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와 놀부
[심리학자의 시선으로 다시보는 이야기]
봄바람이 처마를 스치던 날
흥부 집에 살고 있는 제비가
볏짚을 물고 날다
놀부 집 마당 앞에서
휙—고꾸라졌다.
마당을 지나던 놀부가
두 손으로 제비를 감싸 들었다
“어… 이봐, 괜찮...”
놀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비가 퍼덕이며 크게 울었다.
그 순간
담 너머 이웃이 소리쳤다.
“놀부가 제비 다리를 꺾었다!!”
소문은 발도 없는데,
순식간에 퍼졌다.
“저 집 양반 원래 성격이…”
“그럴 줄 알았지!”
소문과 함께 놀부를 험담하는
마을사람들이 점차 늘어갔다.
“어제도 우리 아이한테 큰소리치더니.”
“나한테 열 냥을 안 꾸어 주더라고!”
제비 일에서 시작한 말들은
점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고
다른 험담들을 끌어모으며
놀부의 소문을 감싸게 됐다.
며칠 뒤,
놀부 집 대문엔 숯 글씨가 남았다.
‘새 발목 꺾는 집’
아이들이 놀부를 흉내 내며 깔깔거렸고,
시장 어귀 좌판은 놀부가 오면 조용해졌다가,
돌아서면 다시 떠들썩했다.
놀부는 억울했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전의 놀부’와 함께였기 때문이다.
이전의 놀부는 말끝이 거칠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말했다
아이들이 어울려 놀고 있는 것을 보면
질투가 나 심술을 부리고 쫓아냈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돈을 단 한 냥도 빌려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놀부는
사람들을 대하는 표현이 서툴렀다.
멀리서 보던 흥부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며칠 전, 제비는 낮게 말했다.
“난 놀부를 가만 두지 않을 거야!”
흥부는 알고 있었다.
놀부는 그날, 제비의 다리를 꺾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아니라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제비에게 미움을 살까 눈치가 보였고,
마을이 제비를 몰아세울까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제비를 제대로 못 돌본 탓’이라 들을까
압박감이 밀려왔고,
놀부를 향하던 화살이
자신에게로 꺾일까 무서웠다.
결국 흥부는 말문을 닫아버렸다.
세 달이 흘렀다.
마을 누군가
‘놀부가 제비다리를 꺾지 않았다더라’는
말이 스쳤지만 사람들은 흘려들었다.
대문에 숯 글씨는
비바람에 알아볼 수 없는 글이 되었고,
아이들은
다른 유행을 좇았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놀부를 보면
아주 잠깐 말을 멈췄다.
소문은 줄었지만,
거리는 남아있었다.
놀부는 한 발 나갔다가
다시 한 발 물러섰다.
이제는
억울함보다 먼저,
두려움이 그의 다리를 잡았다.
“소문의 시작은 가볍고 순간이지만, 흔적은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