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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전 점심식사

by 포야와 소삼이

육아휴직 전 점심식사


저녁을 먹자고 했는데 나는 점심을 먹자고 했다. 저녁식사는 곧 회식을 의미한다.

나에게 술을 한잔 사주고 싶다고 했지만, 이번 주 코로나 검사도 받고 외부활동 자제를 위해 점심식사로 하자고 했다.


"그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점심으로 먹자"


나 때문에 직장동료가 회식에 몰리는 것을 피하고 싶었고, 점심도 충분한데(무슨 의미가 있는 식사자리도 아닌데) 저녁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원래 수요일 점심으로 말했는데, 갑자기 화요일로 맘대로 바꾼다. 그리고는 장소도 알아서 정하더니 막상 가보니 휴일... 근처 돌다가 영업하는 식당이 있어 들어간다.


난 휴직이라서 이별의 생각이 없는데 아예 가는 사람처럼 악수를 건넨다.


"고생 많았다."


난 나와 같이 있던 동료들에게 짐이 될까 봐 이런 자리도 불편했는데 더 불편하게 만든다.


그동안 인수인계도 하고, 하고 있는 일 협의도 하고, 중간과정에 대한 진행사항도 전달하였다.

육아휴직에 대해서 상당히 큰 결정이라고 말하는 주변인들이 많았다. 뭐 다 근로자로서 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휴직수당이 없다는 것에(소득이 없다는 것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난 아이들에게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앞으로의 상황이 정말 기대가 될 정도로 기분이 좋다.

시간이 금이고, 시간이 곧 돈이고, 쥐어짜도 1초도 더 나오지 않는, 결코 내가 노력해도 얻어낼 수 없는 그 소중한 재산을 난 갖게 된다.

그 한정된 시간에 더더욱 값진 성과와 이익을 얻으려면 함부로 허투루 쓸 수 없을 것이다.


육아 휴직하는 직원을 데리고,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취미생활이나 주말부부와 같은 주제로 이야기하는 그 점심시간에 이런 생각을 했다.


'시간을 갖는 사람이 곧 부자가 될 수 있다'


휴직이라는 그 기간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나와 아이들을 위해

소중히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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