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심리

[우리는 왜 어른이 되기를 미루는가]

by skybunny


1. 성장에서 멈추게 하는 두려움


요즘 많은 젊은 사람들은

승진을 목표로 삼기보다

지금의 자리를 유지하는 쪽을 선택한다


직급이 올라가면

월급은 조금 늘어날지 모른다


하지만 그와 함께 따라오는 것은

훨씬 더 큰 책임이다


결정을 내려야 하고,

성과를 설명해야 하며,

실패의 결과까지

오롯이 내 것이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굳이 그 자리까지 가야 해?”


이 질문은 단순한 게으름의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책임이 과도하게 커진 구조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성장을 미덕처럼 이야기해 왔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고,

더 많은 일을 맡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것이

성숙한 사회인의 모습이라고 말해 왔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책임은 더 이상

존중받는 역할이라기보다

감당해야 할 부담으로 느껴진다


책임이 커질수록

권한과 보상이 함께 커지는 구조라면

사람들은 그것을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책임만 커지고

실패의 위험만 커지는 사회에서

책임은 더 이상

공동체의 의무가 아니라

개인이 감당해야 할 위험이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멈추는 쪽을 선택한다


성장을 거부해서가 아니라,

그 자리가 요구하는 부담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2. 성장을 거부하는 선택은

게으름일까, 방어일까


피터팬은 자라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는 어른이 되는 것이

재미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은

단순한 장난처럼 들리면서도

어쩌면 인간의 한 가지 심리를 드러낸다


사람은 성장 자체보다

성장이 의미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성장은 단지 나이가 드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선택을 확정하는 일이다


학생일 때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라는 것이

되는 순간

우리는 한 가지 길을

선택해야 한다


직업을 정하고,

책임을 맡아야 하고,

실패의 결과도 받아들여야 한다

성장은

가능성이 늘어나는 과정이 아니라

선택의 폭을 줄여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성장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이 확정되는 순간을

애써 미루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라지 않겠다는 말은

미루는 게으름이라기보다

가능성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일 수 있다


우리는 누구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선택이

개인에게는 이해될 수 있어도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는 다르게 보인다


사회는 누군가가 책임을 맡고

결정을 내리고

앞으로 나아갈 때 유지된다


만약 모두가

성장을 미루기로 선택한다면

그 사회는 결국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된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조금씩 그런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잘못이 아니니, 난 책임지지 않겠다”

“내 일이 아니니, 난 관여하지 않겠다”

“그건 내 담당이 아니니, 난 모르는 일이다”


어른들은 책임을 미루고,

젊음이 들은 성장을 두려워하며,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을

그대로 바라보며 자란다


이제는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


성장은 불편한 일이라고,

책임은 피하고 싶은 일이 맞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라야 한다고_




3. 자유와 책임


많은 사람들은 ‘자유’를 말한다

‘속박 없이 살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완전한 자유라기보다

책임이 따라오지 않는 자유에 가깝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냥 지금처럼 살고 싶어.”


이 말속에는

성장을 거부하는 의지가 아니라

부담 없는 ‘지금의 이 자리’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피터팬은 자유로운 소년으로 표현된다

그는 하늘을 날고,

어른이 되는 것을 거부하며,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하지만 네버랜드를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이 자유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은

피터가 아니라

웬디라는 사실이다


웬디는 아이들의 밥을 챙기고

다친 아이를 치료하고

잠들기 전 이야기를 들려준다


피터는 날아다니고

웬디는 남아서 네버랜드를 돌본다


이 장면은

자유에 대해 우리가 자주 잊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종종 자유를

책임이 없는 상태로 생각하지만,

어떤 자유는

누군가의 책임 안에서 안정되게 유지된다.


원할 때 떠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삶은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책임을 맡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피터팬의 자유는

완전히 가벼운 자유가 아니다

그 자유는

웬디의 책임 안에서 유지되는

자유이기 때문이다


어떤 관계에서는

한 사람이 책임을 미루는 동안

다른 사람이 더 많은 책임을 떠안는다


그래서

어른이 되지 않겠다 말하는 사람 곁에는

늘 먼저 자라는 사람이 있다




작가의 말


우리가 알고 있는 피터팬은

어른의 모습이지만

아이처럼 행동합니다


피터팬은 자라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피터팬은 알고 있었습니다

어른이 되는 순간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진다는 것을_


책임을 져야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을 돌봐야 합니다

그래서 피터는

어른이 되지 않는 쪽을 선택합니다


하늘을 날고,

모험을 하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사는 삶_


하지만 이 이야기를 다시 읽다 보면

조금 다른 장면이 보입니다


피터가 하늘을 날고 있는 동안

네버랜드에는

성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먼저 챙기고,

다친 아이의 무릎을 닦아주고,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장면은

조금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합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자주 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책임이 늘어나는 자리를

피하고 싶어 합니다


승진을 마다하고,

결정을 미루고,

가능하면 지금의 자리에

머무르려고 합니다


그 선택은

게으름이라기보다

부담을 피하려는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는

그 자리를 채워야 합니다


누군가는 더 오래 남아 일을 하고,

누군가는 더 많은 책임을 맡고,

누군가는 먼저 어른이 됩니다


그 누군가는

누가 되어야 할까요?


제가 말하는 피터팬의 이야기는

자라지 않겠다고 말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라지 않겠다고 말할 때

그 자리를

누가 채워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자유를 말합니다

속박 없이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자라지 않겠다는 선택은

아무도 자라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누군가 대신

자라야 한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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