장구쳤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여우는 지쳐 있었고,
정성보다는 불편함이 먼저였다.
여우는 서운함이 컸다.
‘이거 나에게는 맞지 않아…
두루미는 왜 내 입장을 묻지 않았을까?’
하지만 여우는 말하지 않았다.
두루미도 입을 다물었다.
‘정성껏 준비했는데… 싫으면 싫다고 말하지,
왜 저렇게 무표정하게 굴까?’
그리고 역시 말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 둘의 대화는 뜸해졌다.
대신, 서로 생각만 자라났다.
“역시, 걘 원래 그런 애지”
“내가 뭘 기대했나 몰라”
누구도 싸우지 않았다
누구도 다투지 않았다.
다만 말하지 않았고,
묻지 않았고,
표현하지 않았다.
“관계는 오래될수록
표현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섬세한 말과 반응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