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심리학자의 시선으로 다시보는 이야기]

by skybunny

어두운 밤이었다

네버랜드 숲에는

바람만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들은

하나둘 잠이 들었다


웬디는 마지막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천천히 불가에 앉았다

그때 나무 위에서

피터팬의 목소리가 들렸다


“웬디!”
“응?”
“네가 있어서 참 좋아,

아이들이 너를 좋아해!”

웬디가 웃었다
“아이들이니까 그렇지”


피터팬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래서, 너를 데려온 거야”

“뭐??”
“아이들에겐 엄마가 필요하거든”
웬디는 잠깐 말을 잃었다
“엄마??”


피터팬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래!!
누군가는 밥도 챙겨주고,
이야기도 들려주고
잠도 재워주고.. 그래야 하잖아”


웬디는 장작에 타고 있는
불을 바라보았다


“그럼.. 너는?”


피터팬은 나뭇가지에서
가볍게 몸을 흔들며 대답했다

“나는 피터팬이잖아!!”
“.. 그게.. 무슨 뜻이야?”
“나는 자라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지!”

웬디는 조용히 물었다
“왜?”


웬디의 질문에 피터팬은

크게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왜긴, 어른이 되면 재미없잖아”


웬디는 잠시 말이 없었다

숲 아래에서는

잠든 아이들의 숨소리만
조용히 들렸다


“피터…”
“응?”
“그럼 누가 어른이 되는데?”
피터팬은 잠깐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후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웬디 네가 잘하잖아”


그 말에
웬디의 얼굴이 굳었다
“나는… 나는 여기에 놀러 온 줄 알았어”


피터팬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재밌잖아”
“재밌어?”
웬디는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아이들 밥 챙기고
다친 아이 치료하고,

이야기 세 번이나 해줬어”

피터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웬디가 다시 물었다
“피터, 너는 오늘 뭐 했어?”
피터팬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날았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웬디는 불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피터.. 너는 자유로운 게 아니라…”
웬디는 말을 멈췄다

말을 멈춘 웬디가
궁금한 피터팬은 재촉했다


“뭐? 아니라 뭔데?”


웬디는 천천히 말했다


“넌 그냥 자라나지 않는 거야”


피터팬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웃음이 사라졌다






“책임이 존중이 아니라 부담이 되는 순간,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머무르는 쪽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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